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좁고 배역은 많다
무대는 좁고 배역은 많다
  •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04-23 13:41
  • 승인 2008.04.23 13:41
  • 호수 730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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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이 무대에 오르는 까닭은?

연예인들의 공연 나들이가 활발하다. 탤런트는 물론 가수, 개그맨들까지 연극과 뮤지컬에서 끼를 발산하고 있다. 공연에 출연하는 연예인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공연계에 활력을 준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비난이 동시에 일고 있다. 무대로 간 스타들의 활약상과 출연 이유 등을 살펴본다.


고수, 연극으로 복귀

오는 25일 제대하는 탤런트 고수가 연극으로 활동을 재개한다. 현재 인기리에 진행 중인 연극 프로젝트 ‘연극열전2’에서 선보이는 <돌아온 엄사장>에 출연하는 것. 5월 23일부터 공연 예정인 이 연극에서 고수는 교활한 ‘엄사장’에게 사기를 당하는 순박한 청년 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비단 고수만이 아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무대에서 끼를 발산하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연극과 뮤지컬 출연진 명단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탤런트 최화정은 <연극열전2> 세 번째 작품 <리타 길들이기>의 주인공 ‘리타’ 역을 맡아 지난 3월 14일부터 무대에 오르고 있다.

17년 전 <리타 길들이기> 국내 초연 때도 리타를 연기했던 그녀다.

연극과 드라마를 꾸준히 병행해온 추상미는 <연극열전2> 네 번째 작품 <블랙버드>의 주인공 ‘우나’ 역을 맡아 동숭아트센터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탤런트 홍은희는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러브라인을 그린 <클로져>로 첫 연극 경험을 했다. 연극은 이달 말까지 공연된다. 홍은희와 함께 <클로져>에 출연한 그룹 god 출신 데니안은 5월 9일 막을 올리는 사무라이극 <나생문>의 주인공을 맡아 한 번 더 연극 무대에 선다.


연예인 공연 출연 급증

뮤지컬로 발길을 돌린 연예인도 많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승리는 황순원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창작뮤지컬 <소나기>에서 순수한 ‘소년’ 역을 맡아 소녀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하희라는 지난 달 28일부터 시작된 <굿바이 걸>에서 홀로 딸을 키우는 이혼녀 ‘폴라’로 분해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그룹 쥬얼리 출신 조민아는 6월까지 공연되는 <온에어>에서 PD 역을 맡아 노래와 춤, 연기력을 선보이는 중이다. 탤런트 소유진은 한창 공연 중인 <사랑은 비를 타고>로 뮤지컬과 인연을 맺었고 유준상은 5월 2일 막이 오르는 <더 라이프>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연기자와 가수는 물론 개그맨들의 공연 출연도 활발하다. <굿바이 걸>에서 하희라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정성화는 개그맨이지만 뮤지컬에서 더 두각을 나타낸 인물. 창작뮤지컬 <루나틱>에서 실력을 입증한 김효진도 현재 <온에어>에서 다혈질이지만 귀여운 작가 ‘우아미’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만사마’ 정만호 역시 지난 18일부터 공연 중인 <요덕스토리>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렀다.

여기에 옥주현, 바다, 슈, 유진, 신성우, 진주, 그룹 god 멤버 김태우(이상 가수), 조승우, 유지태, 한채영, 이천희, 이태란, 양동근, 이지현, 사강(이상 배우), 백재현, 홍록기, 정준하, 김미려(이상 개그맨) 등 작품을 끝낸 이들까지 더하면 무대에 선 연예인의 수는 끝도 없다. 참여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스타 캐스팅 ‘홍보효과’ 최고

이같은 스타들의 공연 출연 러시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공연계와 스타가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공연 주최 측은 스타를 통해 홍보효과를, 스타는 연기력 성장, 재능 발산, 배우 입지 다지기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윈윈 전략’인 셈.

스타 캐스팅은 연극과 뮤지컬의 홍보효과를 급상승시킨다.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스타가 출연하면 프레스 리허설에 참석하는 취재진 수가 틀려진다. 문화부는 물론 연예부 기자들까지 참석하고 연예프로그램에도 소개된다”고 전했다.

스타 캐스팅 효과는 <연극열전2>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좋은 연극을 보다 많은 대중에게 소개하자는 취지하에 열리고 있는 <연극열전2>는 배우 조재현이 프로그래머를 맡고 한채영, 최화정, 고수, 나문희 등 스타들이 대거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연극열전2> 홍보 관계자는 “<연극열전>에서 선보이는 작품 중 상당수가 인기작이라 원래관객 점유율이 높다.

여기에 스타 출연까지 더해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관객층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스타 캐스팅이 의미 있다고. 이 관계자는 “연예인이 출연하는 공연을 보는 관객 중엔 연극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이들이 상당수다”며 “스타 캐스팅이 새로운 관객층 형성에 어느 정도 일조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공연 관계자들에 따르면 뮤지컬에 비해 연극에서 스타 캐스팅이 더욱 절실하다. 공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뮤지컬로 기울어 있어 스타를 통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


공연 출연…배우 인식 강해져

조재현은 최근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스타마케팅은 연극에서 등 돌린 관객들을 돌아오게 하기 위한 극약처방”이라며 “스타 마케팅으로 연극을 본 관객 중 5%만이라도 새로운 연극을 보기 바란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황금기를 맞은 뮤지컬계에서도 스타 캐스팅을 진행하는 이유가 있다. 3~4년 사이 국내 뮤지컬 시장은 급격히 팽창해 작품수도 늘고 장르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 층은 이를 충분히 커버할 정도로 두텁지 못하다.

흥행을 고려해 인지도 높고 실력이 검증된 배우들만 기용하면 겹치기가 심해지고 일정 조절도 어렵다. 때문에 실력을 갖춘 스타를 캐스팅한다는 것. 물론 홍보효과도 배제할 순 없다.

오디뮤지컬컴퍼니 홍보담당자 신은씨는 “스타 캐스팅을 통해 제작사는 연예인의 신선한 춤과 노래 실력을 얻고 연예인은 새 재능을 발산할 수 있다”면서 “단, 아무리 톱스타라도 뮤지컬에 필요한 기본기를 갖춰야 출연이 가능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실제로 과거엔 연예인의 뮤지컬 출연은 화제성이 강했지만 지금은 가창력, 춤, 연기력 3박자를 인정받아야 무대에 설 수 있는 분위기다.

올해 뮤지컬 어워즈 수상 후보에 옥주현, 황정민, 조승우, 정성화 등의 이름이 오른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연예인 입장에서도 공연 출연은 매력적이다. 특히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다 연기자로 전향한 연예인에겐 배우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더없이 유용하다. 드라마와 달리 연극, 뮤지컬은 실력이 없으면 소화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

가수나 개그맨들에겐 숨겨온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한 탤런트 매니저는 “오락프로그램 출연은 인지도 상승에 기여하지만 공연 출연은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는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최근 가요시장이 얼어붙고 영화계가 보릿고개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활동 무대를 개척하려는 연예인들의 시도가 공연 진출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소규모 공연, 스타에 가려져

한편 스타 캐스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강하다. 연예인들의 무분별한 공연 진출로 전문 연극·뮤지컬 배우들의 설자리가 줄고 관심 받는 작품과 외면 받는 작품이 확연히 엇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

실제 상당수 연예인이 일반적인 연극, 뮤지컬배우들보다 높은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톱스타일수록 몸값도 올라간다.

익명을 요구한 뮤지컬제작사 홍보 담당자는 “연예인이 출연하면 몸값이 뛰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문 뮤지컬 배우의 수입엔 큰 변동이 없다. 그러니 전문 배우들의 기분이 좋을 리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소규모 극단 관계자는 “스타를 내세운 대규모 공연에 작은 규모의 좋은 공연이 가려진다는 사실을 왜 모르느냐. 무분별한 스타 마케팅은 결국 공연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연계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스타들의 공연 진출. 둘 중 어떤 효과를 더 크게 발휘할 지 무대 위 스타들의 활동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tomboysh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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