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사기꾼들>
연극 <사기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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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2-04 11:01
  • 승인 2008.12.04 11:01
  • 호수 762
  • 4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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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에 힘들어도 문화생활 포기하지 마세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제 불황에 전세계가 떨고 있다. 가뜩이나 싸늘한 경기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까지 더해져 서민들은 울상이 되고 있다.

저마다 바짝 졸라맨 허리띠에 타격을 입은 문화계 또한 시름에 젖어 있다.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도 허다하며, 공연계의 대목인 12월에도 새로 시작하는 창작공연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와중에 서민들의 꽁꽁 언 마음을 녹이기 위해 나선 공연이 있다. 15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극단 예우’의 연극 ‘사기꾼들’이다.

극단 예우는 연극 <新 살아보고 결혼하자>로 대학로 터줏대감 역할을 해오다, 11월 8일을 기점으로 제목을 <사기꾼들>로 바꾸었다. 이들은 어려운 때에 웃음과 감동을 주는 공연으로 그동안 받은 사랑을 보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걸맞게 각종 이벤트와 파격적인 할인을 선보이며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학로 연극계가 썰렁한 요즘에도, 연극 ‘사기꾼들’은 15년 입소문의 힘으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이들은 이미 IMF 때에 ‘물가하락기원 티켓’ 이라는 이름으로 할인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할인 이벤트로 공연에서 주는 웃음만큼이나 관객들에게 실속과 재미를 줬다. 11월 김장철에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할인 받아 배추 두 포기 더 사시고, 힘들게 김장하고 받은 스트레스 공연 보면서 푸세요’라며 ‘김장 티켓’을 선보였다. 이 티켓은 40, 50대 주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관련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이번에는 ‘불황처방전 티켓’이라는 이름으로 티켓 가격을 절반으로 깎았다. 좋은 공연으로 경기 불황 속 멍든 서민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처방전이 되겠다는 의미다.

이는 1989년에 창단되어 19년동안 변함없이 ‘좋은 연극 만들기’를 위해 힘쓴 극단 예우가 추구하는 길이기도 하다. 힘들 일상에 치진 관객들에게 공연에서 다루는 삶의 본질적 가치와 사랑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것이 그들의 변함없는 목표이다.

관객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고통을 함께 하는 것이 극단 예우가 걸어온 길이자, 삶이다. 특히 이렇게 경제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어려운 때에 관객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웃음을 전하는 것이 그들의 기쁨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좋은 공연 보여드리는 것 밖에 없잖아요. 더 많은 분들이 우리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면 좋겠어요”라며 예우의 단원들은 소박한 희망을 내비쳤다.


치솟는 물가 속 멍든 마음에 웃음·감동 물약 처방해드립니다

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극장 앞에서 이뤄지는 설문조사는 <사기꾼들> 작품의 소재인 동거와 불륜에 대한 파격적인 내용으로, 보기란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 된다. 이벤트 형식을 띈 이 설문조사는 이미 연극을 본 관객들과 지나가던 행인들이 붙인 스티커로 가득하다.

한 극단 관계자는 “대부분 설문조사를 하면서 즐거워하는데, 가끔 극장 앞에서 한참 동안 토론하시는 분들도 있다. 관심가져 주시니까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매표소와 극장 안 곳곳에 이벤트가 숨어 있다. 앉기만 하면 작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객석이 있는가 하면, 매표소에는 마침 숨은그림찾기처럼 틀린 글자가 숨어있어 찾은 사람에게 줄 선물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매표소의 틀린 글자를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연말에는 더 많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길거리 퍼포먼스도 비밀리에 준비 중이다.



연극 ‘사기꾼들’ 은…

일찍이 이런 반전은 없었다. 네 가족을 믿지 마라!

마이클 제이콥스 원작의 <사기꾼들(CHEATERS)>를 번안해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했던 <살아보고 결혼하자>는 1993년 초연돼 지난해 <新 살아보고 결혼하자>로 재탄생했다. 5000회 공연, 50만 관객을 돌파할 만큼 대성황을 이뤘다.

종태와 세리, 동거중인 이 20대 커플은 결혼 문제로 심하게 다투게 된다. 서로의 마음을 감춘 채 각자 입장만을 내세우던 이들은 다툼 끝에 이별하게 된다.

또 다른 두 커플인 중년의 부부 주은혜와 강호동, 고순자와 김대문.

권태기에 빠진 중년 부부들은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된 채 무미건조하게 일상을 지내다 외도라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마침내 한자리에 모인 6명과 밝혀지는 비밀들.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그들의 결정은?

그리고 단 5분간의 출연으로 무대를 뒤집을 전도사가 등장한다.

이 공연에 등장하는 일곱 명은 각각 현 세대의 인간상을 대변한다. 그들은 각자의 가족에게 솔직하지 못하다. 각자 원하는 대로 삶을 이끌어가려는 행동들은 일방적이다.

각 커플들의 모습, 서로 대화하고 나누며 이해하지 못하고 지극히 일방적인 이들의 행동, 가족이라는 명분만을 위해 서로의 속내를 감추는 것, 그것을 위해 속고 속이는 것 모두가 어찌 보면 사기일지 모른다. 책임과 노력은 회피하고 벌어지는 모습들이 극에 등장하는 세 커플들의 모습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어지는 반전은 극의 분위기와 사건에 대한 전복이다. 결국 이 작품은 연인들의 사랑 그 이상의 가족 과 소통의 문제로 귀결된다. 아예 소통을 포기한 모습들이 만들어낸 상황들은 코미디라는 장르와 어울려 묵직한 주제와 감동을 선사한다.

공연일시 openrun
공연시간 (평일) 8시/ (토) 4시,7시 (일, 공휴일) 3시, 6시 / (월) 공연 없음
*12월 24일(수) 4시, 7시, 10시(3회 공연) *12월 31일(수) 7시, 10시(2회 공연)
*2009년 설연휴 1월 24일(토) 4시, 7시 / 25일(일) 공연 없음
1월 26일(월), 27일(화) 3시, 6시(2회 공연)
공연장소 대학로 연극사랑 솔나무 극장
관람료전석 20,000원
공연예매 티켓링크 1588-7890, 인터파크 1544-1555
공연문의 (주)문사모 02-743-7250

<자료제공 = 문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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