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이 군입대 멀리하는 이유는?
스타들이 군입대 멀리하는 이유는?
  •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05-20 11:17
  • 승인 2008.05.20 11:17
  • 호수 734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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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예인 ‘병역비리 리스트’
송승헌 · 양동근

한국 사회에서 ‘병역’은 가장 민감한 관심사 중 하나다. 국민의 의무이기도 한 만큼 병역비리에 관련된 남자 연예인에게 유난히 매서운 질타가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예인들의 병역비리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비리까진 아니어도 최대한 입대를 연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무릅쓰고 군대를 멀리하는 남자 연예인들의 속사정을 살펴본다.

최근 들어 마약, 폭력사건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잇달아 터지고 있는 연예계에 또 하나의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연예인이 연루된 병역비리가 적발된 것.

지난 10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뮤직비디오 감독 김모씨(27)와 래퍼 원모씨(30) 등 3명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당초 병무청 신체검사를 통해 현역 입영 판정을 받았던 김씨와 원씨는 2006년 7월 재검으로 4급 즉 공익근무 대상자 판정을 받았다. 재검 전날 잠을 자지 않고 커피를 마신 뒤 특정부위에 힘을 줘 혈압을 높이는 방법으로 ‘본태성 고혈압’(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고혈압)을 일으킨 것.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김씨와 원씨는 2006년 1월 서울 관악구 인근에서 브로커 A에게 현금 200만원을 주고 이같은 수법을 익혔다. 4급 판정을 받은 뒤 고혈압 치료를 중단했다 덜미를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해당 연예인 원씨, 김씨가 누구인지 추적(?)해 신상을 공개하는 한편 두 사람에 대한 격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연예계의 끊이지 않는 병역비리에 대한 질타와 연예인 병역비리 수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병역비리에 연루됐거나 의심받고 있는 연예인 명단과 그 이유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게시물을 올린 네티즌도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병역비리의 경우 가장 거센 질타를 받고 연예인 생명에까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며 “스타들이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왜 병역비리가 끊이질 않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연예인들이 곱지 않은 시선, 심할 경우 법적 처벌까지 감수하면서 병역을 피하려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복귀 후 활동 ‘막막’?

‘비리’라는 극단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더라도 입대를 최대한 연기하려는 남자 연예인들이 많다. 일반적인 군 입대 시기는 20대 초반이지만 연예인의 경우 평균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란 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연예 관계자들은 스타들이 군 입대를 기피 혹은 연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복귀에 대한 두려움’을 꼽는다. 제대 후 연예계에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혹은 이전 인기를 다시 구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으로 입대를 주저한다는 것.

남자 탤런트 매니저는 “2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한해에만 수십 명의 신인이 데뷔하는 상황에서 최고의 톱스타가 아니라면 성공적인 복귀를 장담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방송국 관계자 역시 “입대 문제로 고민하는 연예인을 여럿 봤다.

제대 후를 더 걱정하는 것 같았다”며 “사실 제대 후 전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들도 있지 않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MC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다 입대했던 모 개그맨의 경우 지금은 인기나 활동이 전만 못하다는 예를 들기도 했다.

최근 들어 연예인의 활동 수명과 인기 주기가 급속히 짧아지면서 제대 후 복귀에 대한 걱정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가 워낙 자주 바뀌어 기억에서 사라지는 건 금방이지만 다시 존재감을 만들긴 힘들다는 것.


‘톱’될 때까지만 미뤄…

여기에 실력 저하에 대한 두려움도 더해진다. 연예사병이 아닌 이상 군에 복무하는 2년간 연기 혹은 음악과 거리를 두다보면 아무래도 실력이 줄기 마련. 소위 말하는 ‘감’도 잃는다.

때문에 제대 후 연예인들은 기본기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얼마 전 소집해제 된 고수도 복귀작인 연극 <돌아온 엄사장> 제작발표회에서 “복무 기간 동안 감을 잃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한 연예 관계자는 “공익요원은 밤 시간에라도 나름의 준비를 할 수 있고 연예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하지만 현역은 아무래도 더 힘든 부분이 있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자 연예인들은 확실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입대를 미루기도 한다. 실력을 검증받고 인기를 쌓은 후 입대하면 제대 뒤 복귀가 한층 수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톱스타의 경우 입대 후에도 존재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팬과 연예 관계자들은 그의 제대를 불철주야 기다리고 2년 간 활동이 없었다는 이유로 몸값은 되레 치솟는다. 제대와 동시에 대작 주연 자리를 꿰차기도 한다.

병역비리로 시끌벅적하게 입대한 송승헌도 ‘앞으로 활동이 어렵지 않겠냐’는 일각의 예상을 깨고 제대 몇 달 전부터 수 십 편의 드라마, 영화 출연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 후엔 영화 <숙명>, 뮤직비디오 <연가>, 드라마 <에덴의 동쪽>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당시 함께 병역비리에 얽혔던 한재석, 장혁도 제대 뒤 무리 없이 복귀했다. 입대 전 형성되고 군 복무 기간 내내 유지된 인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한 탤런트 매니저는 “톱스타의 경우 아무래도 제대 후 활동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며 “톱의 위치에 오르려면 수년 간 노력해야 한다. 20대에 데뷔했다면 입대를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중간한 상황에서 입대하는 거보단 군 생활을 마친 연예계에 데뷔하거나 톱스타가 되고나서 입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소속사와 논의도 필요

배우들의 경우 ‘이거다’ 싶은 작품을 만나면 계획했던 입대를 미루고 촬영에 돌입하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품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몰라도 제작을 시작해야 하는 작품을 배우 때문에 2년이나 묵히는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배우가 시기를 맞춰야 하는 셈.

지난 6일 비밀리에 입대해 팬들을 놀라게 한 배우 겸 래퍼 양동근도 영화 <이탈> 출연을 위해 한 차례 입대를 연기했다. 하지만 영화 촬영이 연기되면서 출연을 취소하고 곧바로 경기도 의정부 206보충대로 입소한 것으로 알려져 “역시 양동근”이란 찬사를 받았다.

소속사와의 관계도 연예인 입대에 영향을 미친다. 소속사와 논의를 통해 입대 시기 등을 정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연기자 매니저는 “소속사에서 세워둔 계획도 있기 때문에 연예인 마음대로 입대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일반인들보다 입대가 늦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피할 수 없다면 가라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정당한 사유로 면제받지 않는 이상 정상적으로 군 복무를 마쳐야 한다”고 연예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미지 관리와 장기적인 활동을 고려할 때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는 것.

더욱이 최근 병무청장이 연예인은 물론 프로 운동선수, 사회지도층 등의 병역비리를 줄이기 위한 ‘병역사항 특별관리 관련법’ 제정 추진을 밝힌 만큼 병역에 깔끔하게 응하는 게 상책이란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군 입대를 통해 혹은 제대 후 인기를 얻는 스타들이 적지 않아 입대를 목숨 걸고 피하거나 미룰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안티 팬에게 인신공격 수준의 비난을 받던 가수 문희준은 연예사병으로 활동하며 호감을 얻은 뒤 제대 후에는 안티가 팬으로 돌아서는 기쁨을 맛봤다. 지난 1월 입대한 배우 천정명은 모범적이고 성실한 생활을 인정받아 특박 및 조기 진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가하면 ‘모범 연예인’의 대명사 차인표를 필두로 힙합가수 크라운제이, 탤런트 연정훈 등은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국 복무를 마쳐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피아니스트 이루마 역시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현재 해군에서 복무 중이다.

흔히 ‘안갈 수만 있으면 안가고 싶은 곳이 군대’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가야만 하는 곳이 군대라고도 한다. 필요에 의해 혹은 목적이 있어 입대를 연기할 순 있지만 ‘불법’으로 안 갈 이유를 만드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반짝 스타’로만 활동을 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tomboysh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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