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 속 연예계 진짜? 가짜?
<온에어> 속 연예계 진짜? 가짜?
  •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03-20 16:52
  • 승인 2008.03.20 16:52
  • 호수 725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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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삶 다룬 드라마 온에어 화제
김하늘 · 박용화 · 이범수 · 송윤아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SBS 수목드라마 <온에어> 인기가 심상찮다. 가파른 시청률 상승은 물론 숱한 화제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출연진과 제작진도 쟁쟁하지만 누구나 궁금해 하는, 하지만 아무나 알 수 없는 ‘연예계 이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온에어>에 담긴 연예계. 과연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연출일까.

<온에어>는 한편의 드라마가 방송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싸기지 없는 톱스타 오승아(김하늘), 인간적인 매니저 장기준(이범수), 흥행불패 작가 서영은(송윤아), 열혈 PD 이경민(박용하)이 이야기 중심에 있다.


첫 회부터 파격 설정 ‘눈길’

때문에 어떤 드라마보다 적나라하게 방송가의 속사정을 보여준다. 어두운 부분까지 카메라에 담는다. 1, 2회에서부터 연예인 성상납, 연기대상 공동수상 거부, PD 뺨 때리는 스타 등 파격적 설정이 대거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시청자들은 방송횟수가 더해갈수록 ‘드라마내용 중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연출일까’란 궁금증에 시달리고(?) 있다.

방송관계자들 말을 요약해 결론부터 얘기하면 <온에어>는 ‘사실을 바탕으로 했으나 극적 요소가 상당히 보태진 작품’이다.

내용 중엔 연예계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도 있지만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는 ‘사건’도 있다. 캐릭터도 과장된 면이 많다.

“방송국 도면을 그릴 정도로 철저히 취재했지만 날 것 그대로 방송할 수 없고, 재미를 위해 재구성했다”는 김은숙 작가의 설명 그대로다.

<온에어> 1, 2부를 중심으로 ‘진짜 방송가’와 ‘가짜 방송가’의 모습을 살펴본다.


PD 뺨 때리는 톱스타?

방송연기대상에서 공동수상 사실을 알고 시상식장을 떠나려는 오승아. 국장의 불호령을 받은 이경민이 그녀를 붙잡는다. 말다툼을 벌이던 두 사람. 결국 이경민의 적나라한 지적과 호통에 분을 참지 못한 오승아가 이경민의 뺨을 때린다.

아무리 감정이 상했다지만 배우가 드라마국 PD뺨을 때리는 일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인기드라마 PD A씨는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요즘엔 없는 일”이라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예전엔 나이 지긋하고 경력 많은 중견배우가 20대 중반의 신입PD 뺨을 때린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A씨는 “사람이다 보니 감정이 격해져 말다툼을 벌일 순 있겠지만 지난 10여 년 간 배우가 PD 뺨을 때렸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아무리 톱
스타라도 나이 어린 배우가 그러긴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이 장면은 직선적이고 자존심 센 오승아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한 설정인 셈이다.


연기대상 수상 거부하는 배우

우여곡절 끝에 시상식에 참석한 오승아. 하지만 대상수상자로 호명돼 무대에 오른 그녀는 “대상인 줄은 알았는데 공동수상은 몰랐다.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뜻인 것 같아 상을 사양하겠다. 나눠 먹기식 관행은 상의 희소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나는 안 나눠먹고 자격이 생겼을 때 혼자 받겠다”며 트로피에 손도 대지 않는다. 생방송에서 상 받길 거부한 것.

이 장면에 대해 연기자매니저 B씨는 “방송활동 접기로 마음먹지 않은 이상 그렇게 할 배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개적으로 수상을 거부할 경우 배우는 해당 방송국에 미운털이 박힐 뿐 아니라 다른 방송국에도 좋지 못한 이미지를 주기 십상이다. 방송활동이 순탄치 않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자칫 다른 수상자들을 우습게 만들 수도 있다.

B씨는 “시상식불참 등 다른 수상거부방법이 있다. 시상식 중에 그것도 공동수상을 이유로 거부를 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면서 “함께 고생한 제작진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고 말했다.

방송관계자 C씨 역시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대형 방송사고이고 자존심에 관련된 일인 만큼 방송국에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국장의 부탁으로 펑크 직전에 놓인 드라마대본을 맡은 서영은. 하지만 기획방향, 주연배우 등을 두고 메인PD와 대립하다 “드라마 안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대만으로 떠난다. 잠수를 탄 것. 국장의 지시로 서영은을 찾아 대만으로 간 이경민은 서영은과 사사건건 맞서면서도 설득하는 걸 포기하지 않는다.


잠수 탄 인기작가 설득하는 PD

아무리 흥행불패를 자랑하고 대타로 투입됐다지만 편성에 잡힌 드라마대본을 작가가 일방으로 쓰지 않는 게 가능할까?

현직 드라마PD인 D씨에 따르면 “아주 가끔이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촬영 직전 혹은 도중에 감독이나 배우가 바뀌는 것처럼 작가가 바뀌거나 대본에서 손을 떼는 경우가 있다는 것. 하지만 인기작가라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니다. 경력과 나이를 떠나 작가의 성격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다. D씨는 “작가는 방송국직원이 아니므로 계약에만 어긋나지 않는다면 기획단계에서 빠지는 게 아주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대본을 못 쓴다”고 선언한 작가를 PD가 찾아가 설득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드라마는 일반적으로 A팀, B팀으로 나눠 촬영된다. 보통 A팀 PD보다 B팀 PD의 나이나 경력이 적다. 따라서 작가가 제작진과 마찰이 생길 땐 B팀 PD나 조연출에게 설득의 임무가 주어진다. 극중 이경민도 B팀 PD다.

D씨는 “A팀 PD는 드라마 전반을 챙기느라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해 조연출과 B팀 PD가 많은 노력을 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작가와 친분을 쌓기도 한다”고 전했다.

자기 배우를 위해 무릎을 꿇는데 1초도 안 걸리는 인간적인 매니저 장기준. 수많은 스타를 키워냈지만 모두에게 배신당했다. 3년 간 공들여 연예인 아닌 배우를 만들려했던 체리(한예원) 역시 보다 많은 계약금과 빠른 성공을 위해 대형 기획사 사장 진상우(이형철)에게 간다.


계약금 쫓는 배우들

매니저들은 “성공 혹은 계약금 때문에 키워준 매니저를 떠나는 연예인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계약금만 쫓다보면 오히려 이에 발목이 잡히기도 한다.

탤런트매니저 E씨는 “계약금 을 높여서 소속사를 자주 옮기는 연예인들이 있다. 이럴 경우 대부분 크게 성공하지 못 한다”면서 “받음만큼 수입을 올려줘야 하는데 작품 활동만으론 안 되니까 원치 않는 섹시화보 등을 찍기도 한다. 그렇게 맴돌다 사라진다”고 일침을 가했다.

물론 배우의 소속사 이적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능력에 따라 계약금을 높여 받는 게 당연하고 활동반경에 따라 소속사를 달리할 필요도 있다. 매니저가 먼저 더 좋은 소속사로 옮기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문제는 매니저의 뒤통수를 치고 가는 경우다.

D씨는 “장기준의 대사 중 ‘얼굴에 분칠한 것들 믿지 말라’가 있다. 선배들로부터 그 말을 직접 들었다”면서 “인간적인 연예인-매니저관계도 많지만 이익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준처럼 지나치게 인간적인 매니저가 성공하기 힘든 것도 실제상황과 비슷해 씁쓸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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