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극 배우된다는 것 정말 쉽지 않았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이다. 미모의 영화배우 장쯔이가 경극을 소재로 한 영화〈매란방〉에서 남장전문배우 역을 맡아 화제다. 수염과 구두, 짙은 화장을 한 영락없이 남자의 모습이다. 그녀는 1930년대를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영화촬영 기간 동안 집에서부터 생활까지 모든 것을 1930년대로 살아가며 극중 인물 속에 동화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영화를 본 관객들은 사실적 연기에 감탄을 쏟아냈다. 장쯔이의 리얼한 연기관을 알아본다.
장쯔이가 영화〈매란방〉홍보차 내한했다.
장쯔이는 천카이거 감독, 배우 여명과 함께 방안해 지난 25일 서울롯데로텔에서 영화〈매란방〉홍보 기자회견을 가졌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매란방〉은 경극에서 여장전문 남자배우였던〈패왕별희〉에서 장궈룽(張國榮)이 연기했던 ‘데이’ 역의 실존모델이기도 하다. 모두가 사랑하지만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천재 경극배우 매란방(리밍)이 운명의 연인 맹소동(장쯔이)마저 버린 채 오르고 싶었던 최고의 무대를 그린 영화다.
여기서 장쯔이는 일생에 단 한 번 매란방과 운명의 사랑을 나누는 남장전문배우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녀는 “두 달 동안 3명의 선생님에게 경극을 배웠다. 정말 힘들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예술을 공부하고 완전히 느껴 한 분을 모방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두 달 정도 훈련과정을 겪었는데 힘들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소회했다.
그녀는 이어 “그 사람들 습관과 동작을 배우기 위해 내가 살고 있는 현대적 환경을 잊었다. 집에 있는 주방도 다시 세팅하고, 사방에 거울을 달아서 매일 선생님을 모신 것처럼 연습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극중 1900년대 초 실존한 인물인 경극배우 맹소동 역을 구현하고자 온전히 그 시대 인물로 촬영하는 기간 동안 살았다. 이 때문에 그녀는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장쯔이에게〈매란방〉은 특별한 경험을 주는 작품이다. 배우로서 배우를 연기한다는 것은 남다른 경험일 수 있다.
그녀는 “맹소동 역할을 맡았지만 솔직하게 극중 노래는 제가 부르는 것이 아니라 상하이에 생존하고 있는 왕페이란 분이 부른 것이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어 “그러나 높은 남자구두를 신고 긴 수염을 하고 동작의 세밀함까지 정말 경극배우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패왕별희〉와 연장선상에 있어 부담이 없었냐는 질문에 장쯔이는 “그 작품을 수도 없이 봤다.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다. 제 생각엔〈패왕별희〉가 최고”라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장쯔이는 한국영화 감독과의 작업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그녀는 “봉준호, 박찬욱 감독 좋아한다.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면서 “한국말을 모르니까 벙어리로 출연시켜주면 언제든지 달려오겠다"고 농담처럼 출연의지를 밝혔다.
장쯔이는 지난 2006년 무협영화〈야연〉이후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이전에 영화홍보차 여러 차례 한국을 다녀간 적이 있다. 때문에 한국의 음식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했다.
그녀는 “삼계탕과 육회 같은 한국음식에 푹 빠져 중국에 있을 때도 즐겨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직 한국에서 개봉되지 않았지만 얼마 전 소지섭과 함께〈소피의 복수〉란 현대극 촬영을 마쳤다"고 말했다.
〈매란방〉은 자유롭지 못한 배우들의 삶을 영화 전반에서 보여주고 있다. 세인들의 관심과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살기 때문에 고통 받는 예술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예술인의 모습을 감독은 종이족쇄로 표현하고 있다. 종이족쇄는 대중의 관심과 호기심이라는 것.
첸 카이거 감독은 “스타를 쫓는 파파라치가 많다. 가끔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공개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화를 내거나 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리밍은 “요즘 장쯔이씨에게는 종이족쇄가 있었다. 해변에서 찍힌 사진이라고 할까”라면서 최근 불거진 ‘장쯔이 누드’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최근 집에 커튼을 열어놨더니 창문 안을 기자들이 찍어서 공개된 적이 있었다”면서 종이족쇄의 존재를 확인시켰다.
2008년 12월 중국에서 개봉했고, 국내에서는 4월9일 극장에 걸린다.
조나단 프리랜서 기자 cjo42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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