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 후 침 뱉고 난동·라면 짜서 때려…
수시로 운전기사 정강이 걷어차며 욕설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잊을 만하면 화이트칼라 범죄 사건이 발생해 기업인에 대한 일반인의 시선이 따갑다. 최근 대한항공 기내에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역시 두정물산 오너 2세였다. 앞서도 기내에서 횡포를 부리다 입방아에 오른 사람은 대기업 임원이었다.
이 밖에 골프장 직원에게 막말한 기업인, 경비원·운전기사를 폭행한 회장 등 누리꾼은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돈보다 인성을 길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을 형성한다.

지난 12월 20일 두정물산 자제 임모씨가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만취한 상태로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소셜네트워크(이하 SNS)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 12월 20일 오후 4시 20분(한국시간)경 KE480편 프레스티지석에 탑승한 임 씨가 이륙 후 1시간 40분 운항 시점에 위스키 2잔 반을 마신 뒤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임 씨는 옆자리 승객에게 시비를 걸며 얼굴을 손으로 가격했고 말리는 승무원을 발로 차기도 했다. 그 후 승무원들과 승객들에게 저지당한 임 씨는 노끈에 묶인 채로도 욕설과 침을 내뱉으며 발로 앞좌석을 찼다.
경찰은 지난 9월에도 같은 항공사 기내에서 기물을 파손하고 난동을 부린 적이 있는 임 씨에게 항공보안법 및 상해죄를 적용할 예정이다.
임 씨는 삼성전자에서 퇴사한 후 부친의 회사에서 경영권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 직원 해고 후 본인도 욕설·비방 혐의
기내에서 도를 넘은 기업인의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스코 전 임원인 A씨는 2013년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대한항공 여객기 비즈니스석에 탑승해 ‘라면이 덜 익었다’ ‘짜다’는 등의 이유로 여성 승무원에게 항의하다가 들고 있던 책자로 승무원 얼굴을 때렸다.
그는 착륙하자마자 미연방수사국(FBI)에 인계돼 조사를 받고 귀국했다. 후에 이 사건이 SNS를 통해 알려지며 ‘라면 상무 사건’이라 불리기 시작했고, 큰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포스코는 A씨를 해임하고 사직서를 제출받았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자신을 해고한 포스코와 영상을 유출한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A씨는 이 두 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라면 상무 이후 지난 9월 ‘골프장 막말 임원’으로 또다시 떠들썩했다. 포스코 전 대표이사 오모씨가 골프장 직원 김모씨를 경기 진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욕하고 머리를 손으로 밀쳐 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오 전 대표는 2013년 라면 상무 사건을 진화했던 인물로 포스코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후 지난 3월까지 포스코 고문으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라면 상무 사건을 정리하고 회사 간부들과 함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서 ‘신뢰소통 윤리실천 선언식’을 열고 “겸손하고 바른 언행에 앞장서자”고 다짐했던 인물이라 사람들을 더욱 충격에 빠트렸다.
이유 없는 주먹질, 영혼 없는 사과문
지난 4월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정우현 MPK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해 논란이 일었다. 정 회장은 자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가던 중 경비원인 황모씨가 셔터를 내려 나가지 못했다.
이에 정 회장은 황 씨를 불러 언쟁을 벌이다 황 씨의 뺨을 두 차례 때렸다. 황 씨가 폭행으로 정 회장을 고소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 회장은 언쟁이 있었을 뿐 폭행한 사실은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곧 CCTV를 통해 정 회장이 황 씨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고, 정 회장은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게재한 사과문이 10줄도 안 되며 ‘뻔한 내용’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또 경찰서에서 정 회장은 황 씨에게 사과조차 직접 하지 않아 사람들에게 더 큰 비판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돈이 많으면 사람을 때려 놓고도 이런 식으로 나와도 되냐며 분노했다.
몽고식품도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행으로 불매 운동이 일었다. 지난해 9월 입사해 12월 15일자로 해고된 김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A씨는 3개월 동안 지속적인 폭행과 욕설에 시달렸다고 폭로했다.
김 명예회장은 A씨의 정강이와 허벅지를 발로 걷어차는 등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폭언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몽고식품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으나 여론은 나아지지 않았다.
업계는 기업인들의 이런 도를 넘은 행동·언사는 이제 그 기업의 큰 리스크 중의 하나기 때문에 기업인의 윤리 의식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남동희 기자 donghee07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