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을 통한 연예인들의 ‘루머 타파 작업’이 한창이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루머와 오해를 직접 해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연예 관계자들은 ‘편해진 방송 분위기’와 ‘인터넷을 통한 루머의 확대 및 재생산’이 스타들의 무거운 입을 열게 했다고 분석했다.
“저 쉽게 살아온 사람 아닙니다.”
중견배우 강부자가 자신을 둘러싼 악성루머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야심만만2-달려라 낭만버스〉에 출연해 ‘마담뚜 루머’를 비롯한 각종 소문을 직접 해명한 것.
강부자 “나 마담뚜? NO!”
이날 강부자는 “내가 여자 후배들을 재벌 총수에게 소개시켜주고 소개비를 챙긴다더라”며 10여 년 전부터 세간에 퍼지기 시작한 ‘마담뚜 루머’에 대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어 “7만원 짜리 전세방에서 시작해서 지금 70평짜리 빌라에 산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재벌이 되어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이 외에도 최근 강남 귀족계 사건에 연예인 K가 있다는 말에 자기 이름이 거론됐고 ‘강부자 내각’이란 정치용어 때문에 땅 부자로 오해 받기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강부자는 이런저런 악성루머에 휘말리는 원인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분석했다. 유복한 생김새와 계주나 치맛바람 일으키는 어머니 등으로 출연한 연기 경력이 더해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오해하는 것 같다는 것.
강부자는 “지금도 장은 백화점이 아닌 시장에서 보고 수십 년간 거래해 온 가게에서 물건을 산다. 나 그렇게 쉽게 사는 사람 아니다”고 말해 ‘소문은 소문일 뿐’임을 강조했다.
비단 강부자만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방송, 특히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연예인들이 자신에 대한 루머나 소문을 직접 해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톱스타의 출연이 늘어난데다 언급되는 루머의 강도도 세지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은다. 최근에만도 고현정, 김승우, 김태희, 주진모 등이 잇달아 ‘누구나 궁금해 하지만 아무도 물어볼 수는 없던 소문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톱스타들도 속내 털어놔
김승우는 MBC〈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전 부인 이미연과의 이혼 과정에서 불거진 여배우 A양과의 스캔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많이 억울했지만 인륜지대사인 혼인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억울함과 죄책감에 소문을 참았다”는 것.
현재 부인 김남주와의 계약 결혼설 및 첫딸의 생부 루머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특히 첫딸의 생부가 자신이 아니라는 소문에 “억장이 무너졌다”며 “나를 닮아 까맣다”며 휴대폰에 저장된 아기 사진을 MC 강호동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고현정 역시〈무릎팍도사〉를 통해 이혼 전 시댁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소문, 잘생긴 연하남 조인성, 천정명과의 스캔들에 관해 속 시원하게 밝혔다.
권상우도〈무릎팍도사〉2월 18일과 25일 방송분을 통해 손태영과의 결혼 및 임신을 둘러싼 각종 소문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표할 예정이라 관심이 모아져 있다.
그런가하면 주진모와 김태희는 KBS〈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 밤〉에 출연해 각각 ‘동성애 소문’과 ‘재벌 2세와의 결혼설’에 대한 속내를 털어놔 팬들의 위로와 지지를 받았다.
이처럼 방송을 통한 연예인들의 루머 해명이 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상당수 연예 관계자들이 ‘편해진 방송 분위기’를 꼽는다. 과거와 달리 사실적이고 꾸밈없는 내용을 선호하는 방송 흐름을 타고 연예인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는 것.
유독 예능프로에서 루머 해명이 많이 이뤄지는 것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어려운 이야기를 털어놓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편안한 예능프로서 해명
스타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의 성향이 개방적으로 변하고 토크쇼 형식을 가미한 예능프로가 증가한 것도 이유다.
탤런트 매니저 A씨는 “스타는 루머에 대한 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장소가 필요하고 방송사는 이를 통해 프로그램 인지도 및 시청률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양측 모두 ‘윈-윈’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루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 ‘인터넷을 통한 루머의 확대 및 재생산’을 막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거엔 대다수 루머가 내버려두면 사라지거나 잦아들었다. 해당 연예인이 이에 대해 언급할 경우 긁어 부스럼만 된다며 덮어두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루머 생성 및 소멸 과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시간이 흘러도 소문은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루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인터넷 상에 떠돌기 일쑤다.
작은 소문에 뼈와 살이 더해져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눈 깜짝할 사이에 퍼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타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문 진화에 나선다는 것.
방치하면 더 커지는 루머
연예 관계자 B씨는 “가만히 있으면 소문이 사라지던 시대는 지났다. 인터넷에서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소문이 기정사실화되기도 한다”며 “방송뿐 아니라 미니홈페이지나 보도자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예인들이 루머에 대응하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은 괜찮지만 가족들까지 고통 받는 게 미안하고 가슴 아파서 소문에 대해 직접 해명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 강부자, 김태희 등 루머에 시달린 많은 연예인들이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마음 아팠다”는 심경을 밝혔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한 스타의 루머 해명이 긍정적인 효과만 얻는 건 아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자극적인 가십거리로만 취급되거나 대중의 호기심을 부추겨 또 다른 추측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때문에 직접 루머를 해명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진실한 자세와 정확한 언어를 사용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예능프로를 즐겨본다는 박나래(여·30)씨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사실인데 루머를 밝힌다고 나온 연예인에게서 진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변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신혜숙프리랜서 기자 tomboysh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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