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업’ 재벌부터 구멍가게까지 …매출액 천양지차
‘1인 기업’ 재벌부터 구멍가게까지 …매출액 천양지차
  •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08-12 12:50
  • 승인 2008.08.12 12:50
  • 호수 746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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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출연료 빛과 그림자
SBS드라마 에 출연했다 출연료 지급 시비에 휘말린 이훈·소유진(좌) 박신양

연예인들의 몸값, 즉 ‘출연료’가 새삼 화제다. 회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드라마 및 행사 출연료로 일반인들의 기를 죽인데 이어 출연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알려져 관심을 모은 것. 일부 톱스타는 높은 출연료 때문에 비난받고 인지도 약한 연예인들은 낮은 출연료 때문에 고통 받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출연료. 그 모든 것을 살펴본다.

연예인이 최고의 직업 중 하나로 각광받는 시대다. 덕분에 연예인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도 급상승했다. 일부 톱스타는 ‘1인 기업’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경제력을 자랑한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출연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1회당 천만원대 출연료

인기스타의 드라마 출연료가 천 만대원대로 접어든 건 오래 전 일이다. 외주제작사 관계자에 따르면 작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톱 배우의 경우 회당 평균 2천~3천만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류스타를 비롯한 일부 연기자는 회당 5천만원 이상의 몸값을 자랑한다.

자타공인 최고의 한류스타 배용준은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 출연료가 ‘억대’라는 설로 연예가를 뜨겁게 달궜었다. 박신양도 SBS 드라마 <쩐의 전쟁> 제작사를 상대로 번외편 출연료 미지급금 관련 소송을 내는 과정에서 번외편 4편의 출연료가 6억2천만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이를 단순히 나누면 회당 출연료는 무려 1억5500만원.

한 드라마 캐스팅 디렉터는 “요즘 웬만한 스타급 배우는 망설임 없이 천만원 대 출연료를 부른다”며 “인기 조연배우의 출연료도 회당 500~800만원에 육박하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냐”고 말했다.

드라마나 영화 출연료만이 아니다. 일명 ‘밤무대’로 불리는 유흥업소나 각종 행사를 통해 연예인이 버는 금액도 상상초월이다. 얼마 전에는 일부 온라인 언론을 통해 소문으로만 떠돌던 연예인들의 밤무대 출연료가 구체적으로 공개돼 놀라움을 자아냈다. 지난 7월 말, 서울 중앙지검 형사3부가 허가를 받지 않고 가수들의 유흥업소 출연을 주선해온 혐의로 연예기획사 대표 H씨 등 6명을 불구속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금액이 알려졌다는 것.


하룻밤 출연료 일반인 연봉?

기사에 따르면 일부 연예인은 밤무대 1회 출연료가 3천만원에서 4천만원이었고 1~2천만원대 출연료를 받는 가수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최고가인 4천만원을 받는다고 지목된 가수 겸 인기 방송인 측은 언론을 통해 “터무니없는 얘기다. 1회 출연료는 1천5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검찰도 “공개된 금액에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 업계 종사자들의 말을 근거로 추정한 금액이지 확실한 것은 아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번에 공개된 금액은 사실이 아니라 해도 연예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기스타의 밤업소 출연료는 1천만원대다. 물론 공연시간이나 규모 등에 따라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가수 매니저는 “인지도가 조금 있는 가수도 무대 장악력 등에 따라 500만원은 받을 수 있다. 섹시 여가수나 인기 여성그룹, 아이돌 그룹을 무대에 세우려면 2천만원 이상 드는 것으로 안다”며 “30분 내외의 공연 시간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높은 출연료에 연예인들이 마냥 행복한 건 아니다. 대중의 질타를 받고 가슴앓이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연예인 출연료 관련 기사엔 비난 댓글이 넘쳐난다. 하는 일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고 상대적인 박탈감까지 조성한다는 것.


일반인들 “음메~기죽어”

김인규(가명·29·직장인)씨는 “연예인들의 출연료 기사를 볼 때마다 일 할 의욕을 잃는다”며 “내가 한 달 혹은 일 년 일해서 버는 돈을 누군가는 하루 만에 번다는 생각에 허탈해진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나치게 많이 받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액수를 떠나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연기자들의 잇따른 출연료 관련 소송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박신양 외에 이훈과 소유진도 밀린 출연료를 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1일, 이훈과 소유진 등 SBS 드라마 <아들 찾아 삼만리>에 출연한 배우 10여 명은 제작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연료 지급청구’ 소장을 냈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출연료와 수당 중 일부를 받지 못했고 제작사 측에 수차례 미지급금 지불을 요청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 소장에 따르면 이훈과 소유진은 출연료 가운데 각각 5천 만원과 6천만원을 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30%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MBC <태왕사신기>와 <이산>도 일부 배우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최근 <태왕사신기> 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이 9월 중으로 미지급금을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고생하고 돈 못 받고?

탤런트 매니저는 “계약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출연료는 한꺼번에 받지 않고 계약 시 절반, 드라마 촬영 중간이나 종영 후 절반을 받는다”며 “때문에 제작사의 자금력이 좋지 못하면 출연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두고 “연예인들이 자초한 일”이란 비판을 가해 당사자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배우들의 터무니없이 높은 몸값을 제작사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실제 스타들의 치솟은 출연료는 제작 환경을 저해하는 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많게는 제작비의 70%가 출연료로 지출되면서 상당수의 제작사가 만성적인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 <태왕사신기> <하얀거탑> 등을 제작한 김종학 프로덕션의 김종학 대표는 지난 4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의 편당 제작비가 1억3천만원인데 주연배우 4명의 편당 출연료만 9천만원이 넘는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작사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 책임을 연예인에게만 전가하는 건 무리라고 연예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방송권을 따기 위해 톱스타 캐스팅 경쟁을 벌여 출연료를 올린 외주 제작사의 잘못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신생 혹은 군소 제작사는 제작비를 고려하지 않고 출연료를 책정해 감당하지 못하기도 한다.

방송사와 제작사 간 제작비 지급 방식도 바람직하진 않다. 제작사는 방송사로부터 제작비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100% 지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많으면 80%, 적으면 절반 정도라는 게 외주 제작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결국 처음부터 제작비가 초과된 상태에서 드라마를 만드는 것. 더욱이 사전에 제작비를 모두 받는 경우도 많지 않다. 작품과 외주 제작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드라마 촬영 전후로 나누어 받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엔 경기 불황으로 PPL(간접광고)도 현금보다 제품 위주로 이뤄져 제작사들이 받는 자금 압박이 더 심해졌다.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 시 기본적으로 받는 돈보다 들어가는 돈이 더 많은 데다 추가비용은 계속 발생한다”며 “이를 충당하기 위해 방송국 지원금 외의 수익이 발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대다수 외주 제작사가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들어올 돈이 계획보다 늦어지면 미지급금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제작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음에도 스타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는 점에서 연예인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탤런트 매니저는 “몇몇 스타들이 무리한 출연료를 요구한다는 얘기는 들었다”며 “하지만 많은 배우들이 제작사와 협의를 거쳐 출연료를 결정하고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한다. 출연료로 비난받는 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신인이나 무명 연예인들에게 출연료는 심지어 ‘고통’이 되기도 한다. 시간 대비 받는 금액이 적을 뿐 아니라 미지급금이 발생해도 하소연 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연기는 부업으로 해야죠”

실제 회당 1천만원 대 출연료는 극히 일부 연예인의 얘기다. 대다수 연기자들은 방송국에서 적용하는 등급 기준에 준하는 출연료를 받는 등 생각보다 수입이 적다. 밤무대 출연료도 신인이나 인지도가 낮은 연예인은 50만원 선. 소개료 등을 제하면 연예인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더욱 줄어든다. 특히 배우들은 제작이 지연되거나 중단돼도 계약 시 출연료 외에 별도의 금액을 받기가 쉽지 않다. 한마디로 규칙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것.

아역배우 출신 탤런트 A는 “한 작품 출연하는데 1천만원 정도를 받는데 제작과 방송까지 일년이 소요되기도 한다”며 “촬영 기간이 길어져도 계약 때문에 빠질 수가 없다. 결국 연봉이 천만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이도 들었고 가정까지 꾸리려면 이 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 앞으로 연기는 부업으로 하고 다른 직업을 찾을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출연료 미지급에 따른 피해도 스타들보다 조·단역 배우들이 더 크게 입는다. 외주제작사에서 주연배우들 출연료를 가장 먼저 챙겨주고 그 다음 조·단역 배우들과 스텝들의 임금을 챙겨주기 때문이다. 출연료를 받지 못해도 불이익을 당할까봐 내색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캐스팅 디렉터는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발생한 드라마에 몇몇 조·단역 배우를 소개해줬고 그들은 아직도 돈을 받지 못했다”며 “스타들은 출연료 미지급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소송이라도 진행할 수 있지만 인지도 낮은 배우들은 해당 제작사와 계속 일하기 위해 그저 주기만 기다리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문제인 연예인들의 출연료. 적정선을 지불할 수 있는 합당한 기준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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