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활동으로 기부의 영역 넓혀가
일부 기업 몸 사리는 분위기에 아쉬움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2016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중견·대기업 오너들이 있다. 최신원 SK네트윅스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적으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지위만큼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기업 차원에서의 기부가 아닌 사재를 출연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일요서울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이들의 행보를 뒤쫓아가봤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8년 설립된 개인 고액 기부자 클럽 ‘아너소사이어티’에 속해 있다. 아너소사이어티는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으로 1억 원 이상 기부 또는 5년 내 1억 원 기부 약정할 경우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개인 회원 기부액 중 가장 많은 규모를 기부한 인물로 꼽혔다. 그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금액은 33억8000만 원에 달한다.
올해 역시 최 회장은 개인 기부자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출연했다. SK네트웍스에 따르면 최 회장이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억 원을 전달해 올해에만 총 6억3800만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최 회장은 선친인 故 최종건 SK 창업주와 작은 아버지인 故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뒤를 이어 2대째 봉사단체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역임하면서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또 2012년 11월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UWW(세계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리더십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기부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 회장의 기부금은 북한 이탈 아동, 청소년과 다문화 가정 등 대한민국의 새로운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된 가정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고향방문 지원, 의료비 지원과 북한이탈 아동·청소년을 위한 통합 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 사회 적응력을 높여주고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에는 멕시코에서 열린 2016 UWW 자선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 내 탈북자 및 다문화가정 지원 사례를 발표하는 등의 활동에도 나서며 기부의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경기침체로 많은 이웃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복지사각지대 내 어려운 이웃들은 더 소외되고 힘들 것”이라며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의 온정이 조금 더 퍼져나가기를 소망하며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신원 SK네트웍스의 회장뿐 아니라 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몸소 실천하는 기업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국내는 물론 동남아 14개국 및 아프리카까지 범위를 확대해 교육지원과 문화교류 등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역사서 편찬·보급으로 올바른 역사를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대표적인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그룹 내 보육지원팀을 신설해 ‘임대료 없는 어린이집’을 선보이는 등 보육 지원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4일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 화재 피해 복구 성금 3억 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했다. 그는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고 어려움에 처한 상인의 피해가 신속히 복구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10월 7일 부영그룹에 따르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경주시 지진 피해 복구지원 성금 5억 원을 (사)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했다.
이에 이 회장은 “계속되는 여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이 하루빨리 삶의 터전을 회복해 안정을 되찾기 기원한다”며 “조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성금이 조그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별세한 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으로 꼽히고 있다. 오뚜기의 창업자이자 명예회장이었던 그는 카레, 케첩 등을 국내 처음 제품화한 인물로 사업 수완 외에도 24년간 4242명의 심장병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주고 지난해 315억 원 상당의 주식을 장애인복지재단에 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앞서 그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들이 10세 이전에 수술을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1992년부터 한국심장재단과 함께 심장병 어린이 후원을 시작했다.
함 명예회장은 2012년 6월부터 장애인학교와 장애인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밀알재단의 ‘굿윌스토어’를 통해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해 왔다. 또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오뚜기재단은 1997년부터 대학생과 대학원생 687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2009년에는 오뚜기학술상을 제정했다. 2012년부터 오뚜기 봉사단을 출범해 저소득 계층을 도와왔다.
특히 다른 기업들은 대부분 대형마트에 파견하는 시식사원을 비정규직으로 뽑지만 함 명예회장은 오뚜기의 시식사원 1800여 명을 모두 정규직 채용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했다.
몸 사리는 대기업 총수들
반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지난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희망펀드’ 기부에 사재 출연 등 앞장선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K·미르 재단 여파로 기부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일요서울은 대기업 관계자들에게 회장들의 ‘사재 출연 기부 내역 자료’ 요청을 했지만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 알려줄 수 없다”, “사안이 예민해 말해줄 수 없다”, “연락 주겠다” 등의 답변만 돌아왔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