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보수 재편의 숨겨진 비밀…신당 창당 봇물 왜?
[밀착취재] 보수 재편의 숨겨진 비밀…신당 창당 봇물 왜?
  • 김희민 언론인
  • 입력 2016-12-16 19:18
  • 승인 2016.12.16 19:18
  • 호수 11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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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민심과 탄핵정국 이후 보수세력 재편 움직임에 따라 신당 창당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이후 새누리당이 재기불능의 식물정당으로 전락했기 때문. 새누리당은 전신인 한나라당을 포함해서 97년 대선 이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정당 그 자체였다. 2000년 이후 총선 공천파동과 대선 경선 후유증의 여파로 분열의 위기가 없지 않았지만 매번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해왔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터진 ‘최순실 게이트’와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까지 보수 진영이 최대의 위기에 빠지면서 ‘각자도생’식 신당창당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친박 vs 비박 내전 상황 속 보수신당 창당 움직임 가속
- 반기문당 내년 2월 창당…김무성·이재오·남경필 신당설

새누리당 숱한 위기에도 당이 깨지지 않고 존재한 이유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이인제 분열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대권을 넘겨준 학습효과 탓이다. 특히 2004년 17대 총선 직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역풍과 201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의 여파로 존폐 기로에 내몰렸지만 각각 천막당사 정신과 재창당에 버금가는 당 혁신을 내세워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상징되는 최근 새누리당의 위기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 5%, 200만 촛불민심,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통과가 상징하는 지점은 민심에 역행하는 새누리당에 대한 사망선고다. 더 이상 낡고 병든 새누리당 간판으로는 어떠한 정치행위도 무의미하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을 대신할 새로운 보수정당의 필요성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차기 대선에서 야당에 권력을 통째로 헌납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 안팎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신당 창당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보수 세력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차기 대선국면에서 독자생존이 어려울 경우 개헌이나 정계개편을 통해 다른 정치세력과의 합종연횡도 시도할 수 있다.

새누리당의 대안정당을 표방하는 정당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이재오 전 의원이 주도하는 늘푸른한국당이 있다. 또 여권 차기 주자 중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내년 1월 귀국 이후 신당 창당에 나설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11월 말 새누리당을 선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 역시 신당 창당을 준비 작업에 나섰다.

또 친박계와의 혈투를 이어가고 있는 비박계 수장 김무성 전 대표 역시 탈당과 더불어 신당 창당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잔류파 의원들도 어떤 식으로든 당의 리모델링과 혁신을 강조하면서 당명 교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및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제3지대 지향의 ‘새 한국의 비전’이라는 정치결사체 역시 정당으로 변모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줄잡아 4∼5개 정도의 새로운 보수정당이 탄생하는 것이다.

비박당 ‘분권형 개헌’위해 반기문, 대권 위해 창당

새누리당을 대체하는 보수신당의 출범을 가장 먼저 알린 사람은 친이계 좌장으로 불린 이재오 전 의원이었다. 20대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재오 전 의원은 중도 보수 정당인 늘푸른한국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전국 17개 시도당 창당을 마무리짓고 내년 1월 중앙당 창당을 앞둔 상황이다.  늘푸른한국당은 ▲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 인구 100만명 내외의 50개 광역시로 바꾸는 행정구역 개편 ▲ 동반성장을 골자로 한 양극화 해소 △한반도 비핵화 유지와 남북자유왕래 등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과 안철수라는 확실한 차기주자로 돌풍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늘푸른한국당의 향후 행보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다만 내년 대선국면에서 여권 발 국민의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새누리당 비주류가 탈당할 경우 둥지로 선택하면서 힘을 합칠 수 있다. 아울러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주도하는 ‘새한국의 비전’과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몸집을 부풀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반기문 총장의 내년 1월 귀국 이후 행보도 관심사다. 반 총장은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새누리당행이 기정사실이었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촛불탄핵 정국의 여파로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비박계 주도의 김무성 또는 남경필 신당이나 국민의당과의 연대, 제3지대 신당 창당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는데 가장 유력한 것은 신당 창당이다.

반 총장이 여권 주자 중 차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은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둔 참신성이 최대 무기다. 친박계 정당이나 비박계 정당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반 총장의 정치적 강점을 살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러브콜이 가장 강력했던 친박과 손을 잡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에 가깝다.

이 때문에 귀국 이후 신당 창당설을 흘리면서 여론을 탐색하는 아웃복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은 물론 기존 정치권과는 완전한 선긋기에 나서 차별화를 선언하는 것. 특히 정치판 전체에 대한 일대 혁신을 선언하고 민심이 이에 호응할 경우 내년 정국 돌풍의 핵으로 떠오를 수 있다.

한마디로 대안부재론에 시달리는 유일무이한 보수주자로 우뚝 설 경우 ‘반기문’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신당 창당에 나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 반기문 신당이 보수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경우 새누리당 안팎의 크고작은 신당 창당 움직임도 반기문 둥지 아래 총집결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선도탈당파’ 남경필 신당, 김무성 탈당파 신당까지

새누리당 비박계에서는 2개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새누리당 선도탈당파인 남경필 경기지사가 주도하는 모임과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가 이끄는 그룹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두 그룹이 힘을 합쳐 단일 보수정당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실현된다면 새누리당을 사실상 대체하는 보수 정당의 출현이다. 파괴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새누리당 분당 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는 민주당 35.9%, 친박계·비박계 정당 각각 12.6%, 국민의당 11.4%, 정의당 6.0%의 순으로 나타났다. 10%대 초반의 국민적 지지는 이미 확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남 지사는 김용태 의원, 정두언 전 의원 등 탈당파 의원들과 보수 혁신이라는 대장정에 나섰다. 새누리당을 정당 민주주의가 파괴된 사당(私黨)으로 규정하고 보수의 새로운 중심을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여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당 복귀설을 일축하고 이른 시일 내에서 신당 창당을 위한 실무단 구성에 나설 예정이다. 신당의 문호도 활짝 열었다.

새로운 가치에 동의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수용하겠다는 것. 아울러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 당 해산과 대국민 사과 ▲ 인적 청산 ▲ 재산 국고 헌납 등을 공식 촉구한 것.

김 전 대표 주도의 신당도 속도를 내고 있다. 비박계 중심의 비상시국회의는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친박계 축출에 나섰지만 당권을 거머쥔 친박계의 저항이 예상 외로 거셌다. 친박계는 특히 혁신과통합보수연합이라는 정치결사체를 구성하며 완강한 버티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16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인 정우택 의원이 승리하면서 비박계의 결단 시기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친박계 주도로 비대위가 구성될 경우 비박계가 정치적으로 운신할 폭은 크지 않다. 남은 선택은 집단 탈당을 통한 신당 창당밖에 없다. 김 전 대표가 “당을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만일 김 전 대표가 깃발을 들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비박계 신당에 참여할 경우 보수정당의 주도권을 가질 수도 있다. 

우후죽순 격으로 보수 신당 창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고민도 없지 않다. 대선을 앞둔 신당 창당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 더구나 뚜렷한 차기주자가 없다면 어려움은 배가된다. 차기주자라는 구심점 없이 유능한 인재의 수혈은 물론 풍부한 자금과 조직을 완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 늘푸른한국당, 남경필 신당, 김무성 신당 등 거의 대부분의 정당이 유력한 차기주자가 없다. 늘푸른한국당의 경우 이재오 공동대표가 대선 출마의 뜻을 사실상 접었다. 남경필 신당의 경우 남 지사가 차기주자로 거론돼왔지만 지지율이 미약한 수준이다. 김무성 신당의 경우 김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의 뜻을 이미 밝혔다. 결국 남아 있는 보수주자 중 차기에 가장 근접한 이는 반기문 총장밖에 없다.

반 총장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이 선전하는 야권 우위의 차기 지형 속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보수후보다. 대통령 탄핵정국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차기 지지율을 20% 안팎 안정적으로 관리한 것.

새누리당 외곽의 보수신당들은 반기문 총장의 영입이 아니면 차기 대선국면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어느 세력이 반 총장과 손을 잡느냐에 따라 보수재편 과정에서 주도권 쟁탈전이 불거질 수 있다. 반 총장에 대한 구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규모의 세력이 어느 정도는 전제돼야 한다.

각 세력이 독자적인 신당 창당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반기문 총장 역시 현실정치의 초보라는 점에서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보수신당 창당에 나선다 할지라도 끝까지 독자노선을 고집하기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다른 보수신당과의 연대나 합당을 통해 대선 조직을 일거에 보강할 수 있다. 연대가 성사만 된다면 어느 쪽이든 윈윈 구조다.

창당 노림수…각개약진 후 대선 전 보수 통합

보수진영의 신당 창당 노림수는 결국 차기 대선을 향해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차기 대선은 내년 12월로 예정돼 있지만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통과로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이 확정적이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판결 시기에 따라 대선 일정은 유동적이다. 헌재 판결이 일찍 내려지면 4월 벚꽃대선이 가능하다. 6월까지 결론이 나면  8월 찜통 대선이 열린다. 예상 외로 늦어지면 10월 이후 가을대선이 치러질 수도 있다.

보수세력아 가장 원하는 것은 차기 대선이 가능한 한 늦게 열리는 것이다. 만일 박한철 소장이 퇴임하는 1월 말까지 헌재가 탄핵심판 결정을 내릴 경우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 후임자 선거’를 명시한 헌법에 따라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차기 대선이 실시된다. 압도적인 야권 우위의 차기 지형과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보수세력이 사분오열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선을 차분하게 준비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는 곧 야당의 대선 승리와 정권교체로 이어진다.

다만 내년 6월 이후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상황의 반전을 노릴 수 있다. 우선 새누리당 안팎에서 난립하고 있는 보수신당이 각각 보수혁신을 강조하면서 새누리당을 대체하는 신(新)보수정당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신당의 선명성을 내세워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킨 뒤 극적 연대를 통해 정치적 열세구조를 극복하는 막판 보수진영의 뒤집기 전략이다. 

김희민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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