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 <친구> 뛰어넘을까?
<숙명>, <친구> 뛰어넘을까?
  •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03-26 11:19
  • 승인 2008.03.26 11:19
  • 호수 726
  • 5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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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숙명> 흥행여부 관심

올 상반기 최대 화제작 <숙명>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17일 기자시사회를 가진데 이어 20일 개봉, 팬들과 만나고 있다. 화려한 출연진과 더불어 곽경택 감독의 <친구>와 비슷한 분위기로 관심을 모은 <숙명>. 이 영화가 <친구>의 성공을 이어받아 한국영화 부활의 견인차역할을 할 지 관심이 쏠린다.


남성적 분위기-강한 액션 ‘비슷’

김해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숙명>은 최고의 한류스타 송승헌, 권상우, 지성의 동시출연으로 제작단계서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송승헌의 군 제대 뒤 복귀 작품, 권상우의 악역변신 등도 화젯거리였다. 여기에 ‘한국영화 르네상스시대’를 연 곽경택 감독의 <친구>와 비슷한 외형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2001년 개봉한 <친구>는 곽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가 가미된 작품. 부산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네 친구의 인생을 남성미 넘치는 화면 속에 담아냈다. 학창시절부터 라이벌이던 준석(유오성)과 동수(장동건)는 우정과 배신을 넘나들며 비극적 운명을 맞고 상택(서태화)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1980년대 정서와 구수한 부산사투리,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액션과 장동건·유오성 등 배우들의 선 굵은 연기, 곽 감독의 뚝심 있는 연출이 어우러진 <친구>는 8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장동건은 잘 생긴 배우에서 연기 잘 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유오성은 스타반열에 올랐으며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는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특히 장동건은 이 영화를 통해 꽃미남이미지 속에 감춰뒀던 남성적 매력을 아낌없이 발산했다.

<숙명> 역시 네 친구의 우정과 배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같은 조직에 있으면서 최고의 시절을 누린 우민(송승헌), 철중(권상우), 도완(김인권), 영환(지성). 하지만 욕망이 맞부딪히고 주변상황이 꼬이면서 이들은 적이 돼 서로의 목숨을 노린다.


세부적 설정·내용 달라

<숙명>에도 <친구>만큼 강도 높은 폭력장면이 수시로 등장한다. 영화의 시작도 주인공들과 수많은 조직원이 벌이는 화끈한(?) 단체액션이다.

송승헌은 <친구>의 장동건 못잖은 변신을 감행했다. 욕설을 퍼부으며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연기를 펼치는 송승헌으로부터 <가을동화>와 <여름향기>에서 보여준 부드러운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또 <친구>의 준석이 잠시나마 마약에 중독됐듯 <숙명>의 도완도 마약에 의해 인생이 잠식당한다.

이런 요인들 때문일까 지난 17일 열린 <숙명> 기자시사회 뒤 “<숙명>과 <친구>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평이 나왔다.

한 기자는 “주인공이 4명이란 점은 물론 각 캐릭터도 닮은 점이 있다”면서 “아무래도 폭력조직이 배경이고 남성적 작품이다 보니 닮았다는 느낌이 더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도 “흐름이나 비극적 정서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세부적으론 다른 부분이 더 많고 두 작품이 닮지 않았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친구>는 어린시절부터 순차적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숙명>은 후반부에 주인공들의 좋았던 시절이 잠깐 등장할 뿐 지난 날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다. 액션스타일이나 주인공들 관계, 갈등요인도 서로 다르다.

한 무가신문 연예부 기자는 “갖고 있는 요소들은 비슷하다. 그러나 두 작품은 전혀 다르다”면서 “<친구>엔 투박하나마 정이 있지만 <숙명>엔 밑바닥까지 인물을 끌어내리고 막장까지 가는 김해곤 감독 특유의 정서가 있다”고 말했다.


흥행 ‘불안-기대’ 반반

현재 영화관계자들의 관심은 ‘<숙명>이 <친구>의 성공까지 닮을 수 있을까’에 모아져있다. 총체적 난관에 부딪힌 한국영화계에서 <숙명>이 400만 관객을 넘어선 <추격자>의 바통을 이어받아 흥행몰이를 할 수 있겠냐는 것.

기대와 불안은 반반이다. 흥행에 한 표를 던지는 이들은 두 시간이란 다소 긴 러닝타임, 인물관계와 심리에 대한 부족한 설명 등이 걸리지만 대중에게 먹힐 요소가 있다고 본다. 송승헌, 권상우, 지성의 인지도가 초반 흥행에 기여하고 오랜만에 등장한 본격 마초영화에 남성 팬들이 환호를 보낸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흥행은 보장되지 않겠냐는 것.

한 영화부 기자는 “작품성에선 아쉽지만 일반인들에게 기대치만큼의 재미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친구>와 비교할 성적은 안 되겠지만 흥행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불안감을 나타내는 이들은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았던 탓에 대중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송승헌, 권상우, 지성이 많은 여성 팬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가 아닌 만큼 호응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기자는 “러닝타임도 긴데다 중반부가 지루하다. 흥행전망이 아주 밝진 않은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받으며 화려하게 극장가에 등장한 <숙명>이 어떤 성적을 기록할지 자못 궁금하다.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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