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 의한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들의 유쾌한 수다, 여성들이 말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유명한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국내 최고의 여배우들인 최정원, 전수경, 이경미가 뭉쳤다. 이들이 말하는 여성은 어떤 모습인지, 또한 각자 개성에 따라 연기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볼만한 연극으로 손꼽히고 있다. 과연 어떤 연극이길래 이런 극찬을 받는 것일까.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시인, 사회운동가, 시나리오 작가인 이브 엔슬러(Eve Ensler)의 히트 연극으로, 그녀가 직접 각계각층의 200여 명이 넘는 여성들과의 내밀한 인터뷰를 통해 써내려 간 원작 이야기를 모놀로그 연극으로 작품화한 것이다. 원작은 지금까지 한국, 영국 등 세계 24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 된 바 있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신랄하고도 유쾌한 탐험이다. 동시에 복잡하고 미묘한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찬가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통쾌함을 만끽하게 하는 이 연극은 감추어지고 터부시 되어왔던 여성신체의 일부분을 남이 아닌 ‘나’의 관점으로 ‘나에게 이야기 하듯’ 솔직하고 거부감 없게 풀어가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재미있는 연극이다. 은밀하게 여겨졌고 그러다 보니 비밀이 되어버린, 이제는 비밀을 넘어 금기가 되어버린 여성의 본질에 대한 다양한 접근으로 애초에 금기 따윈 없었음을 말하듯 시원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이 작품에는 스타급 연기자들이 출연해 각광을 받았다. 이번 국내 무대에는 베테랑 여성 연기자인 최정원, 전수경, 이경미 등이 나섰다.
연기경력 20여년의 최정원, 전수경, 이경미라는 파격적이면서도 말이 필요 없는 믿음직한 카드를 관객에게 제시하게 된 것이다.
7살 난 어린 아이부터 70세의 할머니까지의 시시각각 다른 얼굴과 다른 목소리, 다른 영혼이 3인의 배우를 통해 무대에 재현되어 객석에 짜릿한 감동을 전한다. 그 순간 관객은 연극의 주제와 형식, 그 안에 담긴 여러 층의 의미를 굳이 느낄 필요도 없이 작품 안에 빠져들며 전율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선사하는 중독적 매력이다.
이경미는 세 명의 배우 중 맏언니로 무대경험, 인생경험에 있어서도 단연 선배이다. 뮤지컬에서 개성강한 역할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물론이고 드라마, 영화, 시트콤까지 그녀의 활동 영역은 끝이 없다. 또한 2001년 한국 버자이너모놀로그의 오리지널 캐스트로서 영화배우 김지숙, 예지원과 함께 버자이너 모놀로그 초연에 출연하여 유료객석 점유율 95%라는 대단한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초연 당시 파격과 찬사를 동시에 받아본 그녀에게 이 작품의 의미는 남다르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연출가이자 본인을 가장 좋아하는 연출가이기도 한 이지나 연출이 2009년 ‘트라이어로그’ 버전의 버자이너모놀로그를 기획하며 가장 먼저 캐스팅을 제의했을 때, 단 1초의 주저함도 없이 “하겠노라”며 출연을 결정한 그녀. 초연으로부터 8년이 지난 2009년. 그녀는 더욱 원숙해지고, 성숙해진 배우로 다시 여자를, 여자의 성기, 여자의 성을 말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전수경 그녀는 항상 유쾌한 모습이다. 뮤지컬, 영화, 드라마를 통해 만나는 그녀의 모습은 늘 활기차고 유쾌하다. 하지만, 삶의 진정한 깊이를 알지 못하면 어찌 남을 웃길 수 있을까? 그만큼 그녀는 삶과 연기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깊은 속만큼 깊이 있는 연기로 이번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는 진지하면서도, 그렇지만 그녀 특유의 유쾌함이 묻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배우들에게 도전 과제와도 같은 이 작품을 소화해낼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내공을 가진 그녀지만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는 금기를 수면위로 끌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유머와 감동, 풍자와 카타르시스를 다각적으로 구현해내야하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도전의 대상이 아닌 가슴 벅찬 현실로 다가왔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 그녀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심지어 뮤지컬을 보지 않는 사람들도 최정원이라는 이름 석자는 알고 있을 정도로 그녀는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배우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세월이 말해주듯, 그녀가 해왔던 작품의 수가 말해주듯, 그녀는 쉴새없이 무대 위를 누벼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이제는 원숙한 여성으로서 그녀에게 이 연극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연기자의 초심으로 돌아가 오롯이 무대에 서보고 싶었다는 그녀에게 이번 작품은 혼자 무대를 짊어지고 가야할 두 번째 과제이다. 그때는 엄마로서의 마음을 얘기하고 딸로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면, 이번에는 여자, 바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이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통쾌함과 유쾌함을 주고 동시에 여성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성에 대해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으로도 값진 경험이 될 것 같다며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대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세 명의 배우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는 것에 이미 많은 관객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 최고의 연극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공연일시 2월 28일까지
공연시간 평일 8시/토 4시, 7시/ 일,공휴일 3시, 6시
월요일 공연없음
공연장소 대학로 SM 스타홀
관람료R석 40,000원 / S석 30,000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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