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그 아름다운 사랑의 증명

연극 ‘프루프’는 천재 수학자 ‘존 내쉬’를 모티브로 하여 쓰여진 작품이다.
존 내쉬와 그의 가상의 딸을 소재로 천재성과 광기, 그 속의 끈끈한 인간관계를 다뤄 당대 브로드웨이 트렌드를 뒤집으며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2001년 초연 당시 퓰리처상, 토니상, 뉴욕 드라마 비평가협회상을 포함한 8개의 시상식에서 상을 쓸었다.
이는 추리소설처럼 잘 짜여진 플롯에 의해 유지되는 극적 긴장감과 2시간 동안 한 순간도 흥미의 끈을 놓지 않고 극을 지켜보게 만드는 탄탄한 극본의 힘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출력으로 작년 ‘나쁜자석’이후 ‘배우’가 아닌 ‘연출가’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유연수가 연출을 맡고, ‘클로져’ 이후 2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김지호, ‘친정엄마’ ‘강철’ 등 우리나라 연극계를 대표하는 여배우 서은경, 연륜이 묻어나는 명배우 남명렬, 숨은 보석으로 급부상 중인 정원조 등이 출연하여 최고의 앙상블을 선사한다.
주요 캐릭터들이 나누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주인공의 자아 찾기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촘촘하고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등장인물들간의 대화는 마치 핑퐁 게임처럼 1분 1초도 버릴 것 없는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질 때마다 관객들은 지적 쾌감으로 인한 탄성을 지르게 될 것이다.
수학 증명, 천재 수학자 등의 낯선 소재들을 우리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시켜 스피디하면서도 세련된 위트가 가득찬 극으로 풀어냈다. 극적 긴장감은 유지하면서 유머러스한 흐름으로 이끈다. 지적 쾌감과 풍부한 위트의 화학작용, 이것이 바로 관객들이 ‘프루프’에 빠질 수밖에 없는 비결이다.
‘프루프’는 ‘진실’을 발견하여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가는 한 여자의 인생의 단편을 다룬 연극이다. 주인공 캐서린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순간, 그녀와 그녀 주변의 모든 인간관계-천재수학자 아버지와 캐서린과의 관계, 아버지의 제자와 캐서린과의 관계, 언니 클레어와 캐서린과의 관계-는 끈끈한 감동으로 바뀌게 된다.
클라이막스로 치달았다가 긴장이 모두 해소된 직후 남는 것은 진한 휴머니즘의 감동. 연극이 끝나고 막이 내려가면, 캐서린의 희망은 관객들 한 명 한 명의 희망이 되어 그들의 가슴 속에서 자라날 것이다.
공연일시 9월 7일(일)까지
공연시간 8월 10일까지 평일 8시 / 토 4시, 7시 /
일 4시 (월 쉼) 8월 12일부터 9월 7일까지
평일 8시 / 토 4시, 7시 / 일·공휴일 3시,
6시 (월 쉼)
공연장소 대학로 두레홀4관(구 아룽구지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5,000원
예 매 처 인터파크 1544-1555 /
옥션티켓 1566-1369 / 사랑티켓 762-4242
공연문의 ㈜악어컴퍼니 02)764-8760
#줄거리
천재 수학자 로버트는 젊은 나이에 학계가 깜짝 놀랄 수학적 업적을 남겼지만 정신분열증 증세와 정신적인 불안장애로 말년에는 혼란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인물이다. 촉망 받는 수학도였던 그의 딸 캐서린은 이런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서 학업도 포기하고, 젊은 시절을 다 보낸다. 캐서린은 아버지의 간병인이자 더불어 그가 죽기 전까지 매달렸던 새로운 수학적 증명을 함께 연구할 조력자이기도 했다.
마침내 캐서린은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녀는 자기 자신도 아버지의 정신병을 물려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극도의 신경 불안 증세를 보인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대학 시절 제자 할이 그녀를 찾아와서 아버지가 남긴 연구 노트를 검증해도 되겠냐고 제안한다.
할은 아버지가 비록 정신분열증을 앓았지만 그의 천재성에 비추어 볼 때 새로운 수학적 증명을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러나 할의 제안에 대해 캐서린은 아버지의 증명을 검증하겠다는 빌미로 결국 아버지의 업적을 자신의 연구에 이용하려는 속셈이라며,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캐서린은 할의 솔직하고 순수한 모습에 아버지가 죽기 전에 남긴 연구 노트들을 그에게 보여 주게 되는데…
김선영 기자 ahae@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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