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뚫는 창작·라이선스 뮤지컬 ‘열풍’
경제 위기 여파가 국내 뮤지컬 시장도 강타했다. 어느 때 보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아이디어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공연계에선 지난해에 이은 영화,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과 해외 오리지널 팀의 내한공연보다 국내 배우들에 의한 라이선스 공연을 통해 위기극복에 나섰다. 불황타계에 전력을 쏟고 있는 뮤지컬업계의 풍향계를 되짚어본다.올해도 국내 창작 무비컬(영화와 뮤지컬의 합성어)의 열기가 뜨겁다.
뮤지컬 관객의 관심을 끄는 작품으로는 <주유소 습격사건>(3월12일부터 백암아트홀에서 오픈런), <마이 스케어리 걸>(3월6일~5월17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 <기발한 자살여행>(3월17일~4월19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드림걸즈>(2월27일~7월26일, 샤롯데씨어터)등.
<주유소 습격사건>은 10년 전 270만 관객을 동원했던 대박 영화가 원작이다. 시나리오에 참여했던 영화감독 박정우가 대본과 작사를 맡고, 음악을 작곡한 손무현 음악감독 등 영화 스태프들이 다시 뭉쳤다.
<주유소 습격사건>은 노마크, 딴따라, 뻬인트, 무대포 등의 ‘꼴통’ 4명이 앞뒤 가리지 않고 주유소를 습격하며 벌이는 무법과 몰상식 판치는 하룻밤 이야기다. 최재웅, 이율, 문종원, 김승필 등 젊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마이 스케어리 걸>도 2006년 흥행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이 원작인 무비컬.
올해 초연작으로 지난해 7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디벨롭 공연 형식으로 공개됐다. 당시 극과 음악의 세련된 진행을 선보여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마이 스케어리 걸>은 예기치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수상한 여인 미나와 그를 사랑하는 남자 대우의 예측 불허 사랑 이야기를 톡톡 튀는 감각으로 담았다.
또한 순수 창작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은 핀란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소설이 원작으로 한 집단 자살자들의 모험과 여정을 담았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연극 <보이첵> 등으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임도완(사다리움직임연구소장) 연출가와 드라마 <겨울연가>의 메인 테마를 지은 이지수 작곡가 등의 크리에이티브팀이 3년여 동안 준비를 했다.
성기윤, 임강희, 정상훈, 양꽃님 등 뮤지컬 배우가 대거 참여했다.
2006년 개봉한 동명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한-미 합작물 <드림걸즈>도 관심을 끄는 작품. 100여억원의 제작비에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브로드웨이 제작진 참여 등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밖에 <신(新) 행진 와이키키> <내 마음의 풍금>등도 뮤비컬로 무대에 올려 질 전망이다.
국내 배우가 공연하는 라이선스 공연 늘어
공연계에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작품은 <스프링 어웨이크닝>(6월30일∼2010년 1월10일, 두산아트센터).
지난 2007년 토니상 8개 부분 수상,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매회 매진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독일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동명 희곡이 원작으로 1891년 독일 청교도 학교가 배경이다.
막 성에 눈뜬 청소년들의 불안과 이를 억압하려는 성인들의 권위 의식이 빚는 대립을 그렸다. 팝 싱어송라이터 덩컨 시크의 비트 강한 록 음악과 극작가 스티븐 새터의 대담하면서도 시적인 가사, 빌 티 존스의 감각적 안무가 일품이다.
공개 오디션으로 주역을 거머쥔 김무열과 조정석, 그리고 신예 김유영의 연기대결이 볼만한 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2월6일~3월8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도 관심을 끄는 작품. 지난 2006년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으로 처음 소개된 뒤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3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세기의 ‘옴므파탈’ 돈 주앙의 삶과 사랑, 성장 이야기다. 작곡가 펠릭스 그레이가 만든 강렬한 라틴풍 음악이 플라멩코 춤과 함께 펼쳐진다.
<돈 주앙>는 국내 배우 주지훈, 김다현 등이 출연하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태양의 서커스-자이아> 등에 참여한 외국 스태프들이 참여하고 있다.
공연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9년엔 해외 오리지널 공연 팀의 내한공연보다 국내 창작공연과 라이선스 공연이 러시를 이룰 전망”이라면서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영화를 원작으로 한 무비컬이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수로 VS 엄기준
연극 <밑바닥에서>연기대결
배우 김수로(39)와 엄기준(33)이 연극 <밑바닥에서>(황재헌 각색, 연출)에서 각각 도둑과 전과자로 돌아온다.
<밑바닥에서>는 러시아 극작가 막심 고리키가 1902년 발표한 작품으로 싸구려 여인숙을 배경으로 사회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하층민의 삶을 다뤘다.
작품의 배경이 된 1890년대 러시아는 자본주의 제도의 모순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하층민이 급격하게 늘어나던 시기였다.
이 작품에서는 도둑질로 먹고사는 페펠부터 한때 지식인이었다가 사기 노름에 빠진 사틴, 남편이 있지만 페펠을 사랑하는 바실리사, 알코올 의존증에 걸려 무대에 설 수 없는 배우, 몰락한 귀족 가문의 가난한 남작, 폐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안나 등 다양한 밑바닥 인간 군상의 현실이 그려진다. 2005년에는 뮤지컬로 재해석돼 무대에 올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극단 유의 ‘고전의 향수 시리즈 1탄’으로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공연될 계획이다. 연극 <택시 드리벌> 이후 9년 만에 연극무대에 선 김수로는 도둑 페펠 역을, 뮤지컬 배우이자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 출연하며 주목받은 엄기원은 사기도박 전과자 사틴 역을 맡았다.
2월 14일부터 3월 22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3만∼5만원. 02-556-5910
조나단 기자 cjo42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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