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어떤 영화가 활짝 꽃 피울까”

한국영화의 봄날이 왔다. 4월에 한국 영화가 연이어 개봉된다. 상업영화 <그림자살인>,<박쥐>,<우리집에 왜 왔니>, <7급공무원>, <인사동 스캔들> 등이, 독립영화 <똥파리> <살기 위하여> <소명><처음만난 사람들>이 개봉될 예정이다. 해외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개봉을 피한 4월에 한국영화끼리 외롭게 ‘제 살 깍기’식의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봄 맞이에 나선 극장가 소식을 알아본다.
상업영화<그림자살인> <우리집에 왜 왔니>등 개봉
영화 <그림자 살인>은 피가 흥건한 방, 사라진 시체, 조선을 긴장시킨 미궁의 살인사건이 남긴 5개의 단서를 바탕으로 사설 탐정 홍진호(황정민 분)와 열혈 의학도 광수(류덕환 분), 여류 발명가 순덕(엄지원 분)이 사건의 비밀과 음모를 파헤치는 본격 탐정 추리극이다.
여기서 황정민은 바람난 부인 뒤꽁무니나 쫓고 떼인 돈을 대신 받아주는 등 돈이 되는 일은 닥치는 대로 하는 사설탐정으로 분했다. 뛰어난 추리력을 자랑하는데 반해 받은 만큼만 일하는 능글맞은 모습도 보여준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류발명가 순덕 역을 맡은 엄지원은 팜므 파탈한 이미지를 선보인다.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의해 뱀파이어가 된 신부(송강호 분)가 친구의 아내(김옥빈 분)와 사랑에 빠져 그들의 친구이자 남편을 살해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험난한 상황을 담고 있다.
극중 송강호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 역을 맡아 신부의 신분으로 쾌락을 탐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되고 김옥빈과 열띤 사랑을 나누게 된다. 영화팬들은 벌써부터 송강호와 김옥빈의 파격 베드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쥐>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제작, 투자한 만큼 국제적으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해피미스터리라는 수상한 장르의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황수아 감독)는 3년 째 자살을 시도하는 한 남자에게 불시에 엉뚱한 4차원 여인이 침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희순은 영화 <우리집에 왜 왔니>에서 조그마한 체구의 수상한 여자 이수강(강혜정 분)에게 손발이 꽁꽁 묶여 다른 곳도 아닌 자신의 집에 감금당하고 마는 김병희 역을 맡았다. 한없이 약하고 소심한 남자로 수강에게 한마디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저 시키는 데로 꼼짝 못하는 인물이다. 그들이 겪게 되는 이야기를 해피 미스터리라는 장르속에 담고 있다.
첩보 액션 코미디 <7급 공무원>은 유출돼선 안 될 화학무기를 노리는 해외 범죄 조직에 맞서는 대한민국의 비밀 첩보 요원들의 활약상을 그린다.
강지환은 의욕만 너무 앞선 어설픈 신참 국정원 요원 재준 역을 맡아 비밀요원인 김하늘과 사랑하게 되는 커플로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이 우연히 비밀 작전을 수행하며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범죄 스릴러 장르의 <인사동 스캔들>은 한국영화 최초로 미술품을 둘러싼 복원과 복제의 과정 등을 사실성 있게 그려내 일반인들은 전혀 몰랐던 미술계 이면의 놀라운 이야기들이 전할 예정이다.
김래원은 최고의 미술품 복원전문가 이강준 역을 맡아 미술계의 큰손으로 출연하는 엄정화와 강렬한 카리스마 한판 대결이 펼쳐진다.
4월 개봉하는 독립영화 중 관심을 모으는 작품은 단연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다.
<워낭소리>흥행 뒤이을 독립영화 <똥파리>,<살기 위하여>개봉
<똥파리>는 동료든 적이든 가리지 않고 욕하고 때리며 내키는 대로 살아온 용역 깡패 상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가족에 대한 깊은 상처를 지닌 상훈은 어느날 자신에게 기죽지 않고 대드는 여고생 연희에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15년 만에 아버지가 출소하면서 다시 어둠이 시작된다.
<똥파리>는 해외 영화제에서 연이은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기대감을 높이는 영화다. 로테르담국제영화제와 라스팔마스국제영화제, 도빌아시안영화제에서 수상한 데 이어 지난 21일 폐막한 프리부르국제영화제에서도 상을 받았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독립영화 <똥파리>가 <워낭소리>에 이은 흥행 기록을 이어갈 것인가에 세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살기위하여>(이강길 감독)는 새만금을 조명한다. 새만금 간척사업과 관련해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계화도 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대립과 주민들 간의 분열 등의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다. 개발 논리가 현재 진행 중인 우리 사회에 <살기 위하여>는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소명>은 신의 존재에 대한 방황과 자살까지 결심했던 강명관 선교사가 아마존에서 100여명이 안 되는 바나와족에 선교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상에 담고 있다. 국내 최초로 기독교 선교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점에서 교계의 관심이 높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 탈북 청년과 베트남 청년의 동행을 그린 독립영화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상어>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김동현 감독의 두번째 영화다.
영화계의 비수기인 4월과 5월에 한국영화가 연거푸 쏟아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영화평론가 정종화 씨는 우려석인 전망을 내놓는다.
그는 “4월은 영화계의 비수기이다. 졸업과 입학 등으로 서민들의 주머니가 비워있다. 특히 요즘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한 푼이라도 지출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봄철이라 여가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 교외로 나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흥행은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그는 이어 “흥행시즌에는 외국의 블록버스터들이 개봉되고 4월과 5월에 한국영화들이 일제히 개봉되다보면 자연스럽게 서로 나눠먹기식이 될 것이다. 한국영화끼리 제살을 깎아먹는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jp7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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