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날개” 스타는 스포트라이트 받아야 뜬다

연예계에서 의상의 중요도가 날로 커지고 있다.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최고의 수단이자 인기요인의 하나로까지 자리매김했다. 자연히 연예인들의 의상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의상만 잘 입어도 단숨에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즘. 생각보다 훨씬 막강한 의상의 영향력을 살펴본다.
엄정화 의상비 ‘1천만원’ 이상
매 활동마다 파격적인 의상으로 화제를 모았던 엄정화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엄정화는 지난 1일 10집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디스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인기그룹 빅뱅의 탑이 피처링 한
10집 기자회견 당시 무수히 많은 선글라스 렌즈가 달린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던 엄정화는 이후 매 방송에서 독특한 스타일의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디스코가 인기를 끈 70~80년대에 유행했던 원색에 미래적인 디자인을 접목시킨 일명 ‘하이브리드 패션’이 그것.
여기에 눈밑을 강조한 ‘트위기 메이크업’과 찰랑거리는 단발머리를 가미한 엄정화에게 다시한번 “최고의 패션리더”란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무대의상에 대한 엄정화의 애정과 관심은 비용에서도 확인된다.
10집 앨범을 기획, 제작한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금까지 투입된 엄정화의 의상 제작비는 1천만원이 넘는다. 이는 현금으로만 지출된 금액이고 실제작비는 훨씬 많다. 무대의상 수도 가히 최고다.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12벌의 의상을 준비했던 엄정화는 지난 6일, 컴백 후 첫 무대였던 MBC <쇼!음악중심>에서 3벌, SBS <인기가요>에서 2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앞으로도 매번 다른 의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요 관계자는 “케이블방송에서는 지상파에서 입었던 의상을 한번 더 착용하기도 하는데 엄정화는 아니더라”며 “무대의상에 대한 엄정화의 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전했다.
노래 못지않게 ‘스타일’ 중요?
비단 엄정화만이 아니다. 요즘 가수들은 무대의상에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타이틀곡이 완성되면 곧바로 스타일리스트와 소속사, 가수가 머리를 맞대고 ‘스타일 메이킹’에 돌입한다. 의상을 통해 가수와 노래의 이미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듣는 음악에서 ‘보고 듣는 음악’으로 흐름이 바뀌고 가요계 주요 팬이 10대가 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노래만 잘해서는 더 이상 어필하기 쉽지 않다는 것.
가요 관계자는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들도 활동할 때는 비주얼에 신경을 쓴다”며 “하물며 댄스가수나 아이돌그룹은 어떻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요즘은 그 가수를 나타낼만한 상징이 필요하고 이는 대부분 무대의상 등의 패션에서 드러난다. 변화를 표현할 때도 의상이 가장 효과적이다”고 덧
붙였다.
인기그룹 원더걸스의 경우 <텔미(Tell Me)> 당시엔 귀여운 의상이었던 반면 <소 핫(SO HOT)>을 부르는 요즘은 호피무늬가 가미된 여성스러운 의상으로 성숙한 느낌을 자아낸다.
노출의상, 단숨에 관심 모아
인터넷의 발달로 가수의 무대의상은 더욱 파급력이 커졌다. 무대의상이 인터넷을 통해 단숨에 퍼지고 네티즌의 즉각적인 칭찬과 비난이 잇따른다.
스타일이 해당 가수에게 잘 어울리고 파격적인 경우 폭발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다.
‘여자 비’로 불리는 손담비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배드보이>란 곡으로 활동한 손담비는 컴백무대에서 속살이 훤히 비치는 격자식의 일명 ‘코르셋 의상’을 선보여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로 인해 손담비는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했고 공식 홈페이지 서버는 다운됐다. 의상 한 벌이 어떤 방법보다 큰 홍보효과를 가져온 셈.
가수 매니저는 “파격적인 의상이 인기와 직결된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인지도 상승효과가 큰 건 사실이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인 여가수의 경우 노출이 강조되는 의상을 의도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요 관계자들은 “벗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해당 가수의 이미지와 노래 분위기에 맞아야 섹시 콘셉트도 효과를 얻지 자칫 잘못하면 비난만 받는다는 것.
‘시상식의 꽃’은 드레스?
가요 무대 못지않게 의상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이 시상식이다.
요즘은 레드카펫이 ‘시상식의 꽃’으로 불리고 각 매체가 경쟁적으로 스타들의 시상식 드레스를 ‘베스트’와 ‘워스트’로 나눠 비교·평가한다.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의 냉정한 평가가 내려짐은 물론이다. 자연히 연예인들은 시상식 드레스 선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스타일리스트들 사이에선 의상 선점 경쟁이 벌어진다. 여러 벌의 드레스를 공수해 자신이 담당하는 연예인에게 최고를 입히려 하는 것.
경력 8년 차의 스타일리스트는 “연예인과 스타일리스트가 옷에 가장 신경 쓸 때가 시상식이다”며 “대중의 관심이 높은데다 다른 스타와 즉각적인 비교가 되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러 노출에 초점을 맞추는 건 아니지만 평소와 다른 이미지와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해 노출도 불사한다. 외국 드레스의 경우 노출된 디자인이 많은 것도 한 이유다”고 덧붙였다.
시상식 드레스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파급효과는 탤런트 김소연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년간 특별한 활동이 없었던 김소연은 지난 해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파격적인 노출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단숨에 인기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한 언론보도에 따르며 이는 현재 출연 중인 SBS 드라마 <식객> 캐스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등장인물의 성격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의상은 중요하다. 때문에 촬영 2~3주 전에 감독과 작가, 출연배우와 그들의 스타일리스트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상 회의까지 열린다.
캐릭터 표현하는 ‘의상’
일반적으로 영화는 별도의 의상팀이 있고 드라마는 배우가 자신이 고용한 코디네이터와 스타일을 연출한다.
단, 사극일 경우엔 드라마라도 의상팀이 주도하고 현대극일 경우 영화라도 스타의 전속 코디네이터가 의상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
패션 감각이 뛰어난 배우들은 현대극 출연 시 직접 스타일을 연출하거나 아이디어를 내기도한다. 오윤아의 경우 지금까지 모든 작품 속 스타일 연출에 직접 관여했고 완벽한 캐릭터 표현을 위해 자신의 소장품도 아낌없이 사용했다.
스타일리스트는 “배우의 작품 속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녀배우 모두 의상에 신경을 쓴다”며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의상은 무조건 잘 입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인물의 특징을 잡아내는 게 포인트다. 때문에 배우들이 망가지는 설정을 참기도 한다”고 전했다.
의상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앞으로 또 어떤 스타들이 파격적이고 자신에 잘 맞는 의상으로 화제의 중심에 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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