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유승민 탈당, 숨겨진 비밀
김무성-유승민 탈당, 숨겨진 비밀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6-12-23 16:40
  • 승인 2016.12.23 16:40
  • 호수 1182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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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중인 非朴, ‘潘을 위한’ 신당 만들겠다지만…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최종 결별을 예고했다. ‘최순실 게이트’ 사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서둘러 당을 떠나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비박계는 탈당 결의문에서 ‘보수정권의 재창출’이라는 말을 언급했다. 이들의 탈당이 ‘책임’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앞세운 선택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이에 정치권은 조만간 탄생할 ‘’개혁보수신당(가칭)’의 첫 과제는 반기문 총장과의 관계 설정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즉 조만간 귀국하는 반 총장을 모셔올 수 있느냐가 이들이 그리는 ‘큰 그림’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평가다.


- 1월 창당→2월 경선→3월 ‘제3지대’ 연대 모색→4월 조기 대선
- 중도·진보층 흡수해야 하는 潘… 비박 신당은 ‘글쎄’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1월 신당 창당’을 저울질 중이다. 비박계 황영철 의원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오늘 우리는 새누리당을 떠나기로 마음을 모았다”면서 “회동에 참석한 33명 중 2명을 제외한 31명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진정한 보수 정치의 중심을 세우고자 새로운 길로 가기로 뜻을 모았다”면서 “진짜 보수세력의 대선 승리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潘 귀국 일정에 맞춘 비박계 시나리오

30여 명의 비박계 의원들이 중도보수 성향의 신당을 창당하게 되면 정치권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비박계 신당, 국민의당의 4당 체제로 급변하면서 대선정국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에 정치권은 비박계 보수신당의 안착 요건으로 조만간 귀국할 반기문 총장을 비박계가 모실 수 있느냐를 꼽는다. 올해 12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한 몸을 불사르겠다”며 대선 출마를 강력 시사했다. 나아가 반 총장은 “정치라는 게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기존의 정치 세력과의 연대에도 나설 수 있음을 암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박계가 창당 로드맵을 반 총장의 귀국 시점에 맞춰 짰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1월 귀국 예정인 반 총장의 일정에 맞춰 내년 1월 창당→2월 말 경선→3월 말 ‘제3지대’와의 연대 모색→4월 조기 대선 시나리오를 짰다는 것. 여기에 위 시나리오대로라면 원내교섭단체 수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비박 신당은 내년 사사분기 국고보조금도 받을 수 있게 되는 상황이다.

이 모든 시나리오의 완성은 결국 반기문 총장 영입이다. 비박계가 반기문 총장에게 연일 구애를 펼치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비박계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22일 “유력 대선주자인 반 총장이 어느 정치지형에서 (행보를)할 것인지 선택하는 부분이 매우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도 “반 총장과 뜻을 함께하겠다는 의원이 다수이고 특히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그런 입장이 분명하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정진적 전 원내대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충청권 동향이다. 만약 원내대표를 지내며 친박과 비박 사이 ‘낀박’으로 줄타기를 해온 그가 탈당에 가세해, ‘반기문 메신저’ 역할을 도맡을 경우 비박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정 전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정우택 원내대표가 당 개혁에 노력하겠다고 하니 일단 지켜보겠다”면서도 “(탈당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래전부터 반기문 총장을 대안으로 생각해왔다”며 “그걸 축으로 놓고 움직일 것이다. 반 총장 귀국 전에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정 전 원내대표는 조만간 미국 방문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다음 달 반 총장 귀국과 함께 정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충청권 의원들과 중간 지대 의원들이 ‘2차 집단 탈당’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3지대’에서 安과 ‘러닝 메이트’ 이뤄지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이 비박행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폈던 반 총장이다. 그가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충청권 표는 물론이고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실망감에 떠돌고 있는 기존 보수층 일부의 표 까지 얻게 될 것으로 정치권은 예상한다. 

내년 대선 정국은 사실상 친박(親朴)당과 친문(親文)당을 양극단으로 하고 새누리 탈당파와 국민의당 등이 중간 지역에 포진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곧 반 총장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양극단을 제외한 새누리 탈당파와 국민의당이 포진해 있는 중간지대를 공략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만약 반 총장이 중간 지대 공략을 위해 비박행을 선택할 경우, 어느 정도의 보수층을 추가로 흡수하게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반 총장은 이미 보수층 표를 일부 확보한 상태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반사이득을 얻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여전히 선수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는 충청권과 보수층의 지지층이 굳건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반대로 이는 중도·진보층에서의 반 총장 지지층이 얕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게다가 정치권 내부에서는 비박계가 탈당을 선언함과 동시에 “반기문 영접용 정당을 만든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충청권과 보수층 일부 표에 더해 중도·진보층 표도 흡수해야 하는 반 총장이 이 같은 위험요소를 모두 감수하면서 비박행을 택할 이유는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반 총장이 ‘제3지대’ 행을 선택,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정치권은 예측한다. 만약 반 총장과 안 전 대표의 조합이 성사된다면 반 총장은 보수, 충청권, 중도·진보를 아우르는 외연 확장을 이룰 수 있게 된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 총장은 72세로 고령이다’라는 우려도 젊은 정치인 안 전 대표로 인해 잠식될 것이라는 평가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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