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스타파워’ 날개가 없다
추락하는 ‘스타파워’ 날개가 없다
  •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04-10 08:57
  • 승인 2008.04.10 08:57
  • 호수 728
  • 4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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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관객을 불러 모으는 ‘스타’. 그들의 ‘파워’가 힘을 잃고 있다. 추락세는 가파르다. 충무로에서 “스타 캐스팅보다 시나리오가 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관객 수준이 높아지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스타 출연만으론 흥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 ‘흥행 일등공신’에서 변수로 하락한 스타파워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영화 <숙명>은 송승헌, 권상우, 지성이라는 화려한 출연진으로 제작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최고의 한류스타들이 뭉친 작품답게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의 관심도 뜨거웠다. 그런 <숙명>의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영화 <숙명> 흥행 적신호?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달 20일 개봉한 <숙명>은 개봉 첫 주말(3월 21~23일) 약 35만7천명의 관객을 동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열기는 잠깐이었다. 개봉 2주로 접어들면서 관객 동원력과 예매율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숙명>을 본 관객은 약 16만2천여 명이었고, 인터넷 사이트 인터파크 예매순위는 4월 3일 기준으로 2위에서 8위로 내려앉았다.

개봉하는 신작이 여러 편이란 점을 감안해도 출연진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비단 <숙명>만이 아니다. 톱스타 주연 영화가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스타파워가 의미를 잃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송혜교의 <황진이>, 권상우와 유지태의 <야수>, 이병헌과 수애의 <그 해 여름>, 배용준과 손예진의 <외출>, 설경구와 김태희의 <싸움>, 정지훈(비)과 임수정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전지현과 황정민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등 기대작으로 손꼽힌 영화가 줄줄이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예술적 영화는 완성도가 높아도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톱스타를 내세운 상업적 영화가 흥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스타파워의 위력이 의심된다”고 전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스타파워의 약세 원인으로 가장 먼저 ‘높아진 관객의 눈’을 꼽는다.

과거 대중은 톱스타 출연 영화는 덮어놓고 보는 경향이 강했다. 구관이 명관, 신인보단 톱스타 출연작이 믿을 만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관객들 “새로운 걸 원해!”

하지만 요즘 관객은 변했다. 배우의 명성보다는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 새로움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미국드라마와 할리우드 영화로 대표되는 감각적인 영상,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작품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볼거리가 톱스타뿐인 작품은 더 이상 매력이 없다.

가장 좋은 예가 <식객>,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추격자>의 흥행이다. 이렇다 할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가 없는 세 영화는 개봉 전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각각 300만, 410만, 47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위기에 처한 한국영화계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특히 <추격자>의 경우 꾸준히 관객이 들고 있어 500만 고지를 넘어설 것이란 기대까지 받고 있다. 주목할 점은 세 작품 모두 새로운 소재, 탄탄한 시나리오,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이 조화를 이뤘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파워’가 스타파워를 눌렀다는 의견도 있다.

예전엔 영화평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다. 때문에 톱스타 출연작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초반 관객동원이 가능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개봉 당일 혹은 시사회 직후 해당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가 인터넷에서 오르고 잠재 관객의 티켓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 부족한 영화의 완성도를 숨길 수 없게 된 것.

모 홍보사 관계자는 “관객과 기자들의 영화평이 인터넷을 통해 워낙 빠르고 적나라하게 올라온다”며 “때문에 기대이하로 만들어진 영화는 개봉 직전에 시사회를 열기도 하는데 이런 방법도 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투자자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이전에 비해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기 잘하는 배우들에게 보내는 관심이 높아진 것.

영화 제작사 모 관계자는 “영화판에서 ‘흥행 보증수표’란 인식이 사라진지는 오래됐다”며 “과거엔 스타 캐스팅만으로 일이 진행되곤 했지만 지금은 힘들다”고 전했다. 톱스타는 여전히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지만 전처럼 절대적 요건은 아니라는 것.


인터넷파워, 스타파워 뛰어넘나?

이 관계자는 “지금 충무로에선 좋은 시나리오와 배우, 능력 있는 감독에 대한 수요가 어느 때보다 크다. 투자자들 역시 탄탄한 시나리오에 마음이 움직인다”며 달라진 영화 제작 분위기를 전했다.

6, 7월을 기점으로 설경구의 <강철중>, 이병헌, 정우성, 송강호의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박해일과 김혜수의 <모던보이> 등 톱스타 주연의 기대작이 잇달아 개봉한다. 이들이 희미해진 스타파워의 위력을 다시 한번 보여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tomboysh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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