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황제’의 힘겨운 투병기
‘코미디 황제’의 힘겨운 투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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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2-11 15:30
  • 승인 2009.02.11 15:30
  • 호수 772
  • 6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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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코미디언 배삼룡(83)의 병원비 미납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배삼룡은 최근 “밀린 병원비 전부를 갚으라”는 법원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한국 코미디계의 거장이자 산증인 배삼룡. 자칫 병마는 물론 병원비와도 싸워야(?) 하는 그의 상황이 씁쓸함을 자아낸다.


병원비 1억4000여만원 미납

지난 5일. 서울 동부지법 민사13부(이은애 부장판사)는 서울아산병원이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과 그 가족을 상대로 낸 1억3900여 만원의 진료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배삼룡은 서울아산병원에 그동안 밀린 병원비를 모두 지불하고 소송비용도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아산병원이 배삼룡을 상대로 진료비 청구소송을 낸 건 지난 2008년 8월. 배삼룡이 1년 여간 입원치료를 받으며 발생한 진료비 가운데 1700만원을 제외한 금액을 미납하면서다. 이같은 사실은 같은 해 12월 언론을 통해 세간에 알려져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병원 측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삼룡씨 측에서 여러 차례 수납하겠다고 했으나 해결이 되지 않았고 이례적인 사례라 소송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딸 “법원 판결 수용”

흡인성 폐렴을 앓고 있는 배삼룡은 지난 2007년 6월, 서울 목동의 한 행사장에서 쓰려진 이래 서울아산병원에서 지금까지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2008년 2월부터는 1인실에서 지내기 시작했다.(특실로 알려졌지만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1인실이다.) 초반에는 병원비 지급에 문제가 없다가 이때부터 진료비가 밀리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법원 판결에 대해 배삼룡의 딸 배모씨는 한 인터넷 매체와의 통화를 통해 “법원 판결을 수용할 테니 강제퇴원 조치만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병원비를 다 배상하겠다는 의미에서 애초에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병원비를 갚을 수 있는 시점에 대해서는 “그냥 답답할 뿐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이유가 있지만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다행이 현재 병원 측은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환자분이 병원에 입원 중인만큼 말 한마디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다른 방침 없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배삼룡을 도우려는 코미디언들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어 병원비 문제가 조만간 해결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코미디언들 ‘모금 운동’

지난 5일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 희극인지부장 엄용수는 전화통화에서 “2월 중으로 모금운동을 진행, 완료할 예정이다. 현재 한예조에 희극인 회원이 560명 정도 있는데 조만간 이들을 상대로 협조 공문을 발송할 것이다”고 말했다.

엄용수에 따르면 후배 코미디언들은 꾸준히 배삼룡과 연락해 왔다. 코미디언노동조합에서 정기적으로 문병을 했고 후원금도 냈다. 올 초 열린 ‘코미디언 신년 결의회’에서 병원비 모금운동을 결정했지만 모금 방법을 정하느라 실행이 늦어졌다.

엄용수는 “자발적으로 모금운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론이 모아졌다. 때문에 모금액은 나중에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밀린 병원비가 적은 금액이 아니라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최선을 다해 선배님을 돕겠다”고 전했다. 이어 “더 일찍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다른 코미디언들을 대신해 대선배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주)사단법인 한국연예예술인협회 관계자도 전화통화에서 “지난 번에도 배삼룡 선생에 대한 모금운동 얘기가 나왔는데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며 “조만간 MC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K, L씨 등과 만나서 여러 가지 방안을 의논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희극 거장 말년 편안하길”

한편 이번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가로 70~80년대를 풍미했던 배삼룡이 병원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함까지 느껴진다는 것. 일부 네티즌은 “잘 나가가는 후배들이 돈을 많이 내면 되지 않냐”고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연예 관계자들은 “남을 돕는데 강제성을 띨 순 없다”는 입장이다.

엄용수는 “네티즌들이 말하는 잘나가는 코미디언들도 나름대로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잘 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도우라고 할 수는 없다. 또 지금까지는 배삼룡 선배님에 대한 대대적인 모금 활동이 없었을 뿐 돕지 않았다고 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중지(衆智)를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삼룡에 대해 아들 배동진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가족보다 팬과 무대를 위한 삶을 사신 분”이라했다. 그 말처럼 평생 남을 웃기기 위해 살아온 배삼룡. 그가 사람들에게 준 웃음만큼 그의 말년이 편안하길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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