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은 타고난다?아니 만들어진다!
‘모델’은 타고난다?아니 만들어진다!
  •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07-24 10:46
  • 승인 2008.07.24 10:46
  • 호수 743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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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노력의 현장을 가다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 최종예선을 끝내고 초조한 마음으로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예비 모델들. 이날 총 48명의 예비 모델 중 32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결과가 발표되자 예비 모델들 사이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예비 모델들은 서로에게 진심어린 축하와 위로를 건넸다.(맨위) 쉴 땐 제대로~ 굽 높은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워킹하는 멋진 모델들. 하지만 하이힐의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 예비 모델들은 대기 중일 때 하이힐을 벗고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

개성과 끼를 겸비한 미녀들이 한국 대표 모델이 되기 경합을 벌이는 ‘슈퍼모델 선발대회’. 과연 그 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참가자들은 어떤 준비과정을 거칠까. 화려한 런웨이를 걷기 위해 상상초월의 땀과 노력을 기울이는 모델 지망생들을 ‘2008슈퍼모델 선발대회’ 최종예선에서 만났다.


예비 모델 48인, 매력 발산

“안녕하세요. 한국 더 나아가 세계를 대표하는 모델이 될 참가번호 O번 OOO입니다!”

지난 7월 16일.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2008슈퍼모델 선발대회’ 한국 최종예선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최종예선엔 1차 예선을 통과한 48명의 예비 모델이 참여해 4시간 동안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예비 모델들은 자기소개, 워킹 테스트, 장기자랑, 인터뷰 등의 과정을 거쳤고 이를 토대로 32명의 본선 진출자가 결정됐다.

이날 S라인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미소를 머금은 채 무대에 선 예비 모델들은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하나같이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슈퍼모델이 되기 위한 끼와 열정도 남달랐다.

사자성어와 격언을 인용한 자기소개는 기본, 노래와 랩으로 자신을 PR하기도 했다. 장기자랑에선 춤과 노래, 리듬체조, 복싱, 발레, 검무, 전자바이올린 연주, 플라맹고 등을 선보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예비 모델들의 입장은 달랐다. 누구도 무대 위 자기 모습에 만족하지 못했다. “끼의 반도 보여주지 못했다”며 속상해 했고 “준비기간에 비해 실력을 보여줄 시간은 너무 짧다”며 아쉬워했다.

참가번호 20번 박선미(21)씨는 “표정 연습을 정말 많이 했는데 막상 무대에 서니 얼굴이 굳어지는 게 느껴지더라”며 아쉬워했다.


4주간의 빡빡한 교육 일정

예비 모델들이 최종예선에 큰 아쉬움을 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4시간의 대회를 위해 한 달 동안 준비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8일에 열린 1차 예선을 통과한 후 20일부터 모델로서 갖춰야 할 기본 교양 및 워킹 교육을 받은 것.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 5일간 시행된 교육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워킹과 포즈 연습, 웨이트 트레이닝, 자세교정, 표정연습 등 다양한 수업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지각, 결석, 수업태도 등을 기준으로 점수가 매겨져 심사결과에 반영됐기 때문에 교육 마지막 날까지 긴장을 늦출 수도 없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경우 조별로 전담 트레이너가 배치돼 평균 2시간 이상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했다. 예비 모델들은 이를 통해 체중감량은 물론 보다 탄력적인 몸매를 가꿨다. ‘워킹’은 대다수 예비 모델이 가장 힘들었다고 답한 과목이다.

참가자 중 상당수가 워킹을 처음 배운 데다 7cm의 하이힐을 신고 온 몸에 힘을 준 채 장시간 걷는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던 것.

다리가 붓고 발이 까지는 건 기본이었다.

고등학생인 참가번호 48번 박민하양은 “학생이다 보니 대회 이전에는 하이힐을 신을 일이 거의 없어서 처음엔 걷기도 힘들었다”며 “하이힐에 적응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오래, 더 자주 구두를 신었다”고 말했다. 예비 모델들은 최종예선에서도 대기 중일 때는 하이힐을 벗고 발을 쉬게 했다.

교육 도중 다치거나 뜻대로 실력이 향상되지 않아 슬럼프를 겪는 예비 모델도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가자는 “전원이 한 번씩은 슬럼프를 겪었을 거다. 몸보다 마음이 힘든 순간이 더 많았다”며 치열했던 교육기간을 떠올렸다.

하지만 노력과 고생은 헛되지 않았다. 워킹의 ‘워’자도 몰랐던 예비 모델들은 최종예선에서 강렬한 눈빛과 전문 모델 못지않은 워킹 실력을 뽐내며 심사위원들을 고민에 빠트렸다.

대다수 참가자들은 “교육기간을 통해 몸매도 한결 날씬해지고 자신감도 생겼다. 힘들었지만 많은 걸 배운 기간이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무대 오르기 전까지 연습!

예비 모델들은 개별적으로도 최종예선을 준비했다. 독특한 자기소개와 장기자랑을 선보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냈고 체중감량에도 신경 썼다. 닭 가슴살과 야채 위주의 식사를 했고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단, 일주일에 한 끼 정도는 달콤한 음식을 먹어 스트레스를 해소했다고.

한 예비 모델은 “참가자 대부분이 말랐지만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균형 잡힌 몸매가 필요했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병행해야 했다”며 “대회가 끝나면 한동안 먹는데 시간을 투자할 것 같다”며 웃었다.

예비 모델들은 장기자랑에 필요한 의상과 소품도 직접 챙겼다. 주어진 시간이 짧기 때문에 빠르게 입고 벗을 수 있는 의상을 준비하는 게 관건. 그래서인지 대다수 참가자들이 랩 스커트 등의 가벼운 의상을 선보였고 심사복 차림으로 장기자랑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참가자들의 노력은 최종예선 당일 절정에 달했다. 대회는 오후 2시부터 진행됐지만 참가자들은 오전 9시부터 행사장에 모여 헤어와 메이크업을 하고 최종 리허설을 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대기상태에서는 워킹을 반복했고 의자에 앉아서는 표정과 멘트를 점검했다.

특히 장기자랑 시간을 앞두고는 대기실과 복도는 물론 화장실에서까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열정을 불살랐다. 하지만 모든 참가자가 연습만큼의 결과를 얻은 건 아니다. 일부 참가자는 장기자랑 도중 얼굴을 붉혔고 어설픈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제1회 슈퍼모델 선발대회 출신 모델이자 이번 대회 심사위원인 오미란은 장기자랑에 대해 “짧은 시간 안에 임팩트 있는 내용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무대에서 머뭇거리거나 지루하게 시간을 끌며 심사위원들의 관심이 멀어지기 쉽다는 것.

오미란은 “심시위원들은 지금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본다”며 “충분한 연습은 기본이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특기를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쟁보단 우정!

최종예선에서 예비 모델들의 끼와 매력 못지않게 빛을 발한 건 ‘배려’였다. 한달 간의 연습기간을 거치며 탄탄한 우정을 쌓은 예비 모델들은 대회 내내 서로를 격려하고 챙겼다.

심사를 마치고 돌아온 동료에게 “정말 잘하더라”며 기운을 북돋워줬고 “내가 더 못했다”며 자신을 낮추기도 했다. 장기자랑에 앞서 의상을 점검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예비 모델들의 우정은 심사결과 발표 후 더욱 크게 드러났다. 48명 가운데 16명이 탈락하고 32명만 합격한 상황. 희비가 교차되는 가운데 대다수 예비 모델이 울음을 터뜨렸다. 탈락한 참가자들은 속상한 마음에, 합격한 참가자들은 기쁨과 떨어진 동료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을 흘린 것. 이어 예비 모델들은 그 자리에서 서로 얼싸안고 축하와 위로를 건넸다.

4번 김현정씨는 “친한 친구는 떨어지고 나만 붙어서 아쉽고 속상하다”며 눈시울을 붉혔고26번 이혜민씨는 “모델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만큼 경쟁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보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전했다.

모델이자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참가자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기연씨는 “모델도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과 작업해야 하는 만큼 외모 못지않게 인성이 중요시 된다”며 “교육기간을 통해 참가자들의 동료애와 배려심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한편 32명의 본선 진출자들은 오는 9월 19일 경남 거제에서 열릴 예정인 본선 대회에서 베트남, 중국, 태국 등에서 선발된 모델들과 경쟁하게 된다. 이들이 본선에서는 또 어떤 드라마틱한 장면을 만들어낼지 자못 궁금하다.



<바로 잡습니다>
741호 연예 기획기사 중 이한민 감독은 ‘김한민 감독’으로, 휴대폰은 ‘핸드폰’으로 바로 잡습니다.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tomboysh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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