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도 정몽구 회장 빼고 핵심임원이 검찰 수사를 받은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언제 정몽구 회장을 소환하느냐만 남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검찰의 수사가 의례적인 것인지, 아니면 ‘뭔가’를 잡고 수사에 착수한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주요 임원 소환 조사와 함께 현대캐피탈 본사를 압수수색까지 감행하면서 뭔가를 찾고 있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검찰의 갑작스러운 수사에 당황해하고 있다. 검찰의 조사는 이뤄지고 있으나 삼성과 LG처럼 단서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어 현대차그룹이 더욱 당황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느 때 같았으면 내용이라도 대충 나와야 하는데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에 불려 들어간 임원도 그룹의 주요 핵심임원들이라는 점에서 무엇인가 큰 건이 걸리는 게 아니냐며 좌불안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LG비자금 수사 이후에 검찰의 수사 방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던 차에 검찰의 전격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당시의 당혹감을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온 신경을 검찰의 동선에 맞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보 채널을 풀가동해 검찰의 행보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의 철저한 보안 탓에 아직까지 현대차 수사의 실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별 소득 없이 끝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대외신인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대기업의 압수수색을 검찰이 확실한 물증없이 단행할 가능성은 드물다는 게 수사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삼성도 검찰의 고강도 수사에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 상무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건과 관련, 임원 2명이 기소 당했다. 또 검찰은 전환사채 의결과정에서 이사회 정족수 미달로 상법상 무효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태클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사실상의 그룹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대선자금 부분에서도 삼성은 검찰의 칼날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11월 24일 삼성전기 압수수색 등으로 삼성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자금과 관련, 검찰은 대선 때 삼성이 노무현 캠프에 전달한 공식 지원금 10억원 중 3억원이 전·현직 CEO 3명 명의로 제공한 점을 예의주시하고,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이학수 삼성구조본부장을 출금시키고 해당자를 차례로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수사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기업은 단연 LG다. 검찰은 오너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내린데 이어 LG홈쇼핑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 때문에 구본무 회장의 소환 조사도 불가피하다는 말까지 재계에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검찰은 대주주인 구씨 일가의 부당내부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조사의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 검찰의 행보를 봤을 때 그룹 총수의 줄소환이 예견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계 총수 소환이 국가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검찰의 수사가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용>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