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활동 그만 둘까 생각도 했어요”

‘삼순이’ 김선아가 영화 <걸스카우트>로 돌아왔다.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3년 만. 그 사이 소송과 루머에 휘말리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던 김선아는 <걸스카우트>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되찾았다. 전보다 더 밝은 모습으로 팬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걸스카우트> 제작보고회에서 만난 김선아는 영화 제목에 걸맞게 걸스카우트 복장을 하고 있었다. 30살이 넘은 나이에도 걸스카우트 단복이 잘 어울리는 건 그녀 특유의 밝고 건강한 매력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 매력을 되찾기까지 적지 않은 고통을 경험했다.
‘삼순이 신드롬’을 일으킨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김선아는 영화 <목요일의 아이>에 캐스팅 됐다. 냉철한 변호사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에 기대가 모아졌지만 얼마 후 김선아는 영화에서 하차했다.
영화는 <세븐 데이즈>로 제목을 바꾸고 김윤진 주연으로 촬영을 재개했지만 김선아는 제작사로부터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설상가상.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일명 ‘나훈아 루머’에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견디기 힘든 일을 잇달아 겪어서일까. 김선아는 “공백 기간 동안 연기를 그만 둘까 생각했었다”고 털어놨다.
제작사와 손해배상 소송 악재
“활동하다보면 이런 저런 일을 겪게 되는데 공백 기간에 유난히 심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구체적인 이유까지는 밝히기 그렇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격이었죠. ‘이렇게 마음을 다치면서까지 일을 해야 할까’란 생각을 했었어요.”
흔들리는 김선아를 잡아준 작품이 <걸스카우트>였다. 20대 은지(고준희), 30대 미경(김선아), 40대 봉순(이경실), 60대 이만(나문희)까지. 봉촌 3동 ‘여걸 4인방’이 떼인 곗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걸스카우트>는 김선아에게 연기 원동력은 물론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용기까지 선물했다. 김선아가 <걸스카우트>를 “정말 특별하고 잊을 수 없는 영화”라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각 연령대를 대표하는 여자들이 출연하고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뒤통수 맞는 경험이 담겨 있어서 굉장히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 같아요.(웃음)”
화기애애한 현장분위기와 배우들의 단단한 팀워크는 <걸스카우트>에 대한 김선아의 애정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95%에 달하는 야외촬영과 힘든 일정을 소화하며 김선아는 나문희, 이경실, 고준희와 가족 같은 사이로 발전했다. 그 중에서도 <내 이름은 김삼순>,
“사람 사이엔 인연이라는 게 분명 존재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선생님과 작업할 기회가 있을 것 같고 꼭 같이 하고 싶어요. <걸스카우트>도 제가 먼저 선생님께 ‘좋은 시나리오가 있으니 검토해 달라’고 전화 드렸고 선생님이 3일 뒤쯤에 승낙하셨어요.”
그렇다고 촬영이 마냥 즐겁기만 한 건 아니었다. <걸스카우트>가 ‘실용액션’을 추구하는데다 미경이 일단 덤비고 보는 캐릭터라 김선아 몸엔 멍 가실 날이 없었다. <잠복근무>에서 남자들도 울고 갈 정도의 액션신을 소화한 그녀지만 ‘때리는 자’에서 ‘맞는 자’로 입장이 바뀐 탓에 부상도 잦았다.
도망간 계주를 뒤쫓고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도망치느라 운동화에 구멍이 날 정도로 뛰고 또 뛰기도 했다.
“감독님이 무슨 심보로 그러셨는지 현장에서 그렇게 저를 많이 뛰게 하셨어요.(웃음) 더욱이 운동화도 재고 없는 상품을 주셔서 양쪽에 구멍이 났는데 새 걸 사지도 못하고 바지로 구멍 난 부분만 살짝 가리고 촬영했어요. 다행히 잘 보이진 않더라고요.(웃음)”
몸을 사리지 않고 촬영에 임했으니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한 건 당연지사. 김선아는 “자신감만으로 흥행을 알 순 없다. 개봉시기 등을 비롯해 운이 많이 작용한다”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할리우드 대작들과의 싸움에 겁먹진 않는다.
“결과에 대한 기대는 반반인데 개인적인 만족도는 굉장히 커요. 예전에 영화했을 때 성룡과 3번 붙어서 다 이겼고 <매트릭스>보다 스코어가 좋았던 적도 있었어요. 한국영화도 나름대로 힘이 있기 때문에 미리 주눅 들기보다 자신 있게 가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운동화 구멍 날 정도로 뛰었다”
6월 5일 <걸스카우트>로 스크린을 공략하는 김선아는 이어 안방극장 평정에까지 나선다. MBC <이산> 후속으로 6월 16일부터 방송되는 <밤이면 밤마다>의 주연을 맡은 것. 극중 김선아는 섹시하고 귀여운 문화재 단속반원 ‘허초희’로 분해 바람둥이 고미술학자 범상(이동건)과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가며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3년간의 침묵을 끝내고 더 예쁘고 밝아진 모습으로 돌아온 김선아. 팬들은 이제 그녀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사랑스럽고 발랄한 매력에 푹 빠질 일만 남았다.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tomboysh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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