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신-액션신? 대역 안 써요!”

박시연이 ‘팜므파탈 여배우’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2월 5일 개봉하는 범죄 영화 <마린보이>에서 뇌쇄적인 매력으로 남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유리’를 연기한 것. 극중 김강우와의 파격적인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박시연을 <마린보이> 기자시사회에서 만났다.
지난 1월 20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마린보이> 기자시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는 박시연이었다. 늘씬한 각선미가 강조되는 초미니 원피스를 입은 박시연이 등장하자 사방에서 카메라플래시가 터졌다. 영화에서도 그녀의 강렬한 매력은 유효하다.
‘유리’ 역에 단숨에 끌려
<마린보이>는 몸속에 마약을 숨겨 바다를 건너는 마약 운반책 ‘마린보이’를 소재로 한 영화다. 도박 빚에 시달리는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 천수(김강우)는 마약계의 대부 강사장(조재현)에게 생존확률 0%의 마린보이로 조련된다. 극중 박시연은 죽은 강사장 선배의 딸 ‘유리’ 역을 맡아 팜므파탈의 면모를 선보인다. 무심한 표정과 S라인 몸매, 거침없는 행동으로 천수와 강사장 사이의 긴장을 유발하는 유리의 모습은 여자가 봐도 아찔할 정도.
그간 영화 <사랑>과 드라마 <달콤한 유혹> 등 여러 작품에서 순수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발산했던 박시연은 강한 이미지의 ‘유리’에게 단숨에 끌렸다.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던 윤종석 감독 역시 박시연을 보는 순간 자신이 생각하는 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고 읽자 말자 유리가 되고 싶었어요.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게 잘 그려져서 좋았어요. 촬영 당시와 스텝들 얼굴도 떠올랐고요. 좀 있다 다시 영화를 봐야 할 것 같아요.(웃음)”
몸 사리지 않고 촬영
윤종석 감독과 논의 끝에 유리 콘셉트를 “무심함”과 “의리 있는 여자”로 잡은 박시연은 이후 몸을 사리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 촬영 전부터 보컬 트레닝을 받아 재즈 바 장면에선 수준급의 가창력도 선보인다. 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칭찬이 나올 정도였지만 박시연은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가창력의 비밀(?)까지 밝혔다.
“노래를 제가 직접 부르긴 했는데 기계의 힘을 많이 빌린 것 같아요. 저도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웃음)”
박시연은 언뜻 보기에도 힘들었을 것 같은 액션신 촬영에 대역을 쓰지 않았다. 김강우가 “여자로서 소화하기 힘든 장면이 많아 다치기도 했는데 그런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대단했다”고 말했을 정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김강우와의 베드신, 올 누드 뒤태가 드러나는 샤워신, 수중신도 직접 소화했다. 15세 관람가 등급인 만큼 “치열하게 촬영했다”는 베드신의 강도는 생각보다 약하다. 하지만 박시연은 감정이 잘 담겨 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배우로서 성장한 모습
“베드신에 대해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사실 비주얼적으로 야한 장면은 아니에요. 위험하고 아름다운 천수와 유리의 사랑을 담았는데 무척 만족해요.”
<마린보이>에서 박시연은 한층 단단해진 연기력을 선보인다. ‘물이 올랐다’고 하기엔 이르지만 더 이상 설익은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연기 베테랑 조재현과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김강우 사이에서 밀리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킨다는 점에서도 ‘배우 박시연’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조재현과 김강우의 도움도 컸다. <마린보이> 제작발표회에서 박시연은 두 배우에 대한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조재현은 대선배임에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해 편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김강우는 아빠처럼 잘 챙겨줘서 감동받았다”는 것.
치열한 노력과 주변의 노력으로 무사히 <마린보이>를 끝낸 박시연. 그녀가 <타짜>의 김혜수 못지않은 팜므파탈로 인정받을 수 있을 지, 연기자로서 어떤 평을 받을 지 벌써부터 영화 개봉이 기다려진다.
신혜숙프리랜서 기자 tomboysh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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