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출신 매니저’ 사실인가?
‘조폭 출신 매니저’ 사실인가?
  • 신혜숙 프리랜서  
  • 입력 2008-04-10 08:54
  • 승인 2008.04.10 08:54
  • 호수 728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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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 매니저? 옛말입니다!”
영화 의 한장면

연예인 매니저를 향한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다. 얼마 전 벌어진 일명 ‘매니저 심야 난투극’을 계기로 “매니저 중엔 조폭이 많다”는 소문이 다시 고개를 든 것. 일선 매니저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조폭 출신 매니저가 활동하던 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그림자’로 불리는 매니저. 그들을 알아본다.

지난 달 22일 새벽 5시경. 서울 마포구 상수동 주택가 골목에서 개그우먼 매니저 A씨와 다른 기획사 가수 매니저 B씨가 싸움을 벌였다.

흉기까지 동원된 이 싸움으로 A씨는 머리를 다치고 B씨는 손바닥 인대가 끊기는 중상을 입었다. 경찰조사 결과 상대방 기획사를 욕했다며 전화로 말다툼을 하던 A씨와 B씨는 얘기를 하려고 만났다 몸싸움을 벌였다.


‘매니저들 심야 난투극’ 뒷얘기

일주일 후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고 단숨에 화제를 모았다.

A씨와 B씨 기획사는 각각 “B씨 측이 A씨의 집까지 찾아와 위협했다”, “평소 A씨가 우리 기획사를 비방하고 다녀 대화를 하려고 만났는데 A가 먼저 흉기를 휘둘렀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동시에 “매니저들의 개인적인 다툼인 만큼 원만히 해결하려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양측 소속사의 화해 의사와 상관없이 난투극 소식을 접한 상당수 네티즌은 흥분했다.

A씨와 B씨는 물론 그들이 담당하는 연예인 실명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예인 매니저 중에는 깡패 출신이 많다더니 사실이냐?”는 리플까지 달렸다.

네티즌의 강도 높은 질타에 일선 매니저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씨와 B씨의 난투극으로 매니저 전체를 비난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

8년 차 매니저 C씨는 “A씨와 B씨 다툼은 개인적인 사건이다. 이 바닥(연예계)이 워낙 좁고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매니저들끼리 주먹다짐을 벌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상당수 매니저가 조폭’이란 소문에 대해서도 “오래된 지독한 편견”이라고 잘라 말했다. 10년 차 매니저 D씨도 “인간적인 매니저도 있고 질 나쁜 매니저도 있지만 조폭 출신 매니저는 많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매니저들에 따르면 과거엔 조폭 혹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매니저, 소속사 관계자 등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비중을 따진다면 가수 쪽이 좀 더 많았다. “나이트 출연이나 지방행사 등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매니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조폭 출신 매니저는 찾아보기 힘들고 있다 해도 예전처럼 세를 펴기 어렵다. 매니저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이다.


‘업그레이드’된 매니저 세계

과거엔 ‘누구 동생’ ‘누구 후배’ 같은 인맥으로 매니저를 뽑았지만 요즘은 채용공고를 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학벌은 물론 면접을 통해 인성까지 살핀다. 연예사업이 체계화, 대형화되면서 매니저도 가려 뽑게 된 것.

D씨는 “소개로 매니저를 채용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매니저가 연예인의 얼굴을 대신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채용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소속사 관계자 E 역시 “악질 매니저라고 소문나면 연예인이 같이 일을 하려하지 않기 때문에 이왕이면 좋은 사람을 뽑으려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일반인들은 연예인이 매니저에게 휘둘린다고 생각하지만 매니저들은 “오해”라고 입을 모은다. 신인에겐 아직까지 ‘입김’이 작용하지만 톱스타에겐 소속사를 떠날까봐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기 일쑤다.

연예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하면서 일부 톱스타는 ‘1인 기업’이라 불릴 정도의 수익을 창출하게 됐다.

톱스타 한 명만 있어도 소속사 유지가 가능하고 다른 스타나 신인을 영입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때문에 매니지먼트 간 톱스타 스카우트-사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매니저들은 스타가 떠나지 않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탤런트 매니저 F씨는 “예전에 비하면 매니저 파워가 정말 많이 줄었다. 일부 대형 매니지먼트를 제외하면 톱스타가 이적할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을 입기 때문에 요구를 거의 다 들어 준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악질 매니저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연예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가 점점 얕아진다는 사실에 매니저들은 더욱 큰 부담을 느낀다. 예전엔 톱스타가 된 후에도 “의리”를 외치며 신인 시절 매니저와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런 훈훈한 일은 줄어들고 있다고.

매니저들은 “매니저 일로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환상이다”는 조언도 했다. 연예인처럼 성공하는 매니저는 극히 일부라는 것.


톱스타 놓칠까 전전긍긍

회사마다 다르지만 막내 매니저인 ‘로드매니저’는 평균 80~10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회사에서 휴대폰요금, 식비 등을 준다 해도 불규칙한 생활과 과도한 업무에 비해 적은 금액이다. 일부 대형 매니지먼트사를 제외하면 직급이 올라가도 큰돈을 벌긴 어렵다.

회사가 문을 닫아 월급을 못 받는 경우도 많고 벌어도 ‘관리’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많아 돈을 모으긴 하늘의 별따기다.

D씨는 “그나마 요즘은 좋아진 거다. 10년 전 내가 로드매니저였을 땐 월급이 30만원이었다”며 “많은 매니저들이 미래를 보고 일하지만 성공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연예사업이 성장하는 동안 매니저 세계도 변했다. 보다 많은 고급인력이 투입되고 체계적인 관리시스템도 도입됐다. 악질 매니저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수는 점점 줄고 있다. 매니저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스타를 위해 열심히 뛰는 그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할 시대가 왔다.

신혜숙 프리랜서   tomboysh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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