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2016년 ‘병신년(丙申年)’의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만큼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사자성어가 어울리는 해를 꼽기 힘들 지경이다. 북한 핵실험, 경주 대지진, 역대급 국정농단 파문 등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요서울]은 10대 뉴스를 시간순으로 올 한해를 정리해 봤다.
▲ 북한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북한은 1월 6일 4차 핵실험에 이어 9월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핵실험을 한 해에 두 번 진행한 적은 올해가 처음이다. 보통 3년 주기로 했던 핵실험이 단기간에 이뤄지면서 북한의 핵 기술과 전력화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2월 10일 대북 제재 일환으로 전격적인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다. 강력한 대북 압박을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평가와 실익도 없고 충분한 고려 없이 단행된 졸속 조치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 세기의 대결 ‘이세돌 vs 알파고’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인공지능 알파고(Alpha Go)와 천재바둑기사 이세돌의 바둑대결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이목을 끌었다. 결과는 ‘인간’ 이세돌의 1:3 완패. 하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최대 수혜자는 ‘구글’이란 얘기가 나왔다. 구글이 연 잔치를 구글의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전달, 막대한 홍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다만 급격히 발전한 인공지공이 인간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시사점을 줬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16년 만의 여소야대 국회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16년만의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졌다. 당초 야권이 분열하면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재적 3분의 2인 180석까지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선거 결과, 과반 정당이 없는 절묘한 3당 구조로 짜여 ‘대치’말고 ‘협치’하라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5월 17일 새벽 서울 서초구 한 상가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20대 여성이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가해자 김모씨가 여자들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주장한 점, 화장실에서 여성을 고의로 노렸던 점에 비춰 ‘여성 혐오 범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남녀갈등을 불러왔고, 성별 간 혐오 논쟁으로 번졌다. 경찰은 김 씨가 평소 조현병을 앓은 점을 확인,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살해로 결론을 내렸다.

▲ 사드 배치와 금한령
정부는 7월 13일 사드(THA 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전격 결정했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안보와 직결된 사항을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결정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밖에서는 중국·러시아가 안에서는 배치 결정 장소인 경북 성주의 군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지난 여름부터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을 제한하고, 한류 콘텐츠에 대해서는 빗장을 걸어 잠그는 ‘금한령’을 내리는 모양새다. 중국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한류 배우를 향해 지금껏 쏟아지던 중국 드라마와 영화의 수많은 캐스팅 제안이 뜸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역대 최대 5.8 규모 경주 지진
9월 12일 오후 8시 32분쯤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점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5.8 지진이 발생해 한반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건물의 내진설계 등 안전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23일 현재까지 경주 지진에 대한 여진이 총 555회 발생했다.
▲ 청렴사회로 가는 첫 걸음 ‘김영란법’
대한민국을 청렴사회로 이끌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9월 28일부터 시행됐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부정과 접대문화를 바꾸고, 공직사회의 기강 확립을 목표로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다.
시행 이후 사회 곳곳에서 긍정적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와 외식업·화훼업·공연계 등 업계 침체, 허용 상한액 기준 논란, 모호한 사회 상규 등 김영란법이 풀어야 할 과제도 거론된다.
▲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초대형 게이트가 올해 터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사건. 9월 20일 언론에 처음으로 최순실 씨의 이름이 등장한 이후 최 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오전과 오후 상황이 시시각각 바뀔 정도로 새로운 사실과 의혹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국정 곳곳에 개입한 정황과 흔적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최 씨뿐 아니라 최 씨 측근들도 각종 이권과 인사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졌고, 결국 이 같은 파문은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 전국 곳곳 대규모 촛불집회
민간인 최순실 씨가 국가시스템을 붕괴시켜 나라를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게 나라냐’, ‘재벌도 공범’ 등 분노의 손팻말부터 ‘청와대를 비우그라’, ‘그만두유’ 등 각종 풍자도 이어졌다.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왔음에도 별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평화 시위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법원에서도 이를 참작해 청와대·헌법재판소 등 집시법 상 접근 가능한 최단 거리에서 집회가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10월 29일 1차로 시작한 촛불집회는 매주 이어져 31일 10차 집회를 앞두고 있다. 한편 보수단체는 이에 맞서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열고 있다.
▲ 사상 최악의 AI 확산
11월 16일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에서 처음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34일 만인 지난 19일 살처분된 가금류가 2000만 마리를 넘어섰다. AI 유입은 철새에 의해 이뤄졌지만 농가 현장에서 당국의 부실한 사후 관리 등 총체적으로 미흡한 대응 탓에 빠르게 확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먹거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계란 가격이 급등해 ‘계란 대란’ 현상이 나타난 가운데 정부는 계란 수입 등 대책 마련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