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스크린 채색한다’

한국 영화가 긴 불황을 지나 봄날을 기약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감독 6인이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영화 6편을 올 봄 관객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감독과 배우의 이름값, 영화의 규모 면에서 확실한 신뢰감을 안기는 작품들이다. 대한민국 대표감독 ‘6인6색’의 만들어낸 한국영화의 봄날을 기약해 본다.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박쥐>로 3년만에 컴백
박찬욱 감독이 송강호, 김옥빈 주연의 영화 <박쥐>를 통해 3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다.
<박쥐>는 ‘존경받던 신부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뱀파이어가 된 후 친구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 치명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이외의 내용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에밀 졸라의 <녹로주점>의 인물 구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알려졌을 뿐이다.
배우와 스텝들도 영화와 관련 내용을 일절 발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출연했다는 후문이다.
<트와일라잇><렛미인> 등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뱀파이어 영화와 맥락을 함께한 듯도 하지만, 박 감독은 이미 ‘복수 3부작’ 시절부터 뱀파이어 영화에 대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최근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화려한 액션보다는 인물의 어두운 내면에 집중하는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인 정사 장면이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박쥐>는 지난해 10월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이며, 상반기 개봉예정이다.
<미녀는 괴로워> 김용화 감독
<국가대표>영화화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은 스키점프 선수들의 꿈을 그린 영화 <국가대표>를 영화화한다.<우생순>에 이어 비인기 스포츠 종목의 인기를 재현한다. 최근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젊은 배우 하정우가 출연한다.
<국가대표>는 96년 동계올림픽을 유치를 하기 위한 전북 무주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무주군은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을 모은다. 그러나 동계스포츠 불모지인 한국에선 선수 수급조차 쉽지 않다. 어린 시절 헤어진 어머니를 찾기 위해 입국한 입양아, 나이트클럽 종업원, 소년가장 등이 모여 팀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순제작비 70억원 규모의 <국가대표>는 2월말 크랭크업해 상반기 중 개봉할 예정이다.
<타짜> 최동훈 감독
<전우치> 100억대 투자 대작
<타짜> 최동훈 감독은 판타지 코믹 액션 <전우치>로 스크린에 컴백한다.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재해석해 현대세계에서의 전우치 활약상을 담을 예정이다.
누명을 쓰고 그림 족자에 갇힌 조선시대 도사 전우치가 500년 후인 현대에 봉인에서 풀려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괴에 맞서 싸우는 활약상을 그린다.
100억원 순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전우치>에는 스타 강동원, 임수정, 백윤식, 김윤석, 유해진 등 출연진 면면도 기대를 사기에 충분하다.
현재 50% 정도 촬영이 진행됐다. 애초 여름 개봉이 목표였으나, 컴퓨터 그래픽 등의 후반작업이 많아 개봉일이 밀릴 가능성도 크다. 제작사 측에선 ‘한국적인 슈퍼히어로 무비’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투사부일체> 윤제균 감독
재난영화 <해운대>연출
윤재균 감독도 국내 첫 재난영화인 <해운대>를 연출한다.
영화<해운대>는 해운대에 쓰나미가 덮친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영화계에선 최초로 시도되는 ‘재난영화’라 할 수 있다. 할리우드의 기술력을 빌려 100만 인파가 모인 해운대의 쓰나미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낸다.
순수 제작비가 90억~100억 원인 <해운대>는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등 초호화 캐스팅이다. 오는 7월 개봉 예정이다.
<괴물> 봉준호 감독
모성애담은<마더>영화화
<살인의 추억> <괴물>을 잇달아 흥행시킨 봉준호 감독이 <마더>를 영화화한다.
<마더>는 살인 사건에 휘말린 아들(원빈)을 구하기 위해 세상과 맞서는 엄마(김혜자)이야기를 스릴러 성격으로 담았다.
군 제대 후 처음으로 작품에 임하는 원빈과 1999년 <마요네즈>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모습을 드러낼 '한국의 어머니상' 김혜자가 호흡을 맞췄다.
살인 누명을 쓴 아들을 구하기 위한 어머니의 모성이 봉 감독 손에 의해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가 높다.
봉 감독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그의 전작<살인의 추억> <괴물>등이 흥행과 작품성에서 모두 인정을 받은바 있다.
<마더>는 2월 중 크랭크업해 상반기 개봉이 목표다. 일본과 프랑스에 이미 판권이 팔렸다.
박진표, 이창동 등 스타감독들
줄줄이 충무로 컴백
<그 놈 목소리> <너는 내 운명>의 박진표 감독이 <내 사랑 내 곁에>로 영화계에 돌아온다. 지난해 드라마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던 김명민이 주연을 맡았다.
이 외에 참여정부시절 문화부 장관을 지냈던 이창동 감독은 <시>로, 원태연 시인은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로 영화계에 돌아온다.
작품성과 흥행성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스타 감독들이 줄줄이 충무로에 컴백을 하면서 2009년 충무로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조나단 기자 CJ042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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