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 출마 여부는 아직 미정”
“김홍업 출마 여부는 아직 미정”
  • 김대현 
  • 입력 2007-03-13 13:59
  • 승인 2007.03.13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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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인터뷰
“동시통역사 자격증을 꼭 취득하고 싶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의 입에서나 나올법한 얘기를 꺼낸 사람은 김대중(DJ) 전대통령의 ‘분신’이자, 국민의정부 막후 실세였던 권노갑(77) 전민주당 고문이다.
그는 국민의정부 시절 모든 권력을 빨아들일 듯한 기세로 ‘막강한 권세’를 누렸지만 진승현게이트, 현대비자금 사건 등에 연루돼 교도소 문턱을 넘나드는 ‘시련’ 또한 겪어야 했다.
‘영욕의 세월’을 뒤로 한 채, 이제 그는 ‘동시통역사’를 꿈꾸는 ‘학원생’ 중 한 명으로 돌아왔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 전고문은 지난 2월 9일 참여정부 들어 7번째로 실시된 특별사면 조치에 포함돼 사면복권을 받았다. 그 직후부터 그의 향후 행보는 언론의 주목을 받는 ‘화젯거리’가 됐다. 특히, DJ 차남의 재보궐 출마를 두고 물밑지원을 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강남 L학원 601호 강의실에서 권노갑씨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권노갑 전고문은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DJ의 2남 홍업씨가 DJ의 고향에서 재보궐 선거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홍업씨의 정계진출을 후원하고 있는 DJ의 ‘창구’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권노갑 전고문이 사면복권을 받아 DJ의 의중을 전달하는 일을 맡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의 움직임을 전했다. 권 전고문은 최근 이해찬 전총리, 정동영 전의장 등과 잇따라 접촉한 바 있다.

전남 신안·무안 지역구는 민주당 한화갑 전대표의 의원직 상실로 재보궐선거 대상 지역이 됐다. 한화갑 전대표 또한 동교동계의 일원으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예정인 홍업씨를 적극 후원하고 있다.


“현실정치 관여할 뜻 없다”
<일요서울>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소재 L어학원에서 권 전고문을 만나 출소 후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권 전고문은 이날 정치적인 언급을 극히 자제하며, 영어 공부에 여념이 없는 자신을 소개하는데 주력했다.

그는 “영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공부에 나이는 중요치 않다”면서 앞으로도 평생 동안 배움의 자세를 견지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홍업씨의 재보궐 출마설과 관련 “아직까지 확정된 게 없다”면서 더 이상의 발언을 자제하는 듯했다.

그는 출소 후 2차례 DJ를 직접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지난 2월 22일 한화갑 전대표, 정균환 전부대표, 설훈 전의원, 박지원 전장관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 함께 ‘특사’ 축하연을 마련한 자리에서 DJ를 만났다. 이에 앞서 권 전고문은 DJ와 부부동반으로 오찬을 갖고 그동안 부족했던 ‘대화의 보따리’를 풀어헤쳤다.

그는 “출소한 후 2차례 DJ와 만났다. 화제는 역시 내가 출소한 부분에 맞춰져 있었고, 나의 억울함을 경청해 주셨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권 전고문의 발언과 달리, 정치적인 언급도 있었을 것이라는 데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최근 들어 부쩍 정치적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는 DJ가 자신의 속내를 내비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범여권의 통합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권 전고문은 ‘적임자’로 손꼽힌다.

그는 이러한 해석에 대해 “DJ께서는 현실 정치에 관여할 뜻이 전혀 없는 걸로 안다”면서 일축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련의 관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학원에서 영어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희수의 나이에 통역대학원 왕기초반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그는 L어학원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수감돼 있을 당시 접한 이익훈 원장의 월간지 기고를 보고 학원 등록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번째 강의를 듣기 위해 이날도 평상복 차림으로 강의실을 찾은 권 전고문은 TV 바로 앞 두 번째 책상에 앉아 열성적인 모습으로 영어글귀를 따라 읽었다.

지금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과제는 동시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일이라고 했다.

권 전고문은 “아직 정치적인 것에 시간을 할애할 여유가 없다”면서 “당면 과제인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의 영어실력은 익히 잘 알려져 있는 바대로 상당한 ‘수준급’이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5년여 동안 영어교사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짧지 않은 기간동안 미국에서 생활을 한 바 있다. 구속 상태에서도 영어잡지를 즐겨 탐독했을 정도다.

그는 영어 공부 외에 나머지 시간에는 주로 골프를 치며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과거 정치적 동지와 후배 정치인들과 함께 ‘라운딩’을 즐기고 있다. 최근 ‘골프광’으로 알려진 이해찬 전총리와도 골프를 친 바 있다.


동시통역사 자격증 취득 목표
권 전고문은 “위로차원에서 이 전총리가 골프를 치자고 제안해 왔다”면서 “정치적인 게 아니라, 개인적인 만남이었다”고 설명했다. 권 전고문은 지난 8일에도 이수성 전총리, 오자복 전국방부장관 등과 만나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이수한 인물로 권 전고문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다.

권 전고문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건강’을 자신있게 거론했다. DJ와 자신의 체력이 아직까지 건전하다는 부분에 힘을 주어 말하기도 했다. 그는 “DJ와 나의 건강은 아주 좋은 편”이라고 했다.


권노갑 전민주당 고문 일문일답

-동시통역사를 준비하게 된 배경은.
▲우리 사회에서 영어는 매우 필요한 학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영어에 관심이 많았다. 비록 내가 나이는 많지만 공부는 평생 동안 계속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개월 뒤에 있을 동시통역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계획이다.

-L어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이 학원 원장이 모 월간지에 실은 시사영어를 보고 이쪽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등록하고 수업을 들어보니, 강사도 훌륭하고 좋은 것 같다.

-DJ와 자주 만나는가.
▲사면된 이후 2차례 찾아뵈었다. 동교동계 모임에서 만났고, 또 한 번은 부부동반으로 자리를 마련했다. 나의 억울함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

-정치적인 계획은.
▲아직까지 정치적인 것에 시간을 할애할 여유가 없다. 지금은 공부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이나 나는 정치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 김홍업씨 출마 문제는 아직 미정인 것으로 안다.

-앞으로의 계획은.
▲외국어대 통역 대학원에 입학할 계획이다. 기회가 된다면, 비자를 받아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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