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 연극무대 화려한 컴백 나문희
스타데이트 - 연극무대 화려한 컴백 나문희
  •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08-20 10:55
  • 승인 2008.08.20 10:55
  • 호수 747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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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희표 엄마’ 연극서 보여 줄게요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사랑받고 있는 중견배우 나문희가 1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오는 29일부터 공연되는 대학로 연극 프로젝트 ‘연극열전2’의 8번째 작품 <잘자요, 엄마(‘night, mother)>를 통해서다.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더위도 잊고 맹연습 중인 ‘한국의 어머니’ 나문희를 만났다.

“잘만 하면 이번 연극은 저에게 하나의 역사가 될 것 같아요.”

지난 8월 7일. 서울 동숭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잘자요, 엄마>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나문희는 작품에 대한 애정과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96년 이윤택이 연출한 <어머니> 이후 무려 12년 만의 연극이니 오죽 각별할까.

<연극열전2>의 8번째 작품이자 미국 여성 극작가 마샤 버튼이 쓴 <잘자요, 엄마>는 자살을 앞둔 딸 ‘제시’와 그녀의 어머니 ‘델마’가 보내는 마지막 두 시간을 그린 2인극이다.

간질병과 이혼, 문제아 아들 등으로 고통 받던 제시와 제시의 아픔을 몰랐던 델마. 연극은 사랑하지만 온전히 소통하지 못했던 모녀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삶과 죽음, 가족의 의미를 돌아본다.


세 딸 가진 엄마의 회한

극중 나문희는 손숙과 함께 ‘델마’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제시의 자살을 막으려다 결국 받아들이는 델마로 분해 절절한 모성애를 보여줄 예정이다. 드라마와 영화 스케줄만으로도 정신없이 바쁜 나문희가 <잘자요, 엄마>를 선택한 건 좋은 시나리오와 정서적 공감 때문.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번역극은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이번엔 별 차이를 못 느꼈고 제 이야기 같았죠. 할수록 맛이 나고 빠져 들어서 더운 줄도 모르고 연습 중이에요. 제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세 딸의 어머니인 나문희에겐 특히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가 막힌’ 제시의 삶이 가슴 아파 연습하면서 눈물이 멈추지 않을 정도다. 실생활에서는 델마와 달리 딸들과 하루 수차례씩 통화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나문희. 하지만 <잘자요, 엄마>는 “보러 오지 말라”고 당부했단다.

“사실적인 내 연기를 보고 딸들이 울면 마음이 힘들 것 같다.
딸들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생각을 가질까봐 걱정되기도 한다”는 말에서 진한 모성애가 묻어난다.

나문희는 <잘자요, 엄마> 출연 제의를 받고 한동안 망설였다. 두 명의 배우가 두 시간 동안 작품을 이끌어가는 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지, 어떤 각오를 필요로 하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갈등이 사라진 건 <연극열전2> 프로그래머이자 후배인 조재현과 연극 무대인 소극장을 방문한 후부터.

“200석 정도 되는 소극장을 직접 보니까 ‘여기서 관객들과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컨디션만 따라준다면 작가와 작품이 전하려는 바를 연기로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요.”

출연을 확정한 후부터는 연습에만 매진했다. 예정된 영화 촬영이 미뤄지면서 연습시간은 더욱 늘었다. 45년 이상 연기생활을 했지만 여전히 대본을 미리 봐야 마음이 편한 탓에 조재현을 재촉해 지난 3월에 대본을 받았다는 나문희.

최불암이 “캐릭터 분석이 뛰어나고 연기가 자연스러워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탄탄한 그의 내공은 절로 얻어진 게 아닌 셈이다.

“<잘자요, 엄마>는 특히 대사를 빨리 외워야겠다 싶었는데 대본이 안 나와서 조재현씨에게 전화로 재촉했죠.(웃음) 특집극 때문에 며칠 연습을 못했는데 오늘 쭉 훑어보니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디테일한 부분과 딸과 주고받는 대사만 좀 더 다듬으면 <잘자요, 엄마>는 제게 하나의 역사가 될 것 같아요.”


MBC 라디오 공채1기 성우 출신

1961년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해 얼마 후 연기자로 전향한 나문희. 이후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50대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한 그는 변함없는 활동 원동력을 묻자 “연기가 좋아해서 열심히 하다 보니…”라며 말끝을 흐린다. ‘한국의 어머니’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무안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강부자씨, 김혜자씨도 ‘한국의 어머니’로 불리지만 제겐 그 표현이 무안해요. 그냥 제가 연기하고, 제 그릇에 담아내니까 ‘나문희표 엄마’라고 하고 싶어요.”

관객과 호흡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연극의 맛’이 좋아 더 나이 들면 지하철 타고 다니며 연극만 하고 싶다는 나문희.

이 노장에게도 아직 욕심나는 역할이 있을까? 우문에 돌아오는 현답. 그 속에 연기에 대한 깊은 연륜과 변함없는 열정이 담겨있다.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좋은데 저에게 맞게 좀 더 깊이 있게 써주는 작가의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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