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 충만한 끼로 대학로를 접수한다

대중 문화계도 경기 불황에 얼어붙었다. 공연계는 ‘스타마케팅’을 활용한 뮤지컬과 명품연극 제작으로 활로를 모색하며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스타마케팅’이 공연계에 본격 도입되면서 신인들이 설 자리를 더욱 좁게 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학로 공연계를 빛냈던 신예 여배우가 있다. 전미도, 주인영이 바로 그들. 신인답지 않은 내공과 무게감으로 무대를 압도하면서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녀들의 작품세계와 연기관을 알아봤다.
전미도, 내공과 무게감 가진 당찬 신인
배우가 되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시골처녀’ 전미도가 대학로 공연계에 떠오르는 샛별이 됐다.
그녀는 2년 전 학력 파문으로 모든 공식 활동을 접었던 윤석화가 컴백해 화제가 됐던 <신의 아그네스>에서 아그네스 역을 맡아 공연계를 놀라게 했다.
<신의 아그네스>는 어린 시절 상처를 겪은 한 젊은 수녀가 갓 낳은 아이를 목 졸라 죽인 충격적인 사건을 소재로 믿음을 둘러싼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지금은 닥터 리빙스턴으로 출연하고 있는 윤석화가 1983년 <아그네스>를 맡아 단숨에 스타로 발돋움했으며, 이후 신애라(1992년), 김혜수(1998년) 등 쟁쟁한 배우들이 이 역을 거쳐 갔다.
전미도는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 제 능력에 해낼 수 있는 역할이 아니라는 생각에 많이 망설였다. 선배들의 명성에 폐만 끼치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작품을 시작하는 배우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도전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결심한 이후에는 뒤도 안 돌아보고 열심히 했다”고 했다.
스타산실로 알려진 <신의 아그네스>에서 아그네스 역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그녀에겐 행운이었다.
그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순수한 영혼을 지닌 스물 한 살의 수녀 '아그네스'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면서 '2008 한국연극대상' 신인여자연기상을 거머쥐었다.
특히 <사춘기>에서의 인상적인 연기는 그를 뮤지컬대상 신인상 후보에 올리며 촉망받는 뮤지컬배우로 주목받은바 있다.
올해 스물여덟인 그녀는 동안과 앳된 목소리 탓에 지금까지 맡은 역은 대부분 고등학생처럼 자신의 나이보다 어린 캐릭터였다.
그녀는 "어린 이미지 때문에 다양한 역을 맡지 못하는 건 아닌가 고민했다. 어려 보인다는 게 콤플렉스였다. 하지만 <사춘기>도, <신의 아그네스>도 그 때문에 뽑혔으니 콤플렉스가 이젠 무기가 된 셈이다"고 말했다.
전미도는 특정 장르의 배우라는 정체성에 묶이기보다는, 장르를 넘어 빛을 발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욕심을 내비쳤다.
주인영, <경숙이…>로 연극상 휩쓸며 주목
주인영은 ‘연극 좀 보는’ 관객이면 누구나 그 이름을 기억해둘 만큼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다.
국립극단 연수단원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이후 <선착장에서>의 다방여종업원, <맨드라미>의 하숙집딸 주혜, <경숙이, 경숙아버지>에서는 전쟁 통에 피난길에서 오른 어린 경숙역 등 작품마다 각기 다른 연기를 선보이며 연극계의 주목받는 배우로 떠올랐다.
<경숙이, 경숙아버지>로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과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도 받았다. 당시 수상자 결정과정에서 ‘짧은 경력만 아니라면 신인상보다 연기상에 어울리는 배우’라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았다.
그녀의 매력은 독특한 캐릭터와 변신에 있다. 지난해 말 막을 내린 <깃븐우리절믄날>(성기웅 작ㆍ연출)에서도 도도하면서도 지적인 매력을 지닌 1930년대의 모던 걸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
연기력 못지않게 언어구사능력이 뛰어나다. 경상도 사투리(<경숙이 경숙아버지>), 옛날 서울말(<깃븐우리절믄날>), 일본어 연기(<야키니쿠 드래곤>) 등에서 짧은 기간 동안 낯선 언어를 익혀 소화해내는 특유의 언어감각을 보여줬다는 평가이다.
그녀는 “앞으로 재즈가수나 댄서 역할에도 도전하고 싶고, 뮤지컬이나 영화에도 출연해 보고 싶다. 극단 골목길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게 '시시한 역할은 없다'는 교훈이기에 때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녀는 연기관에 대해 “내 인생의 행복을 위해 연극을 한다. 특별히 연극을 위해 사는 소명의식 같은 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사실 다른 일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지금으로선 다른 걸 하면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과 영화계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그녀의 행보에 공연예술계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조나단 기자 CJ042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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