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건강 ‘함수관계’
스타와 건강 ‘함수관계’
  •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08-06 09:06
  • 승인 2008.08.06 09:06
  • 호수 68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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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스타들 건강에 길을 묻다
대다수 연예인이 불규칙한 생활을 한다. 인기가 높을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여기에 과로와 스트레스까지 겹쳐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연예인이 적지 않다. 연기자들의 경우 드라마나 영화 촬영 중에 부상을 입기도 한다. 활동을 위해 건강은 잠시 뒤로 미뤄둘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의 현실을 살펴본다.


전진, 과로로 응급실행

그룹 신화 멤버 전진이 응급실 신세를 졌다. 전진은 지난 달 25일 과로로 실신,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응급실을 찾아 링거를 맞았다. 솔로 싱글앨범 발표 후 음악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피로가 누적된 것.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병원에선 휴식을 권유했지만 전진은 차에서 링거를 맞으며 이동, 미리 잡혀 있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야말로 ‘링거 투혼’을 펼친 셈.

전진만이 아니다. 가수들의 건강 악화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최근 들어서만도 김장훈, MC몽, 그룹 ‘원더걸스’의 선미 등이 병원신세를 졌다.

김장훈은 지난 6월 28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서해안 페스티벌’ 공연 도중 무대 위에서 쓰러져 큰 충격을 줬다. 다행이 현장 응급처치 및 병원에서의 검사 등을 끝내고 며칠 후부터는 활동을 재개했다.

서해안 페스티벌의 기획과 총연출까지 맡았던 김장훈은 공연을 앞두고 거의 잠을 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활동해야

4집 발매 후 음악프로그램과 <1박2일>을 비롯한 여러 예능프로그램을 누볐던 MC몽 역시 6월 20일 새벽, 차안에서 실신해 응급실로 후송됐다. 장기간 누적된 피로로 인해 탈진 증상이 나타났던 것. 다행히 병원에서 간단한 검사 후 퇴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선미의 경우 원더걸스 멤버들과 함께 인터뷰를 하던 중 호흡곤란 증상이 와 응급실로 옮겨졌다. 병원에서는 과로와 스트레스가 주원인인 ‘과호흡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가수들의 잇단 병원 행에 대해 일부 가요 관계자들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활동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불규칙한 생활과 과로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수가 음반을 발표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평균 2~6개월. 6개월은 일부 인기가수의 경우고 보통 1~2개월 동안 집중적인 활동을 펼친다.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많은 스케줄을 진행해 음악 노출빈도를 높여야 한다. 콘서트를 제외하면 무대에서 공연하는 시간이 짧아 하루 동안 지방까지 오가며 여러 스케줄을 소화하기도 한다.

최근 가요계가 혹한기를 맞아음반 홍보를 위해 TV 오락프로그램과 라디오 출연 비중이 높아지면서 가수들의 피로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오락프로그램의 경우 녹화 시간이 길고 에너지 소비도 많다. 톡톡 튀는 끼와 입담을 가지고 있지 못할 경우 편집 등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한 가수 매니저는 “오락프로그램 녹화는 가수 활동과 별개고 수입도 많지 않다.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도 공연 준비는 따로 해야 하기 때문에 가수의 체력소모는 상상이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최고라 방송을 포기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음반 제작사 관계자는 “1~2억이나 들여서 준비한 음반활동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가수가 어디 있나”라며 “교통사고 등으로 몸이 상하지 않는 이상 웬만큼 아파서는 활동을 접기 힘들다”고 전했다.

팬들과의 약속도 가수들이 무리한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 중 하나다. 자신을 보기 위해 멀리서 온 혹은 오래 기다린 팬들을 위해서라도 미리 잡힌 스케줄은 소화하려 한다는 것.


배우들, 밤샘·부상 촬영 기본

연기자들의 상황도 가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촬영 일정에 맞추다 보면 건강은커녕 수면시간 챙기기도 역부족이다. 특히 대부분의 드라마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자랑한다. 전국을 돌며 촬영하는 건 기본 밤샘도 밥 먹듯 한다.

관계자 말대로 ‘드라마 출연을 결정했으면 쓰러질 각오’를 해야 한다. 일일드라마에 출연했던 남자 탤런트는 “이틀 동안 40분밖에 자지 못한 적이 있다.

이러다 정말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연기자들은 작품 출연 중엔 다치거나 아파도 제대로 쉴 수 없다. 탤런트 매니저는 “건강을 챙기고 싶어도 일정을 따르다 보면 무리할 수밖에 없다”며 “출연 분량이 적으면 조절이 가능하지만 비중이 클 경우 쉬는 건 불가능하다. 드라마가 펑크 나게 생겼는데 촬영을 안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촬영 중 병원신세를 지거나 ‘링거투혼’ 혹은 ‘목발투혼’을 펼치는 배우들이 적지 않다.

지난 7월 20일에도 소이현이 심한 현기증과 고통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소이현은 현재 출연 중인 SBS 일일드라마 <애자 언니 민자>의 빡빡한 일정으로 피로가 누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리 종영한 SBS <일지매>에서 ‘일지매’를 연기한 이준기도 많은 촬영 분량에 액션신까지 직접 소화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체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링거와 영양제를 맞으며 촬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목소리가 심하게 쉬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밤이면 밤마다>의 김선아, <엄마가 뿔났다>의 김나운, <달콤한 인생>의 오연수와 박시연, <쾌도 홍길동>의 성유리 등도 아픈 몸을 이끌고 촬영에 나섰던 주인공들이다.

촬영 중 부상도 연기자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보다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난이도 높은 장면을 직접 소화하려는 배우들이 늘면서 부상 위험도 상승했다.

사극이나 액션이 있는 드라마의 경우 출연진 중 한명 이상은 다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왕사신기>의 경우 배용준을 필두로 여러 배우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이덕화는 <대조영> 촬영 중 낙마, 앞니가 부러지고 코뼈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다. 지난 달 18일엔 채시라가 <천추태후> 촬영을 위해 승마연습을 하다 낙마, 8주 진단을 받기도 했다.


건강이 최우선임을 기억해야

상당수 연예 관계자들이 연예인들의 불규칙한 생활과 과로, 연기열정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우려하고 있다. 건강이 최우선인데 알면서도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것.

스트레스와 과로 등이 장기간 누적될 경우 심각한 질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크다. 최근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서 연예 관계자들은 한층 긴장했다. 조금만 무리해도 탈진 등의 증상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탤런트 매니저는 “연예인의 활동수명과 인기 주기가 짧아지면서 소속사는 물론 연예인 스스로도 활동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자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 같다”며 “건강식 등을 챙겨주고 있지만 적절한 스케줄을 잡는 게 사실 가장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무리한 활동과 관련해 누구보다 걱정이 큰 건 팬들이다. 사랑하는 스타를 오래, 건강하게 보고 싶은 팬들은 응급실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 졸인다. 황규련(31·주부)씨는 “배우나 가수를 평생 직업으로 여긴다면 지금 당장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미래를 내다보고 스케줄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활동과 인기, 그리고 팬들을 위해 오늘도 많은 연예인들이 폭염 속에서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건강은 잠시 뒤로 하고.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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