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 경력 미달 국회의원 아들 변호사 채용 시끌시끌
퇴직 후 협회·대기업 보험대리점 고위급 속속 차지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금융감독원이 낙하산 인사로 시끄럽다. 2014년 금감원 소속 변호사로 채용된 18대 국회의원 임영호 씨의 아들이 자격 미달이란 사실이 뒤늦게 논란이 되며 책임자가 사퇴했다. 그러나 금융권의 문제는 내부 낙하산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금감원 출신 재취업자들이 주요 협회 및 대기업 신생 법인으로 속속 자리를 잡아 공직자윤리법 개정이 무색하다는 평판이다.
지난 10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2014년 8월에 채용한 변호사 임 씨에게 금감원이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 씨는 최수현 전 금감원장과 행정고시 25회 동기인 임영호 18대 전 국회의원의 아들이다.
이 의원이 임 씨 채용을 특혜라 주장하는 이유는 금감원이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시험을 합격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임 씨를 채용한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임 씨 채용 전까지는 변호사 채용 조건에 경력 사항이 필수였다. 하지만 금감원이 그 해에 경력 요건을 없앴고 임 씨와 함께 합격한 변호사 8명은 모두 경력직이라 논란은 가중됐다.
이에 금감원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 1기가 배출되는 2012년부터 경력 요건을 완화했고, 임 씨가 입사한 기간에 경력요건을 두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특혜 채용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금감원은 지난 10월 말부터 내부감사를 시작했다.
최근에 나온 감사결과는 실무진만 책임지는 형태였다. 금감원 내부는 ‘몸통은 두고 꼬리만 자른 것이 아니냐’며 반발이 들끓었다. 결국 당시 총무국장이었던 이상구 부원장보가 지난 6일 사임했고, 임 씨도 지난 12일 사표를 냈다. 노조는 현재 당시 부원장보였던 김수일 부원장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당한 처벌 내부반발 극렬
금감원 노조는 “당시 인사를 총괄하던 임원 중 하나인 김수일 부원장은 책임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임원은 인사위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서라는데 너무 부당한 대우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가 낙하산 인사 처벌 문제로 시끄러울 때 밖은 일명 ‘금피아’ 때문에 소란스럽다. 금피아는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방지법’으로도 불리는 공직자윤리법(공윤법)이 개정되며 한때 잠잠해졌다.
개정된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곳에 취업할 수 없다. 또 일정 규모의 사기업, 법무법인, 병원 등에 재취업하려면 공무원 윤리 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올해부터 금감원 퇴직자들이 개정안에서 규제를 하지 않은 협회나 신설법인에서 속속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또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출신 재취업자들 심사의 승인율은 지난해 말 81.8%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는 공무원들이 재취업 규제받지 않는 곳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금융권 낙하산 인사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이라 반대가 심했는데 이곳에 이은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신임 상임이사·본부장 자리를 맡아 논란이 일었다.
이 본부장은 취임식 날 노조가 사옥 1층 로비에서 이 본부장의 진입을 저지해 취임식을 연기해야 했다.
거래소는 “이 본부장은 금융감독원 전신인 증권감독원에 입사해 오랜 시간 자본시장과 금융회사 감독과 관련된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전문성과 탁월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이에 노조 측은 “심판 잘 보는 것과 선수가 경기를 잘하는 것은 다르다. 60년 증권시장을 부당거래의 장으로 전락시키는 낙하산 인사는 거래소에 발을 붙일 수 없게 하겠다”며 몸싸움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윤리법 피하려 안간힘
국내 몇몇 금융 협회는 공윤법 개정 후 정관 퇴직자가 주로 꿰차던 부회장직을 아예 없앴다. 하지만 2년 후 금감원 국장급 출신 퇴직자들이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하는 전무 자리를 속속 맡고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11월부터 서경환 전 국장을 손해보험협회 전무에 선임했다. 서 전무의 경우 1986년 보험감독원에 입사 후 감사실과 보험검사1국 등을 거쳐서 광주지원장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장, 대전지원장 등을 지낸 정부 요직을 도맡아온 인물이다.
손해보험협회에만 금감원 출신 낙하산이 자리 잡은 건 아니다. 앞서 2014년 4월 저축은행중앙회 전무로 선임된 정이영 전무도 금감원 조사연구실장 출신이고 임기가 2017년 4월까지인 이기연 여신금융협회 부회장도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피아 문제가 터지자 회장직은 민간 인사를 해놓고 2인자인 전무 자리는 모두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차지했다”고 말했다.
금피아의 떠오르는 은신처는 신설 보험대리점(GA)이 있다. 신설 GA의 경우는 매출액 산정이 불가능하기에 아예 취업 심사를 받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설립된 삼성생명의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이진식 금감원 전 부산지원장을 감사로 선임, 삼성화재가 지난 5월에 신설한 GA 삼성화재금융서비스보험대리점은 문재익 금감원 전 생명보험검사국장을 감사로 임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들이 금감원에서는 GA를 관리 감독하는 일을 하다가 이제는 신설 GA에서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민관유착은 끝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금감원 측은 현 사태에 대해 “내부든 외부든 인사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남동희 기자 donghee07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