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때문에 큰 상처 받았어요”

한효주는 요즘 설렘과 걱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지난 5월 21일부터 방송 중인 SBS <일지매>를 통해 사극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극중 일지매와 애절한 사랑을 나누는 양가집 규수 ‘은채’ 역을 맡은 한효주. 무슨 일이든 ‘처음’에 의미를 둔다는 그녀는 생애 첫 사극인 <일지매>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겁 없이 도전했다가 호되게 당했죠.(웃음)”
지난 5월 15일. <일지매>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한효주는 사극 연기의 어려움을 이같이 표현했다. 사극은 현대극과 말투부터 달라 첫 대본연습 때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연출을 맡은 이용석 PD에게 SOS 요청을 보냈단다.
“출연을 결정하고 사극을 챙겨 봤는데 매력 있더라고요. 의상을 비롯해 보여줄 수 있는 부분도 많고요. 근데 말투가 너무 어려워요. 감정전달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아! 계속 댕기머리 하고 있는 것도 두통이 올 정도로 힘들어요.(웃음)”
겁 없이 도전했다 혼쭐…
평소 사극을 즐겨 보지도, 관심도 크지 않았던 한효주가 <일지매>에 출연한 건 ‘최초’였기 때문이다. 데뷔 후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은 사극이라 욕심이 났다는 것.
실제 한효주는 무슨 일이든 ‘처음’에 의미를 둔다. 익숙한 것보단 접해보지 못한 장르, 해보지 않은 역할에 호감을 느낀다. 청춘드라마 위주로 출연하는 또래 배우들과 달리 일일극에서 독립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성향 때문이다.
“작품을 고를 땐 시나리오가 기본이고 그 다음엔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분야인지를 봐요. 새로운 장르를 하다보면 힘들 때도 있는데 덕분에 연기 폭을 넓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선시대 의적 ‘일지매’ 이야기를 다룬 <일지매>에서 한효주는 ‘은채’ 역을 맡았다. 단아하면서도 야무진 양가집 규수 은채는 일지매와 비극적 사랑을 나누는 인물. 그러고 보니 갸름한 얼굴에 여린 몸,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한효주의 모습이 영락없는 은채다. 하지만 이는 보이는 이미지일 뿐 실제 한효주는 털털하다. 성격과 달리 은채처럼 지고지순하거나 슬픈 역할을 주로 한 탓일까.
일지매를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봉순(이영아)처럼 활달한 역할엔 욕심 없냐는 질문에 한효주는 “왜 없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악플 대신 응원 메시지를…
“밝은 캐릭터, 너무 하고 싶죠. 발랄한 역할도 해봤는데 나름대로 내면의 아픔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음엔 정말 귀엽고 깜찍하고 천진난만한 인물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웃음)”
하지만 역할 욕심은 조금 더 뒤의 얘기다. 지금 한효주의 최대 관심사는 은채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 “은채는 드라마 속에서 정적이고 고요한 분위기를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튀지 않고 잘 녹아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마지막에 캐스팅된 데다 새 작품을 시작하면 한두 달은 ‘이 역이 내게 맞는 걸까’란 고민과 슬럼프에 빠진다는 한효주. 그녀에게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는 큰 힘이 된다. ‘주당’으로 알려진 이준기를 주축으로 배우와 스텝들이 자주 술자리를 갖다 보니 주량까지 늘었다.
“처음엔 맥주 한 캔으로 시작했는데 마시다보니 늘더라고요. 요즘 주량이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즐기고 있어요.(웃음)”
열심히 노력하는데다 팀워크까지 좋기 때문일까. 한효주는 올 하반기 방영 예정인 이승기 주연의 MBC <일지매>와의 비교에 신경 쓰지 않는다. 고 고우영 화백의 동명만화가 원작인 MBC <일지매>와는 내용이 완전히 다른데다 볼거리도 더 풍부하단다.
“우리 드라마는 일지매의 아픔은 물론 모든 등장인물의 트라우마를 건드려요. 영상과 음악도 끝내주고요.(웃음) 덕분에 20부작이 심심하게 흘러갈 것 같진 않아요.”
인터뷰 말미. 첫 사극인 <일지매>를 통해 팬들에게 어떤 평을 받고 싶느냐는 질문에 한효주는 평범하면서도 절실한 답을 건넸다.
그 모습이 은채처럼 야무지다.
“악플 달지 말고 응원 메시지 많이 보내주세요. 악플에 상처 많이 받았거든요.(웃음) 지금까지는 매일 기사 검색했는데 이번엔 안 하려고요.(웃음)”
신혜숙 프리랜서 tomboyshs@nate.com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