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팔색조 카리스마’ 김혜수
스타데이트 -‘팔색조 카리스마’ 김혜수
  • 신혜숙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10-01 09:26
  • 승인 2008.10.01 09:26
  • 호수 753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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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독립투사 괜찮았어요”

2000년대 섹시스타 김혜수가 1930년대 모던걸로 변신했다. 일제 강점기 경성(서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 <모던보이>에서 주인공 ‘조난실’ 역을 맡은 것. 시대는 달라도 김혜수의 아찔한 매력은 변함없다. <타짜> 이후 최고의 여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김혜수는 이번 영화에서 다양한 이미지와 폭 넓은 감정연기를 선보이며 20년 차 배우의 내공을 다시금 실감케 한다.

지난 9월 22일.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모던보이> 시사회에서 박해일은 김혜수를 ‘백설공주’로 칭했다. 실제로 이날 하얀 피부에 화사한 핑크컬러 원피스를 입은 김혜수는 백설공주처럼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움은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모던보이>는 1937년 경성을 배경으로 한 일종의 멜로 추리극. ‘당대 최고의 모던보이’임을 자부하는 조선총독부 1급 서기 이해명(박해일)이 비밀스런 여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조난실(김혜수)을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자신에게 도시락 폭탄을 안기고 떠난 난실을 찾아 나선 해명은 예상치 못한 난관을 겪으면서 변화를 경험한다.

난실은 ‘팔색조’ 같은 여자다. 순수함과 섹시함, 연약함과 카리스마를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댄서, 재봉사, 대리 가수 등 직업도 여러 개다. 이름, 심지어 남자(?)도 많은 분위기.


핑크컬러가 어울리는 단발헤어

이런 난실 역에 팜므파탈에서 비인기 무협작가, 바람난 유부녀 등 다양한 역을 맡아 변신을 거듭해 온 김혜수는 한 눈에도 제격이다. 박해일이 캐스팅 소식에 ‘쾌재’를 불렀을 정도. 김혜수는 “최선을 다했는데도 화면에 저 정도 밖에 안 나오니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너스레를 떨지만 이는 겸손의 말이다. 자칫 산만할 수 있는 난실은 김혜수의 매력과 노력을 통해 한국영화에서 쉽게 접할 없는 캐릭터로 완성됐다.

김혜수는 ‘모던걸’ 난실의 외형을 만들기 위해 1930년대 유행했던 단발 헤어를 고수했고 눈썹까지 밀었다. 난실의 엔터테이너적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강도 높은 보컬과 댄스 트레이닝을 받아 극중 모든 춤과 노래를 직접 소화하기도 했다. 김혜수가 일본어, 영어, 한국어로 부른 노래 3곡은 최근 싱글 앨범으로도 발매됐다.

“재즈가수 웅산씨에게 기초적인 것부터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고 스윙재즈도 기본부터 탄탄하게 다졌죠. 덕분에 성량에 벅찼던 노래도 소화할 수 있었고 스윙댄스도 안무를 정한 후부터는 더 편하게 출 수 있었어요. 가수 데뷔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O.S.T가 저도 모르게 디지털 싱글로 나왔더라고요.(웃음) 쑥스러워요.”

노력에 노력을 더했음에도 처음 영화를 본 김혜수의 소감은 만족이 아닌 ‘아픔’이었다. 독립이라는 큰 뜻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접어야 했던 난실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다. 촬영기간 내내 난실에게 깊게 몰입했던 김혜수이기에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

“영화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인터뷰도 못할 것 같고 집에 가야 할 것 같고 그랬어요. 난실이란 캐릭터를 너무 오랜 기간 사랑했고 나중엔 애처로움과 연민이 커져서 괴로웠어요. 그 감정이 연기에 방해를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힘들었고 동시에 소중했던 것 같아요.”

작품 자체에 대한 만족감은 크다. 재기발랄하고 발칙한 원작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에 비해 좀 더 진중하고 엔딩도 다른 영화의 느낌이 개인적으로 더 좋다고. 부담이 적지 않았던 촬영을 한결 편하게 만들어준 박해일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는다.


재즈가수에게 보컬트레이닝까지

“해일씨는 매 장면마다 저를 참 많이 놀라게 했고 그게 자극과 활력이 됐어요. 현장에서 만난 해일씨는 책 속 이해명이 살아 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생명력 있는 연기를 하는 소중하고 훌륭한 배우와 긴 시간 공연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촬영을 위해 1930년대에 관한 여러 정보를 접한 김혜수는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고 생각의 변화도 겪었다. 당시 사람들을 단순히 애국자와 매국자로 나누기보단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어도 마음속으로 독립을 염원했던 이들이 많았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일제 강점기에 살았다면 난실처럼 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동참의사를 표한다.

“난실처럼은 못했겠죠. 저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그래도 마음속으론 간절하게 독립을 바랬겠죠. 흠…사실 어떤 식으로든 독립운동에 참여하지 않았을까요?(웃음)”

시사회 직후, 얼굴을 마주하자 마자 ‘영화 어떻게 봤냐’는 질문을 건네고 진지한 표정으로 의견을 듣던 김혜수. 개인마다 취향이 다른 만큼 10월 2일 개봉하는 <모던보이>에 대한 평가나 흥행 성적을 미리 점칠 순 없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 영화를 통해 ‘배우 김혜수’의 입지가 더욱 단단해졌다는 점이다.

신혜숙프리랜서 기자 tomboysh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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