해결안된 아픈 역사 책으로

영화배우 차인표(42)가 소설가로 변신했다. 지난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소설〈잘가요 언덕〉출판기념 기자회견을 가졌다.〈잘가요 언덕〉은 일제시대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차인표는 97년 위안부 할머니의 애환을 담은 소설을 쓰겠다고 계획하고 10년 이상 이야기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끝에 소설을 완성했다. 톱스타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차인표를 만나본다.
영화배우 차인표(42)가 소설책을 펴냈다.
그의 처녀작은 위안부 할머니의 애환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동화처럼 써내려간 소설〈잘가요 언덕〉이다.
97년 TV뉴스를 통해 일제시대 위안부로 끌려갔던 훈 할머니의 이야기를 접한 뒤, 아프고 슬픈 역사적 사실을 후대에 남기고 싶다는 욕망이 들어 10년 이상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끝에 소설을 완성했다.
차인표는 “처음 아들에게 읽게 하고 싶은 동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서 썼다”면서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고 나면 20~30년 후 우리 아들들이 기억할까, 당시에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관심이나 갖을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이런 아픈 역사가 있고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청소년들이 읽고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60~7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못살고 가장 형편없던 시절을 우리 대신 살아준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 분들이 과거 역사속 고통을 겪지 않았다면 우리가 그 고통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가난하고 힘든 삶을 극복하고 글로벌 한국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소설로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인표가 쓴〈잘가요 언덕〉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소설로 1930년대 백두산 자락의 호랑이 마을을 배경으로 엄마를 해친 호랑이를 잡아 복수하기 위해 호랑이 마을을 찾아온 소년포수 용이, 촌장 댁 손녀딸 순이, 그리고 일본군 장교 가즈오의 이야기를 통해 용서와 화해를 담고 있다.
동화적 스토리텔링과 작법 ‘재미 배가’
차인표의 소설은 동화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소설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듯 동화 같은 종결어미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종결 어미에 “풀잎 끝에 맺혀 있는 영롱한 이슬방울들이 터집니다”는 식의 시적표현을 담고 있다.
차인표가 원래 지은 소설의 제목은〈호랑이 계곡의 전설〉이다.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한 자료수집과 취재를 위해 지난 2003년 백두산에 다녀오기도 했다.
차인표는 “머릿속으로만 있었고 묘사하기 힘들었던 호랑이 마을을 활자화할 수 있도록 하는 여행이었다”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묘사하기 힘들더라. 직업적 특수성 때문인지 글보다 그림으로 떠올라서 그림을 먼저 그렸다. 연필로 설계도처럼 그림을 그리고 그걸 글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영상에 익숙한 차인표는 우선 카메라에 현장 사진을 담고, 그리고 그림을 그려가며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집필했다.
차인표는 “취미 삼아 혼자 일기나 써봤지 체계적으로 글쓰기를 배워본 적도 없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손으로 쓰는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나는 완전 엉덩이로 썼다”고 말했다.
그는 “쓰면 쓸수록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허구와 진실이 혼재된 이야기라서 역사적 사실을 일일이 찾아보고 검증하느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사실, 습작기간 동안 인내와 끈기가 없다면 끝을 내지 못하고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체계적인 소설작법을 배우지 못한 그가 소설을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인내와 끈기로 글을 썼다는 것을 밝혔다.
소설이 나오기까지 가족의 도움은 절대적이었다. 부인과 아들의 격려와 다그침이 차인표 장편소설을 나오게 했다는 것.
차인표는 “초고 쓰고 잃어버리고 다시 쓰는 동안 끊임없이 격려해준 사람이 아내 신애라”라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그만 써야겠다고 마음먹을 때마다 ‘이거 정말 괜찮은 이야기니까 꼭 쓰라’고 중간중간 격려해줬다”는 것이다. 또한 아들은 차인표의 열렬한 애독자로서 소설 집필을 독촉했다.
소설가로서 차인표의 제2의 인생 설계
차인표는 현재 장편 하나, 단편 하나를 집필하고 있다.
차인표는 “출판 가능한 건지 판단이 안 된다. (발표할지 여부를)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 한다”고 계획을 알렸다.
차인표는 탤런트, 영화배우, 그리고 소설가로 ‘제2의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
조나단프리랜서 기자 cjo4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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