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거침없는 하이킥 논란
연예인 거침없는 하이킥 논란
  • 신혜숙 프리랜서  
  • 입력 2008-08-27 10:58
  • 승인 2008.08.27 10:58
  • 호수 748
  • 4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미냐? 편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연예인들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이 오락프로그램의 중요 재미요소로 자리매김했다. ‘호통개그’와 ‘리얼리티’ 콘셉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때문에 방송에서 터프한 면모를 보이는 스타도 늘었다. 이는 해당 연예인의 인기 발판이 되는 한편 ‘막말 논란’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방송 재미와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혹은 편집당하지 않기 위해 때로는 오버할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은 일견 억울하다.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였습니다.”

가수 황보와 신지가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MBC 오락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출연 후 ‘태도불량’과 ‘막말’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

황보와 신지는 ‘돌아온 무서운 언니들’이란 콘셉트로 진행된 방송분에 가수 김현정과 함께 출연했다. 두 스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은 재미를 자아냈지만 동시에 비난도 불러 일으켰다.


황보-신지 ‘막말 논란’

황보는 지난 달 30일 방송 분량에서 삐딱한 자세로 의자에 앉은 건 물론 다른 출연진의 대화에 끼어들어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방송 후 일부 시청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황보의 행동이 눈에 거슬렸다’는 의견을 표출한 것.

2주 후인 지난 13일 방송분에선 신지가 구설수에 올랐다. ‘라디오스타’ MC이자 선배 가수인 신정환과 대결구도로 진행된 대화에서 거친 말투를 사용해 시청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 역시나 방송 후 인터넷 게시판엔 ‘방송에서 선배에게 너무 무례하다. 예의가 없다’는 요지의 글들이 게재됐다.

논란이 일자 황보와 신지는 언론을 통해 각각 “방송 프로그램 특성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보인 것 같다”, “방송 콘셉트였던 ‘강한 언니들’을 살리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 재미 위해 거칠게?

비단 황보와 신지만이 아니다. 최근 오락프로그램 트렌드가 ‘호통개그’와 ‘리얼리티’로 자리매김하면서 많은 스타들이 거친 말과 행동으로 인기를 얻는 동시에 구설수에도 오르고 있다. ‘독설가’ 김구라와 ‘엉뚱한 매력녀’ 솔비 등 소위 오락프로그램에서 ‘잘 나가는’ 스타 중 상당수가가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연예 관계자들은 스타들의 거친 방송 언행에 대해 “잘못이 없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여러 가지 이유로 촬영 과정에서 수위를 넘나드는 언행을 하게 된다는 것.

관계자들에 따르면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자극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프로그램의 재미와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서다. 이런 현상은 리얼리티 중심의 오락프로그램이 증가하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리얼리티 오락프로를 통해 연예인들은 일상생활 속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게 됐다. 거친 언행을 허용하는 범위도 전보다 넓어졌고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 ‘센’ 이야기에만 반응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황보와 신지가 출연했던 ‘라디오스타’처럼 일부 오락프로는 서로를 공격하고 방어하는데서 재미를 준다.

방송인 매니저는 “요즘 오락프로는 대부분 정해진 틀 없이 촬영이 진행되고 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원한다”며 “방송을 재미있게 하려는 욕심이 지나쳐 일부 연예인이 실수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재미를 위해 일부 연예인은 거짓말까지 하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엔 여러 연예인이 ‘거짓말 논란’을 일으켰다. 개그맨 지상렬은 가수 장윤정과의 열애를, 슈퍼주니어의 이특은 ‘피겨요정’ 이연아에게 싸이월드 일촌신청을 했다 거절당했다는 거짓말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개그우먼 이영자는 일명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 사건’으로 화제를 모았다. 물론 이들이 밝힌 거짓말 사유는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였다.


‘친분’이 방송선 ‘막말’로

친한 연예인들이 MC와 게스트로 만나면 각종 논란을 빚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제아무리 끼가 넘치는 연예인이라도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 오락프로에서도 제대로 된 재미를 유발하긴 힘들다. 하지만 친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짓궂은 농담이나 장난이 가능하고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어 약점이나 잘못을 유머 소재 삼아 폭로할 수도 있다. 이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녹화 당시엔 재미있지만 시청자들에겐 무례한 언행으로 다가가 논란을 유발하기도 하는 것.

탤런트 매니저는 “친한 친구끼리 구박하면서 애정을 표시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며 “하지만 본편에선 유독 강한 부분만 드러나고 방송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더해져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라디오스타’ 출연 후 막말 논란을 겪은 황보와 신지는 언론을 통해 각각 “원래 ‘라디오스타’ MC들과 친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촬영을 마쳤다”, “신정환과 악감정은 전혀 없다. 촬영하는 동안 한번도 부딪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편집 피하려 오버하기도?

그런가하면 ‘편집의 비애’를 피하기 위해 오버하다 막말 논란을 빚기도 한다.

오락프로의 가장 큰 목적은 재미다. 때문에 장시간 녹화해도 본방송에선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웃게 할 수 있는 내용과 연예인만 살아남는다.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오락프로에 출연한 스타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보다 센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그 과정에서 도를 넘어선 말이 나오기도 하는 것.

케이블 방송 관계자는 “오락프로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때문에 지나치지 않다면 다소 수위가 높더라도 화제가 될 만하고 웃음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살리게 된다”고 전했다.

여기에 제작진의 욕심도 더해진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재미, 새로운 내용을 원하는 제작진의 은근한 바람이 출연 연예인에게 부담 아닌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부 연예 관계자는 ‘지나치다 싶은 말이나 행동을 편집과정에서 없애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작진에게도 막말 논란 책임이 어느정도 있다는 의견도 보인다.

다양한 프로그램 패널로 활동 중인 방송인 매니저는 “분위기 띄우는 역할을 맡은 연예인은 늘 재미있게 해야 하는 부담을 느낀다”며 “그런 부담감에 때로는 오버를 하고 위험수위를 넘는 발언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스스로 선 지키려 노력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막말’과 ‘막장’ 지적이 일 정도로 과한 연예인의 언행은 완전히 용서받기 힘들다. 방송은 전 국민이 함께 보고 즐기는 매체인 만큼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것.

시청자들이 막말 논란이 일 때마다 지적하는 부분도 “사석도 아닌 방송에서 그런 말과 행동을 해서야 되겠느냐”다. 특히 절제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막말 논란 연예인은 더 큰 질타를 받는다. 일례로 <라디오 스타>에 황보, 신지와 함께 출연한 김현정은 논란을 빚지 않았다.

박성혁(32·직장인)씨는 “연예인도 사람인만큼 방송에서 실수할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 연예인의 막나가는 말들을 보면 단순한 실수라기보다 방송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진지하게 방송에 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중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리얼리티와 호통개그가 대세인 만큼 앞으로도 막말 논란에 휩싸일 연예인은 쉽게 줄지 않을 듯하다. 재미와 웃음을 주는 ‘까칠한 말투’와 짜증을 유발시키는 ‘막말’의 기준을 잘 파악하는 연예인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혜숙 프리랜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