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들아~ 왕년의 언니오빠가 왔다!
샛별들아~ 왕년의 언니오빠가 왔다!
  • 신혜숙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9-02-04 15:36
  • 승인 2009.02.04 15:36
  • 호수 771
  • 6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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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 · 전인화 · 이상아

연예계에 부는 중견 스타 열풍이 뜨겁다. 예능프로그램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맹활약 중이다. 오랜 공백을 깨고 복귀하거나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다. 녹슬지 않은 실력과 풍부한 인생 경험으로 무장하고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중견 스타들의 활약상과 열풍의 원인을 알아본다.


‘(아)줌마테이너’ ‘(아)저씨시대’.

최근 방송가 흐름을 알 수 있는 신조어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중견 연예인들을 지칭한다. 김지선, 박미선, 이승신, 이경실, 조혜련 등이 지난 해 ‘줌마테이너’ 돌풍을 일으킨데 이어 최양락과 이봉원이 ‘저씨시대’의 서막을 올렸다.

80~90년대 ‘개그 스타’였던 최양락과 이봉원은 최근 SBS <야심만만2-예능선수촌>과 MBC <명랑히어로> 등에 출연해 구수한 입담으로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최양락-이봉원, 왕들의 귀환?

최양락은 그간 라디오와 케이블채널 등에서 꾸준히 활동해왔지만 공중파 방송 출연은 10년만.

이봉원 역시 아내 박미선과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고 간간이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로도 출연했지만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이에 두 사람 출연분을 본 네티즌들은 ‘왕들의 귀환’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최양락은 <야심만만>의 새 코너 ‘너는 내 노래’ MC까지 맡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난 해 김국진이 오랜 공백을 깨고 컴백해 성공을 거둔 만큼 최양락과 이봉원 등 80~90년대 개그맨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드라마에서도 중견 파워는 거세다. 여배우들의 활약이 특히 눈에 띈다. 오랜만에 컴백했거나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경우가 많아 더욱 관심이 간다.


중견 여배우 안방극장서 ‘파워’

채시라는 2년간의 공백을 깨고 KBS 대하사극 <천추태후>에서 여걸 ‘천추태후’ 역을 맡아 액션신까지 직접 소화하며 열연 중이다. 채시라의 연기에 대해 “남자들 사이에서도 카리스마가 빛을 발한다”는 호평이 줄을 잇고 드라마 시청률도 높다.

MBC 월화극 <에덴의 동쪽>에서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이미숙도 중견 여배우 열풍의 주역.

80년대를 풍비한 이상아와 김진아는 SBS 아침 드라마 <순결한 당신>을 통해 각각 7년, 8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이상아의 경우 데뷔 후 처음으로 푼수 역을 맡아 촌스런 외모까지 감수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상아와 72년생 동갑내기인 장서희 역시 40%대의 시청률을 돌파한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이끌고 있다.

2월 4일 첫 방송되는 KBS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에선 ‘아름다운 중견 여배우’의 대명사 전인화와 최명길이 주연을 맡았다.

‘중년의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 이 드라마에서 전인화와 최명길은 각각 인기 여배우와 대기업 CEO로 분해 박상원을 사이에 두고 연기대결을 펼친다. 특히 전인화는 11년 만의 현대극 출연인데다 기존의 단아한 이미지 대신 화려하고 도발적인 ‘팜므파탈’의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라 벌써부터 화제다.


김혜자-김혜숙, 영화도 평정?

40대를 갓 넘긴 혹은 바라보는 나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미모와 몸매를 간직한 김남주, 고현정, 유호정도 잇달아 안방극장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김남주는 3월 방송 예정인 MBC <내조의 여왕>으로 무려 8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2007년 영화 <그 놈 목소리>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연기력을 보여줬기에 기대치도 높다.

고현정은 5월에 방송되는 MBC <선덕여왕>에서 선덕여왕과 대립하는 여걸 ‘미실’ 역을 맡아 첫 사극에 도전하고 유호정은 SBS 주말극 <사랑은 아무나 하나>로 2년 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한다.

한편 지난 해 안방극장을 주름잡았던 김혜자와 김해숙은 올해 스크린 접수에 나선다.

<엄마가 뿔났다>로 ‘2008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노익장을 과시한 김혜자는 5월 개봉 예정인 <마더>의 주연을 맡았다.

<마요네즈> 이후 10년 만의 영화인 <마더>에서 김혜자는 아들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역을 맡아 원빈과 호흡을 맞춘다. 재미와 작품성을 두루 인정받는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성적이 기대된다.

SBS <조강지처 클럽>에서 명연기를 펼친 김해숙 역시 인기 감독 박찬욱이 연출한 <박쥐>에서 기존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 “새로움 원해”

중견 연예인들의 활약상에 대해 상당수 연예 관계자들은 “시대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방송사의 움직임이 좁았던 중견 스타들의 활동 영역을 넓혔다는 것.

예능의 경우 그간 독설과 호통, 리얼리티를 내세운 프로그램이 강세였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상대방을 구박하거나 대립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인기지만 “막말과 막가파 방송에 지친다” “정겨운 오락프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구도 늘고 있다.

이에 각 방송사에서 입담과 관록을 갖추고 부드럽게 방송을 이끌 수 있는 중견 개그맨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게 됐다는 것. 실제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인 줌마테이너 박미선은 ‘튀지 않는 진행’과 ‘상황 수습력’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는 직장인 장혜선(서울·34)씨는 “게스트와 포맷이 비슷해 요즘엔 예능프로가 다소 지겨웠다. 근데 얼마 전 최양락씨 출연분을 보고 오랜만에 많이 웃었다”며 “왕년의 스타를 보는 반가움과 여전한 입담에 대한 만족이 컸다”고 전했다.

시청자층 변화도 중견 스타 열풍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기존의 주요 시청자층이던 10~20대들이 인터넷과 DMB 등을 통해 방송을 보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30~40대 이상 중장년층의 ‘리몬콘 파워’가 커졌다.

이에 중장년층,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어필할 만한 프로그램이 필요하게 됐고 이는 중견 스타들의 출연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아줌마 드라마’ 흥행 강세

이같은 현상은 드라마에서 더욱 강하다. 실제 2~3년 전부터 중년층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붐을 이루고 있다.

작년에만도 故 최진실의 유작인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오현경, 김혜선 등이 출연한 SBS <조강지처 클럽>, 오연수 주연의 MBC <달콤한 인생>, 배종옥이 열연한 MBC <천하일색 박정금> 등이 전파를 탔다.

KBS <너는 내 운명> 역시 주연 배우는 청춘스타 윤아지만 소재와 구성은 중년층의 구미에 맞는 작품.

이런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중견 배우 출연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조강지처 클럽>과 <너는 내 운명>은 40% 이상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시청률은 20% 안팎이었지만 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인 ‘줌마렐라’ 열풍을 일으켰다.

중견 스타들도 방송가의 변화를 반기는 눈치다. 그간 마땅한 자리가 없어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 어떤 역할이나 작품도 자신 있다는 것.

실제 <미워도 다시 한번> 제작발표회에서 박상원은 “현대물 속 역할은 마음껏 놀기에 양이 안 차는 경우가 많았다”, 전인화는 “육아 후 돌아왔더니 현대물에서는 이미 욕심나는 역할을 맡기가 힘들더라”, 최명길은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역할을 젊은 친구들이 하는 걸 보면서 아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도 중견 스타들이 출연하는 방송에 대한 반응이 좋다. 한동안 관록 있는 스타들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탄탄한 실력과 풍부한 인생 경험으로 재미는 물론 감동까지 주는 중견 스타들. 이들의 훈훈한 활약이 언제까지 계속되고 어디까지 확대될 지 궁금하다.


#중견스타 컴백 시키는 힘 ‘핏줄’?

최근 왕성하게 활동 중인 중견 스타들 중에는 수년 간의 공백을 깨고 지상파로 복귀한 이들이 적지 않다. 활동 재개 혹은 작품 선택을 두고 고민하던 이들의 발걸음을 방송국으로 돌린 건 가족이었다. 가족들의 말 한마디가 자극과 동기를 준 셈.

최근 <야심만만2> 코너 MC까지 맡으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 중인 최양락은 아들 때문에 10년 만에 예능 프로에 출연하게 됐다.

중학생인 아들에게 “내 친구들은 강호동, 유재석만 알지 아빠는 모른다. 왜 TV에 나가지 않느냐”는 말을 듣고 억울해서 TV에 나가야겠다 싶었다는 것. 한 인터뷰를 통해 개그우먼이었던 아내 팽현숙에게도 “집에서만 웃기지 말고 나가서 웃기라”는 잔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최양락이 아들 때문이라면 이상아는 딸 때문에 <순결한 당신>으로 7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남편은 방송 활동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지만 초등학생인 딸이 자신이 방송에 출연하면 기가 살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활동을 재개했다는 말에서 진한 모성이 느껴진다.

역시 <순결한 당신>을 통해 <명성왕후> 이후 8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김진아. 그녀의 뒤에는 남동생이자 배우인 김성준이 있었다.

김진아는 “한동안 육아에만 전념했는데 최근엔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서 시간이 생겼다”며 “마침 성준이에게 연락이 왔고 남동생과 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누구에게나 그렇듯 연예인에게도 가족이 가장 소중하고 영향력이 크지 않겠나”라며 “가족을 위해서라도 이들이 더 왕성하게 활동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혜숙프리랜서 기자 tomboysh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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