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환상 가지고 있어요”

3인조 여성그룹 SES 멤버에서 연기자로 변신에 성공한 유진. 그녀가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아빠 셋 엄마 하나>로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원더풀 라이프>에 이어 또 다시 ‘엄마’ 역을 맡아 출산은 물론 산후 조리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지만 부담은 없다.
배우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진심을 다해 연기한다”는 스타, 유진을 만났다.
<아빠 셋 엄마 하나>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유진은 20대 후반임에도 여전히 소녀 같았다. 그런 그녀가 극중에서 싱글맘을 연기한다. 3년 전 <원더풀 라이프>에 이어 두 번째 엄마 역이다. 미혼에 사랑스런 이미지를 가진 유진에게 부담이 아닐까 싶지만 웬걸,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원더풀 라이프>와 <아빠 셋 엄마 하나> 역할의 차이점을 똑 소리 나게 구분해 즐겁게 연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원더풀 라이프>의 엄마 역할 경험이 <아빠 셋 엄마 하나>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어요. 두 작품은 별개니까요. 더욱이 <원더풀 라이프>에선 하룻밤 실수로 아이를 낳고 남편의 사랑도 못 받지만 이번엔 결혼 후 당당하게 출산하고 여러 남자의 사랑도 독차지해요.(웃음)”
빨간 원피스에 단발머리
연기 강도는 <아빠 셋 엄마 하나>가 훨씬 세다. <원더풀 라이프>에선 유치원생 엄마였지만 이번엔 임신에서 출산, 산후조리 하는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변사람들은 ‘화면에 더 예쁘게 나올 수도 있는데 왜 망가지느냐’며 걱정하지만 유진의 생각은 다르다. 배우는 맡은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산후조리 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게 부담스럽기도 한데 필요하니까 해야죠. 맡은 역할에 충실하고 싶거든요. 출산 장면은 아직 촬영 전이고 임신한 모습은 계속 찍고 있어요. 배에 보정물을 넣어서 처음엔 불편했는데 이제 익숙해졌어요. 보는 사람들도 배부른 게 잘 어울린다고 하고요.(웃음)”
<아빠 셋 엄마 하나>는 귀여운 싱글맘과 철없는 세 남자의 좌충우돌 육아일기다. 무정자증으로 고생하는 친구 성민(윤상현)을 위해 광희(재희), 수현(조현재), 경태(신성록)는 정자를 기증하고 이 사실을 모른 채 성민의 아내 나영(유진)은 임신한다. 성민이 사고로 죽은 후 세 남자는 자신들 중 한명이 아기 아빠란 사실을 알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아기, 나영과 한 집에서 살게 된다.
재희, 조현재, 신성록 등 무려 5명의 남자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유진은 요즘 “양기를 듬뿍 받고” 있다. 남자배우들 틈에서 연기하는 게 힘들기보단 ‘홍일점’이라서 행복하단다.
“처음엔 걱정했는데 막상 촬영해보니 홍일점이라 가만히 있어도 예쁘게 보이겠더라고요. 사랑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드라마가 방송되면 여자들이 부러워할 거예요.(웃음)”
유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건 유쾌한 촬영장. ‘분위기메이커’ 재희를 중심으로 모든 남자배우가 멋지고 유머러스해 현장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워낙 아이를 좋아해 갓난아기와의 촬영도 즐겁다. “촬영이 힘들어서 아기에겐 미안하지만 덕분에 현장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는 유진은 엄마 역할을 통해 결혼과 어머니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엄마가 나를 어떻게 키웠을지 궁금했고 엄마 생각도 많이 났어요. 결혼에 대해 생각한 지는 꽤 됐어요. 서른 살 전에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여전히 결혼에 대한 꿈과 환상은 가지고 있어요.”
“진심을 다해 연기할 터”
‘가요계의 요정’ SES 멤버에서 배우로 변신한 후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진이지만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발랄한 역할 위주로 제의가 들어와 캐릭터 변화가 크지 않다고. 그렇다고 낙담하는 건 아니다. 작품과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각 캐릭터를 비슷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인터뷰 말미, 유진은 배우로서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린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안다. 진심을 다해 연기하면 언젠가는 통한다는 것.
“즐겁고 진실하게 연기하려고 해요. 오랜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기 잘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진실한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면 연기도 진짜처럼 보이고 제 마음도 시청자들에게 전해질 거라고 믿어요.”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tomboysh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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