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차 면세점 대전 승자들 현장을 가다
[르포] 3차 면세점 대전 승자들 현장을 가다
  • 남동희 기자
  • 입력 2016-12-23 20:17
  • 승인 2016.12.23 20:17
  • 호수 1182
  • 3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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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잠실·현대百-삼성동·신세계-반포’ 시대 열어
롯데백화점 월드타워점.
 

관광객 선호 여행지, 편리한 교통, 유동인구 많아
정계 로비 의혹 잔존·무한 경쟁 심화에 한숨도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지난 17일 대기업에게 주어진 3개 서울 시내 면세점의 신규 사업권을 롯데면세점, 신세계DF, 현대백화점에게 부여했다. 현대백화점은 1000점 만점 중 801.5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롯데면세점이 800.1을 받았고, 신세계가 769.6점으로 마지막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거머쥐었다. 함께 입찰에 나섰던 SK네트웍스, HDC신라는 고배를 마셨다.

특히 이번 사업권은 지난해 7월과 11월 이후 3차 사업자 선정이어서, 사업권을 따낸 기업들마다 업장 탈환, 신규 업장 취득 등의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로써 서울에만 시내면세점이 9곳에서 13곳(대기업 3곳, 중소기업 1곳)으로 늘어나 업계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12월 21일 오후 2시 업장 탈환에 성공한 서울 송파구 잠실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을 방문했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11월 두번째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특허권 연장에 실패하며 문을 닫아야 했다.

월드타워점은 지하 1층에서 면세점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와 외벽에 영업을 정지했음을 안내하는 문구가 있었다. 이 밖에도 백화점 곳곳에 7층의 면세점은 특허권이 만료돼 고객 휴게센터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렸다.

롯데 월드타워점의 한 매장 관계자는 “영업이 정지했음에도 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니 안내하면서도 안타까운 적이 많았는데 이번 신규 사업자로 선정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에는 롯데월드 잠실점과 롯데백화점 월드타워점은 관광객과 국내 고객들로 북적였다.

롯데는 이번 3차 사업자 선정에서 2017년부터 5년간 2조3000억 원을 투자해 방한 외국인 17%에 달하는 1700만 명을 유치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또 기존에 영업을 해오던 곳이라 특허권이 발급되자마자 곧바로 영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기존 직원 1300명을 재고용하는 등의 빠른 조치로 특허권을 부여받는 대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라 올해가 가기 전에 재오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롯데와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특허권 확정은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주변 관광 인프라 형성해 상생

관세청 관계자도 “로비 의혹이 밝혀지면 당연히 특허권도 취소할 것”이라 못 박았고 지난 12월 21일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번 롯데의 시내면세점 특허권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선정 처분 취소 청구’와 ‘선정 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현대백화점 홈페이지>

현대백화점의 신규 면세점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 8, 9층에 자리 잡을 예정이다. 이 주변은 스타필드코엑스몰, 파르나스몰 SM TOWN 등과 같은 복합몰들로 개별 관광을 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새롭게 부상하는 한국의 자유여행지 중 하나다.

중국인 관광객 궈징링(27)씨는 “이번 한국 방문은 세번째로 자유여행으로 직접코스를 짜서 왔다”고 했다. 그는 “중국의 한국여행 어플에서 코엑스 근처에 먹을 것, 볼 것이 많아 들렀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엔 “아직 몰랐다”고 말했다. 현대 무역센터점 부근은 관광명소답게 중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보였지만 아직 신규 오픈할 현대백화점 면세점과 관련한 홍보물은 보이지 않았다. 백화점 안내데스크의 직원들 모두 면세점 입점이 확정됐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017년에 오픈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기가 나오진 않았다”며 “차질 없이 준비해 홍보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만4005㎡ 규모의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계획하고 있고 무역센터점 외벽에 100억 원을 투자해 미디어 월을 설치, 관광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9개에서 13개로 출혈 경쟁

신세계DF는 지난해에 명동점 본점에 이어 이번 서울시 강남구 반포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도 면세점을 오픈하게 되며 연승을 거뒀다.

오후 5시에 방문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센트럴시티터미널 호남선과도 연결돼 인파로 북적거렸다. 캐리어를 끈 국내 여행객부터 외국인 관광객들도 인파 속에서 눈에 띄었다.

신세계 강남점은 앞서 두 곳보다 월등히 많은 인파로 북적거려 서울 최고의 상권 중 하나라는 인식이 들게끔 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캐리어를 끌며 핸드폰을 보며 돌아다니고 있었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백화점 지도를 들고 다니며 구경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신세계DF 관계자는 “센트럴시티 일대는 이미 충분한 개별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 중 하나다. 그곳에서 신세계가 중심이 돼 그 수요를 서초, 강남뿐 아니라 전국으로 전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면세점들의 이런 낙관적인 전망에도 한국 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91만7900명이었던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4개월 연속 내리막을 달려 지난 10월에는 68만900명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에 기존 9개에서 13개로 늘어난 면세점 간 명품 유치 경쟁도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줄어든 관광객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업체가 속출하는 가운데 늘어난 경쟁자를 상대하기엔 버거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들 면세업을 포기할 순 없으나 명품 유치에는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자될 것이고 이런 사태가 지속되면 출혈 경쟁이 될 수도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동희 기자 donghee0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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