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한국영화 ‘봄날’은 오는가?
얼어붙은 한국영화 ‘봄날’은 오는가?
  •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07-10 09:25
  • 승인 2008.07.10 09:25
  • 호수 741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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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한국영화 기지개

혹한기를 겪었던 한국영화계에 온기가 감돈다. 설경구 주연의 <강철중:공공의 적 1-1>이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것. 여기에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과 <님은 먼 곳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잇달아 개봉하고 <신기전>, <모던보이> 등도 관객과 만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올 여름. 할리우드 대작의 공습을 뚫고 한국영화가 부흥기를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영화 ‘강철중:공공의 적 1-1(이하 ‘강철중’)’의 관객동원력이 심상치 않다.

제작사측에 따르면 ‘강철중’은 개봉 14일째인 지난 2일, 전국에서 305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동일 관객수 기준 올 상반기 최대 흥행작인 ‘추격자’보다 6일 빠른 기록이다. 더욱이 개봉 3주차에도 10만명 이상의 평일 관객을 유지해 향후 흥행성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형 왔거든?… <강철중> 흥행

‘승부사’ 강우석 감독과 연기파 배우 설경우가 재결합한 ‘강철중’은 ‘안티 히어로’인 강력반 형사 강철중(설경구)과 조폭 이원술(정재영)의 대결을 호쾌하게 그려낸다.

‘공공의 적 1-1’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7년 전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공공의 적’의 속편격으로 주인공과 형식은 물론 재미까지 이어받았다.

‘강철중’ 흥행에 대한 영화 관계자들의 반가움은 기대이상이다.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영화계에 희망의 신호탄을 쏘았다는 것.

제작사 관계자는 “‘강철중’ 흥행은 그 자체로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한국영화에 실망하고 관심을 끊었던 대중의 발길을 돌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
다”며 “올 여름을 기준으로 한국영화계에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톱스타 내세운 대작 잇단 개봉

이런 낙관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건 ‘강철중’의 흥행세를 이어받을 만한 기대작이 줄줄이 개봉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14일 개봉하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하 ‘놈놈놈’)’이 대표적이다.

김지운 감독 연출, 이병헌, 정우성, 송강호 주연, 여기에 2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입된 ‘놈놈놈’은 제작단계에서부터 초미의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만주 웨스턴’을 표방, 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의문의 지도를 차지하기 위해 쫓고 쫓기는 좋은 놈(정우성), 나쁜 놈(이병헌), 이상한 놈(송강호)의 액션활극을 보여준다. 지난 5월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좋은 반응을 얻었고 현재 각종 인터넷 포탈사이트 ‘보고 싶은 영화 1위’를 섭렵했다.

24일에는 ‘왕의 남자’를 만든 이준익 감독의 신작 ‘님은 먼 곳에’가 개봉한다.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음악 3부작’ 가운데 마지막 작품으로 월남전에 참전한 남편을 찾아 베트남에 간 순이(수애)가 겪는 일들을 보여준다. 7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실감나는 전쟁신을 연출했으며 수애의 파격 연기 변신도 화제다.

31일엔 범죄액션물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 이이’)’가 선보인다. 영화는 동물적 본능으로 범인을 잡는 백전백승 강력반 백반장(한석규)와 천재적인 범인(차승원)의 팽팽한 대결을 그린다.

곽경택 감독 특유의 선 굵은 액션에 차승원과 한석규의 연기력이 더해져 관객들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 지나도 작품 풍성

8월엔 100억원 안팎의 제작비가 투입된 ‘신기전’이 대기 중이다. 세종대왕이 극비리에 개발한 세계 최초 다연발 로켓포 ‘신기전’ 개발과 이에 관련된 상인 설주(정재영), 내금위장 창강(허준호), 과학자 홍리(한은정)가 겪는 사건을 그린다. 조선과 명의 대결도 중심적으로 다뤄 흥미를 더한다.

추석 시즌엔 ‘모던보이’와 ‘고고 70’이 상영될 예정이다.

2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모던보이’는 일제 강점기인 1937년 경성을 배경으로 모던보이(박해일)가 사라진 애인 조난실(김혜수)의 뒤를 쫓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김혜수와 박해일의 매력적인 연기와 완벽한 시대재현에 기대가 모아진다.

‘고고 70’은 기지촌 클럽을 떠도는 보컬의 삶과 70년대 문화를 조승우의 파워풀한 가창력 속에 녹여낸다.

이 외에도 조인성과 주진모의 동성애 연기로 화제만발인 ‘쌍화점’, 김주혁과 손예진이 호흡을 맞춘 ‘아내가 결혼했다’ 등 많은 기대작이 관객들을 찾는다.

“하반기 개봉작들이 제몫만 해준다면 한국영화계가 살아난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하반기 승리를 무조건 낙관할 순 없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할리우드 대작 공습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주 박스오피스(영화진흥위원회 자료 기준) 1위는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이 돋보이는 할리우드 영화 ‘원티드’가 차지했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7월 4일 기준 예매율은 윌 스미스 주연의 ‘핸콕’, ‘원티트’, ‘강철중’, ‘쿵푸팬더’ 순이다. 아직까지는 할리우드 영화가 강세라는 의미.


할리우드 대작 만만치 않아

문제는 앞으로도 ‘핸콕’,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 같은 할리우드 대작이 속속 개봉한다는 점이다.

성인은 물론 아동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스페이스 침스’, ‘월E’ 등 애니메이션의 위력도 만만치 않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한국영화 개봉 라인도 좋지만 해외영화도 만만치 않다. 무조건적인 우위를 점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기에 ‘태풍’ ‘중천’ ‘청연’ ‘황진이’ 등 상당수 한국 대작이 흥행 부진을 면치 못했던 전적도 걱정을 배가시킨다. 큰 규모와 톱스타가 흥행을 보장하던 시대는 지난 만큼 현재 드러난 모습과 관심만으로 흥행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것.

뿐만 아니라 잇달아 개봉하는 대작 영화의 스크린 나눠먹기로 작은 영화가 설 자리를 잃는 의도치 않은 피해도 우려된다.

영화 수입사 관계자는 “대작 흥행은 스크린 수를 최대한 많이 잡는 와이드릴리즈 방식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결국 한동안 작은 영화들은 개봉을 미루거나 며칠 상영되다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뜨거운 관심과 기대, 우려와 걱정 속에서 재도약을 노리는 한국영화계가 꿈틀거리고 있다.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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