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고 썩은 물 갈아야 산다”
“고이고 썩은 물 갈아야 산다”
  • 김은숙 
  • 입력 2003-12-15 09:00
  • 승인 2003.12.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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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총선 물갈이론’에 휩싸이고 있다. 당 중진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에서 촉발된 물갈이론은 당중진들을 겨냥하며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물갈이 대상은 뇌물수수 등 비리 연루자, 고령자 등이 1차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밖에 철새정치인 등도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이미 최병렬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시도할 의지를 여러차례 내비쳐 왔다. 한나라당은 12월을 기점으로 대대적 물갈이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물갈이 대상에 포함된 당중진의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물갈이를 둘러싼 내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단식투쟁, 특검재의 문제로 뒤숭숭했던 한나라당이 총선을 향한 레이스에 본격 돌입하고 있다. 그 신호탄으로 공천 물갈이론이 당내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이미 최대표는 혁명적 수준의 공천혁명을 예고한 바 있다. 또 당내 양정규(70) 의원을 비롯해 김찬우(70), 주진우(54) 의원 등이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물갈이론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검찰이나 법원을 드나드는 비리의원은 ‘숙청1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이미 불출마 의사를 밝힌 두 의원외에 비리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박재욱, 박주천, 임진출, 박명환, 최돈웅 의원 등이 불출마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10여명의 의원들의 용퇴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당안팎에서는 영남권의 K, Y, H , J, C, K, P의원 등과 중부권 K, C, S 의원 등의 사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당내 중진인 박관용(65) 의장은 여러차례 총선 불출마와 정계은퇴 방침을 밝힌 바 있고, 김용환(71) 의원은 작년말 17대 총선 지역구 불출마를 밝힌 상태다.

강삼재 의원도 지난 9월 ‘안기부 예산 전용 의혹사건 ’과 관련,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당초 용퇴론을 주장했던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고령자나 비리연루 정치인을 직접 겨냥해 사퇴압력을 넣고 있다. ‘60대 이상 용퇴론’을 최초 제기한 386의원인 원희룡 당기획위원장은 중진의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물갈이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다. 원 의원을 비롯한 소장그룹은 “인적쇄신 없이는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이른바 ‘물갈이론’ 확대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 왔다. 당안팎에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새로운 인물을 적극 영입해야 하는 만큼 당 중진 선배 의원들의 명예로운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특히 소장파 의원들은 당이 구태와 고령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60대 이상 현역의원들의 용퇴가 불가피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중진의원들은 물갈이 대상을 단순히 연령을 기준으로 삼았다는데 격분하면서도 이러한 당내 흐름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가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한나라당 현역의원들의 연령별 분포도를 보면 소장파가 커트라인으로 삼은 60대 이상은 모두 79명(60대 71명, 70대 8명)으로 전체(149명) 의석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대로라면 최병렬 대표를 비롯한 홍사덕 총무, 박주천 총장, 이강두 정책위의장 등 당 4역을 비롯한 고위당직자 대부분이 물갈이 대상에 포함된다.따라서 한나라당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연령을 기준으로 한 용퇴론은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당내 소장의원들은 연령을 고려한 비리연루자나 철새정치인 등이 물갈이 대상이라고 맞받아 치고 있다.

따라서 당 안팎에서 나돌고 있는 ‘물갈이론’의 중심에는 이들 구태정치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각종 대형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상당수에 달한다. 나라종금 사건을 비롯한 굿모닝게이트, 현대비자금 사건 등 대형게이트와 관련한 검찰수사가 외형적으로는 김대중 정권 당시 실세 등 범 여권을 겨냥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각종 대형게이트가 정치권의 음성적인 정치자금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한나라당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사정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개인비리에 연루되어 검찰에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는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이들 중 일부의원은 이미 자진사퇴를 밝힌 상태다. 이른바 ‘철새 정치인’들도 물갈이 대상에서 비켜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나라당내에서 ‘철새 정치인’ 논란이 일고 있는 의원은 모두 14명.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이회창 대세론’에 편승해 한나라당에 입당한 김원길·박상규·원유철·전용학·이근진·김윤식·강성구·함석재·이양희·이완구·이재선·한승수·박근혜 의원, 지난 6월10일 자민련을 탈당, 무소속으로 있다가 7월7일 한나라당에 입당한 송광호 의원 등이다.하지만 이들 영입파들은 대부분 아직까지 지구당도 넘겨받지 못한채 당 주변을 맴도는 방랑자 신세로 전락했다.

여기에 당적 변경 등 ‘철새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정치적 입지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게 현실이다.최근 당내 ‘물갈이론’과 맞물려 정치신인들이 영입파 의원들의 지역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들 의원들의 약화된 정치입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물갈이를 통한 공천준비는 김문수 외부인사영입위원장을 중심으로 상당히 진척돼 가고 있다. 김위원장은 “칼자루를 휘두르는 일만 남았다”고 공언한 상태다. 고령과 비리의 큰 틀안에서, 또 정치적 정체성 문제등의 범주 안에서 최병렬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미 물갈이 대상에 대한 정리가 끝난 것으로 엿보인다. 최대표도 “이제 공천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알각에서는 “영남의원 50%이상이 물갈이 될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내 정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물갈이를 거부하는 중진 30여명이 당 지도부의 방침에 정면 대응할 것으로 전해져 내홍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새해 예산안 처리 등이 완료되는 대로 지구당위원장 전원 사퇴방안과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공천심사위 가동방안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자 당내 중진인사들이 ‘인위적 물갈이 강력 반대’입장을 내비치며 집단 반발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당내 반발을 최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가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은숙  iope7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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