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스타’ 인기, 연예계도 국제화?
‘외국인 스타’ 인기, 연예계도 국제화?
  •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 입력 2008-03-06 11:11
  • 승인 2008.03.06 11:11
  • 호수 723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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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스타들의 빛과 그늘

국제화시대를 반영하듯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연예계에서 맹활약 중이다. 현해탄, 더 멀리 대륙에서 건너온 이들은 오락프로그램 패널과 모바일화보는 기본이다. 가수와 MC로까지 나서 끼를 발산하고 있다. 외국계 방송·연예인들을 향한 대중의 관심도 적잖다. 연예계 ‘물’을 바꾸고 있는 외국인들의 활동과 성공 가능성을 살펴본다.


‘외국인 여가수 1호’ 자밀라

우즈베키스탄에서 날아온 미녀 자밀라의 인기와 활동이 심상찮다.

자밀라는 지난 달 23일 서울 삼성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이달 초 발매될 디지털 싱글앨범 수록곡 ‘오빠 미워’의 뮤직비디오 촬영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가수활동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이날 S라인 몸매를 강조하는 검은 원피스차림으로 등장한 자밀라는 “이효리가 라이벌”이라고 밝힐 만큼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섹시한 율동까지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방송에서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 자밀라는 싱글앨범 발매를 통해 꿈을 이룬 것은 물론 ‘외국인 여가수 1호’란 귀한 타이틀까지 얻게 됐다.

가수활동에 앞서 자밀라의 모바일화보 성적도 훌륭하다. 1차 화보의 폭발적 반응에 힘입어 최근 보다 관능적이고 섹시한 자태가 담긴 2차분까지 공개했다.

사실 자밀라 인기는 그녀의 얼굴을 알린 KBS 2TV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 때부터 시작됐다. 예쁜 외모, 애교 넘치는 언행으로 ‘교태의 여왕’이란 별명까지 얻은 자밀라는 네티즌들에게 연예인 못잖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다 화보촬영을 계기로 <미수다>에
서 하차했고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프랑스 출신 명랑녀 이다도시도 최근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동아TV의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이하 <남달라>)>를 통해 방송데뷔 13년 만에 첫 단독MC를 맡은 것.

<남달라>는 부부생활 코칭프로그램으로 시청자부부 3쌍의 실생활을 보고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제시, 행복한 가정 만들기를 꾀한다.

제작진은 이다도시 특유의 친화력과 유쾌함, 교양이 프로그램진행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고 MC로 기용했다고 밝혔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18일 첫 방송된 <남달라>는 동시간대 케이블TV시청률 1위(TNS 집계)를 기록했다.

자밀라와 이다도시 소식을 접한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계에도 본격 글로벌시대가 온 것 같다”며 외국인들의 방송활동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뛰는 마당 넓고 다양하게

사실 외국인들의 방송활동과 인기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귀화한 독일인 이참(이한우)은 1996년 KBS드라마 <목욕탕 집 남자들>에서 하유미의 자상한 남편역을 맡아 대중의 호감을 얻었다.

그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천국의 계단> <제5공화국> 등 드라마와 영화 <한반도>에 출연, 재미를 더했다. 1997년 귀화한 변호사 하일(로버트 할리) 역시 구수한 사투리로 친근한 인상과 웃음을 주며 여러 프로그램 패널로 뛰고 있다.

2000년 KBS <남희석 유재석의 한국이 보인다>에서 전국을 돌며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했던 대학생 브루노와 보쳉도 그렇다. 이들은 연예인 못잖은 인기를 누렸다. 잘 생긴 브르노의 경우 지금도 안부를 묻는 팬들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최근 한 방송을 통해 브르노가 고국인 독일에서 영화배우로 활동 중이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올인> <유리화> <불량주부> 등 드라마와 <청연> <특별시 사람들(미개봉)> 등 영화에 출연하며 인기스타로 발돋움한 유민 역시 일본인이다. 유민은 ‘한국진출 일본배우 1호’로 불리며 더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런가하면 ‘외국인 개그맨 1호’도 있다. <개그콘서트>에서 활동한 샘 해밍턴이 그 주인공이다. 호주에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그는 우연한 기회에 연예계와 인연을 맺고 개그맨으로 활동했다.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혼혈인의 연예계진출도 늘고 있다. 조각 외모로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다니엘 헤니와 데니스 오는 한국계
혼혈인이란 점에서 데뷔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미수다>출신의 에바 포피엘도 일본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방인’에서 ‘스타’로 도약

외국인들의 연예계활동은 최근 더욱 활발해지고 있고 활동영역도 넓어졌다. 뭣보다 ‘신기한 이방인’에서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과거엔 외국계 방송·연예인들에게 ‘재미있다’는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와 전혀 다른 외모를 가진 이들이 방송에서 우리말을 쓰며 연기를 하고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게 신기하다는 것. 때문에 외국인들에겐 주연이 아닌 조연이나 특별출연, MC가 아닌 게스트역할만 맡겨졌다. 명절 특집프로그램의 단골손님도 외국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외국인이라도 실력과 인기만 받쳐준다면 얼마든지 주연으로, 메인MC로 나설 수 있다.

다니엘 헤니의 경우 데뷔작인 MBC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물론 <마이 파더> 등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데니스 오 역시 <달콤한 스파이>와 <마녀유희>의 주연급이었다. 이다도시 또한 케이블TV방송이긴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MC, 그것도 단독MC를 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국인, 낯설지 않은 존재

방송관계자들은 외국계연예인들의 왕성한 활동이 시대변화를 보여준다고 평한다.

외국인근로자 약 50만명, 결혼 이주여성 약 20만명 등 ‘국내거주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바라보는 요즘 외국인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유학, 어학연수 등으로 외국을 갔다온 사람들이 늘면서 외국인들의 친밀도는 더 높아졌다. 때문에 과거엔 방송, 영화 속 외국인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렇잖다.

역할이나 포지션만 잘 잡는다면 외국인도 대중들에게 얼마든지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 스타가 될 수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단일민족사상이 강해서 그런지 예전엔 외국인출연을 낯설어해 주연까진 생각하기 힘들었다”면서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외국인거주자가 워낙 많아 작품의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등장하는 게 좋을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방송에서 외국인들 눈에
비친 한국문화를 살펴봐도 어색할 게 없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미수다>의 기획 의도는 국내 외국인거주자 중 20대 미혼여성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현주소를 보는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에서 에바 포피엘이 카자흐스탄 이주노동자로 나오는 것도 주변에서 워낙 자주 접하는 상황이라 어색하지 않다.

여기에 이국적 외모가 각광받는 시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스타들조차 서구적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마당에 잘 생기고 예쁜 외국인들이 사랑받는 건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다. 동양적 매력을 갖고 있으면 인기는 더 높아진다.

연예계 매니저 최모씨는 “다니엘 헤니나 데니스 오는 서구적이면서도 동양적 매력이 있어서 더 강하게 다가설 수 있었다고 본다”면서 “외모가 아니라도 말투나 생각에서 한국적 정서가 느껴지면 호감을 많이 얻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활동 한정…어려움 겪기도

외국계연예인들이 대형스타가 되려면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말이다. 국내스타들이 해외진출 때 말 때문에 어려움을 겪듯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활동 중 언어에 발목이 잡히기도 한다.

게스트, 패널, 특별출연 정도라면 어색한 한국말을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러나 주연이나 프로그램 메인MC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활동 중인 외국계연예인 중 한국말을 자유자제로 하는 이는 드물다. 다니엘 헤니, 데니스 오, 에바 포피엘 등 많은 외국계배우들이 한국
말 실력을 지적받았다.

본격 가수활동을 선언한 자밀라 역시 최근 공개한 뮤직비디오촬영장에서 어색한 우리말을 해 걱정스런 눈길을 받았다.

한 방송관계자는 “외국인배우의 한 경우 외모도 이국적인데 우리말까지 못하면 자연히 맡을 수 있는 역할이 한정 된다”면서 “장기적 활동을 고려할 때 언어문제는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연예계에서 오래 활동하려면 한국말을 자유자재로 하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진출분야에서 얼마나 실력을 보여주는지도 중요하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해당분야에서 최고스타가 되려면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국적 외모와 끼로 순간적 관심은 모을 수 있을지 몰라도 톱스타자리에 오르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색’다른 외모와 끼로 한국연예계를 공략 중인 외국인이 여러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어떤 결실을 맺을 지 기대된다.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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