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스타열전
대기만성 스타열전
  • 신혜숙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09-26 16:27
  • 승인 2008.09.26 16:27
  • 호수 75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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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인(忍) 세 번 새기니 어느덧 ‘스타반열’
송일국 · 유재석 · 장윤정

대기만성.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랜 무명시절을 견뎌 실력을 인정받고 정상에 오른 스타들이 그 주인공. 지인들이 만류하고 동료들이 떠나갈 때도 가슴에 무수히 많은 참을 인(忍)을 새기며 꿈을 이루고 성공을 거머쥔 연예인들을 살펴본다. 현재 왕성히 활동 중인 이들 중심이다.

SBS 주말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조강지처 클럽>은 불륜 소재로 비난도 받았지만 30%가 넘는 평균 시청률과 숱한 화제를 남기며 인기드라마 반열에 올랐다. 드라마 성공에 힘입어 오현경, 김혜선, 안내상 등 출연배우들의 인기도 급상승했다.


모자라? 인기는 넘쳐!

그중에서도 최고의 관심을 받은 이는 김희정. 극중 원수(안내상)의 내연녀 ‘모지란’ 역을 맡은 김희정은 원수에게 버림받는 안타까운 설정과 신들린 연기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재연배우 생활을 포함해 17년간의 무명시절에 종지부를 찍은 것.

1991년 SBS 공채 탤런트 1기로 데뷔한 김희정은 이후 10여 년 간 SBS 드라마에 주로 단역으로 출연했다. 2001년부터 KBS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의 재연배우로 활동하다 문영남 작가의 눈에 띄어 <소문난 칠공주>에 합류했고 <조강지처 클럽>에서 갈고 닦은 연기내공을 발산했다. 지난 17년 동안 중도하차하는 수많은 동료들을 보면서도 연기에 대한 꿈을 접지 않고 단역, 조연 등 어떤 역을 맡아도 최선을 다한 끝에 맺은 결실이다.

<조강지처 클럽> 열혈 팬을 자처한 박찬미(32)씨는 “처음엔 얼굴만 낯익었는데 이제 ‘김희정’이란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다”며 “보다 왕성한 활동을 바란다”고 전했다.


김명민-송일국 무명서 주연으로

김희정만이 아니다. 연예계에는 혹독한 무명시절을 견디고 봄날을 맞은 이들이 적지 않다. 연기자 중에는 현재 월화드라마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과 KBS 2TV <바람의 나라>의 송일국이 대표적이다.

1996년 SBS 공채 6기로 데뷔한 김명민은 드라마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영화 <소름>(2001)과 <거울 속으로>(2003)에 비중 있는 역으로 출연했지만 흥행엔 실패했다. 그러다 2004년 KBS 2TV <꽃보다 아름다워>로 주목받았고 이듬해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 역을 맡아 10년 무명의 한을 풀었다.

초반엔 캐스팅 논란이 일었지만 드라마가 회를 거듭하면서 “이순신 역에 김명민 외에 다른 배우는 없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대학시절부터 ‘극연구 동호회’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연기에만 매진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 타이밍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뉴질랜드로 이민 가려던 김명민이 출국 직전 <불멸의 이순신> 캐스팅 제의 전화를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김명민은 SBS <불량가족>을 거쳐 MBC <하얀거탑>(2007)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의사 ‘장준혁’을 완벽하게 소화해 인기와 연기력에 쐐기를 박았다. 현재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실력 있고 인간미 없는 지휘자 ‘강마에’로 분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MBC 공채 탤런트(1998년)로 출발한 송일국도 6년간의 무명시절을 거쳐야했다. 그러다 2004년 KBS 2TV <애정의 조건>과 <해신>에 잇달아 출연하며 얼굴과 이름을 알렸고 2006년 MBC <주몽>에서 ‘주몽’ 역을 맡아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로비스트>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현재 KBS 2TV 사극 <바람의 나라>에서 주인공 ‘무휼’로 분해 다시한번 인기몰이 중이다. 송일국의 탄탄하고 선 굵은 연기와 카리스마가 힘을 발하고 있는 셈.

그런가하면 한상진은 MBC <이산>에서 ‘홍국영’으로 열연해 데뷔 8년 만에 신인상을 수상(2007 MBC 연기대상)했고 1990년 연극으로 데뷔한 이래 줄곧 무명으로 지내던 김윤석은 <타짜>와 <추격자>로 충무로를 평정했다.


‘국민 MC’도 10년 무명 설움

현재 맹활약 중인 개그맨 중엔 MBC 간판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 유재석과 박명수가 뒤늦게 재능을 인정받은 케이스다.

제1회 KBS 대학개그제(1991)로 연예계에 진출한 유재석은 이후 10여 년간 무명의 설움을 맛봤다. 김국진, 김용만, 박수홍 등 승승장구하는 동기들과는 상반된 처지였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MBC 오락프로그램 <동거동락> MC를 맡아 톡톡 튀는 입담과 친근한 진행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이를 발판으로 MBC <무한도전>, KBS 2TV <해피투게더>, SBS <일요일이 좋다>와 <놀러와> 등 방송 3사 오락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며 ‘국민MC’ 반열에 올랐다. 특히 유재석은 톱스타임에도 동료 연예인들에 대한 배려와 겸손함을 잃지 않아 안티 없는 연예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박명수 역시 1993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래 10년 이상 인기를 누리지 못하다 2006년 <무한도전>을 통해 반전을 꾀했다. ‘호통개그’를 선보이며 ‘거성’으로 떠오른 것. 박명수는 현재 <무한도전> 외에도 KBS 2TV <경제비타민>과 <해피투게더3>, MBC <브레인 배틀> 등에서 활약하며 ‘제8의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독설 개그’ 김구라, MC로 인정받는 지석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봉선 등도 길고 긴 무명의 터널을 통과해 정상에 올랐다. 개그맨은 아니지만 방송인 김제동과 현영 역시 대기만성형. 김제동은 10년 이상 무명MC 생활을 했다.

1997년 SBS 슈퍼엘리트 모델로 데뷔한 현영은 2005년 <해피투게더-여걸 파이브>에 출연하면서 매력과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특히 현영은 특이한 목소리 등으로 데뷔 초엔 비호감이였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호감형 스타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MC몽·장윤정도 늦깎이 스타?

10대 아이돌그룹이 넘쳐나는 가요계에도 늦깎이 스타는 있다.

가요계는 물론 예능계까지 평정한 MC몽도 알고 보면 무명시절이 길었다. 1998년 힙합그룹 ‘피플크루’로 데뷔, 6년 간 이름을 알리지 못하다 2004년 솔로 1집을 기점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후 발표하는 앨범마다 대박을 기록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2004년 1집을 발표한 3인조 남성그룹 V.O.S는 팀 해체 위기까지 겪다 지난 해 MBC <쇼 서바이벌>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신세대 트로트’ 여왕 장윤정은 <어머나>로 뜨기 전까지 4년간 무명으로 지냈고 ‘힙합대부’로 불리는 바비킴은 10년 간 초야(?)에 머물렀다.


실력으로 정상…‘진짜 스타’

앞서 언급한 이들 외에도 연예계에는 가슴에 참을 ‘忍’을 세 번, 아니 수십 번씩 새겨가며 정상에 오른 스타가 적지 않다. 이같은 대기만성형 스타들의 공통점은 한번 얻은 인기를 쉽게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이나 외모, 주변환경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고 정상에 섰기 때문에 인기 그래프에 변동이 생길 순 있어도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

연예 관계자는 “오랜 시간 내공을 쌓고 여러 어려움을 겪은 늦깎이 스타들은 어떤 일이 주어져도 척척 해내는 진짜 스타”라며 “실력은 물론 인간성도 좋은 경우가 많아 선후배 관계도 돈독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쉬운 사실은 최근 연예인의 수명주기가 워낙 짧아져 대기만성형 스타를 만날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이다. 탤런트 매니저는 “단역에서 조연을 거쳐 주연을 맡으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기회를 얻기 힘들어진다”며 “나이를 떠나 가능성 있는 배우를 발견하면 꾸준한 관심과 기회를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천천히 끓어 쉽게 식지 않는 뚝배기처럼 오랜 시간 단련한 내공으로 뒤늦게 빛을 발하기 시작한 대기만성형 스타들의 뜨거운 활약상이 더욱 기대된다.


신혜숙프리랜서 기자 tomboysh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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