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뛰어넘은 스릴러의 진수

두 남자가 같은 방향을 보고 달린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줄달음질을 멈출 수 없다. 한 명은 쫓고 다른 한 사람은 쫓긴다. 두 사람 간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채울 만큼 많은 사연이 숨어있다.
영화 <추격자>는 제목 속에 작품 전체의 틀을 담고 있다. 하지만 틀 속을 채우는 내용물은 단순치 않다.
중호(김윤석)는 보도방을 운영하는 전직 형사다. 미진(서영희)을 포함, 출장마사지 여성이 잇따라 실종 되는 일이 벌어지고, 중호는 공통된 휴대폰번호 하
나를 찾아낸다. 중호는 우연히 납치범 지영민(하정우)과 마주치고 추격 끝에 그를 잡는다.
영민은 경찰서에서 실종된 여자들을 모두 죽였다고 태연히 고백한다. 하지만 증거가 없어 영민을 놓아줘야 하는 상황이다. 중호는 미진을 찾아 나선다.
영화는 비틀어진 인간군상들을 조립해가며 완전한 틀을 짜낸다. 전직 형사 중호의 추격과 수사능력은 현직 형사를 앞선다. 성 불구인 지영민의 잔인함과 태연함은 소름끼칠 정도로 반사회적이다.
<추격자>의 ‘죽도록 잡고 싶은 범인’을 몰아가는 과정은 영화 <살인의 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쫓기는 자의 기민함과 쫓는 자의 독기가 고스란히 관객들
에게 전해지며 스릴러영화의 진수를 선보인다.
통쾌함을 갖는 <추격자>의 마지막 장면은 <살인의 추억>의 ‘익히 알려진’ 결말이 주는 2%의 아쉬움마저 뛰어넘는 듯하다.
여기에 김윤석, 하정우의 걸출한 연기가 더해진다. 김윤석의 불을 뿜는 호연은 영화 <타짜>의 아귀가 전초전에 불과했음을 웅변한다.
하정우의 지독한 악인 연기도 ‘연예인 2세 배우’에 머물지 않음을 증명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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