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영화가 최대 성수기인 설 연휴를 맞아 다양한 장르로 무장하고 관객공략에 나선다. 지난 추석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국영화는 어드벤처, 코미디, 휴먼드라마, 스릴러, 로맨틱 코미디 등 풍성한 메뉴를 준비하고 흥행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반면 외국영화는 블록버스터급이지만 편수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설엔 윤제균 감독과 임창정, 하지원이 뭉친 <1번가의 기적>이 정상에 올랐고 <복면달호> <바람 피기 좋은날> <그놈 목소리>가 나란히 뒤를 잇는 등 한국영화가 극장가를 평정한 바 있다.
◇ 코믹시대극 vs 가족영화
한국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훈훈하게 할 가족드라마와 일제강점기를 배경 삼아 웃음과 감동을 함께 주려는 코믹시대극의 대결이 눈에 띈다.
<라듸오 데이즈>와 <원스 어폰 어 타임>은 비슷한 콘셉트로 어느 쪽이 승리를 거둘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 영화와 비슷한 때 촬영된 <모던보이>가 대결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었으나 후반작업이 길어지면서 삼자구도는 피했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라듸오 데이즈>와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코미디와 어드벤처란 장르로 파란만장한 시대를 그려낸다.
류승범, 이종혁, 김사랑, 황보라가 주연한 <라듸오 데이즈>는 경성최초 방송국에서 라디오 드라마를 만들며 벌어지는 소동을 소재로 삼았다. 라디오녹음 중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유쾌한 웃음을 주고 독립운동이란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풀어가는 등 코미디의 본질을 잊지 않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역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원스 어폰 어 타임>은 <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을 만든 정용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소설 ‘천년의 빛’을
통해 알려진 석굴암의 보석을 모티브로 삼아 1000억원 가치에 이르는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6년째 연애 중>은 로맨틱코미디의 여왕 김하늘과 가수출신 배우 윤계상이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멜로물이다.
그 밖에 신체 강탈을 소재로 한 <더 게임>은 신하균과 변희봉의 변신이 눈에 띈다. 이들은 각각 젊은 신체를 갖게 된 노인과 몸을 빼앗기고 늙은 몸을 갖게 된 청년을 연기한다.
◇ 아줌마들 힘 계속될까
먼저 200만 관객을 넘어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이 ‘대박’영화로까지 거듭나 설 연휴에도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생순>은 개봉 뒤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예매 순위로도 3주째 으뜸을 달렸다. 아줌마선수들의 휴먼스토리로 입소문이 난데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관람으로 더욱 화제를 모아 당분간 관객몰이는 순조로울 전망이다.
그러나 설 연휴를 직격으로 노린 작품들이 호시탐탐 정상을 노리고 있어 그때까지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지난해 최고 흥행작 <디 워>조차 정상을 유지한 건 3주간으로, 4주째엔 <화려한 휴가>에 자리를 내준 바 있다.
◇ 31일 수요일 일제히 개봉
설 연휴를 노린 영화들은 수요일에 일제히 개봉, 전초전을 치른다. 영화는 통상 목요일에 개봉하지만 경쟁이 치열할 땐 스크린을 선점하기 위해 하루 앞당겨 개봉한다.
눈물샘을 자극할 휴먼드라마로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와 <마지막 선물>이 있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말아톤> <좋지 아니한가>로 관객과 평단의 고른 사랑을 받았던 정윤철 감독의 신작이다. 작품은 자신이 슈퍼맨이라고 믿는 사나이를 통해 미래는 작은 것이 쌓여 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쌩얼’ 연기를 펼친 전지현과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한 황정민의 투혼이 진정성 있는 메시지에 무게를 실어주는 작품이다.
감독이름만큼이나 연기파 배우 황정민과 ‘CF퀸’ 전지현의 합세로 관심을 모았다. 언론시사회 뒤 대략적인 반응은 ‘착하디 착한 휴먼드라마’. 명절인 만큼 가족이 함께 보기엔 안성맞춤인 셈이다.
<마지막 선물>은 무기수인 한 남자가 친구의 딸에게 간이식을 하게 되면서 느끼는 감동을 그려내고 있다. <맨발의 기봉이> 이후 오랜 만에 휴먼드라마로 돌아오는 신현준의 심금을 울리는 연기가 기대를 모은다.
◇ 외화 큰 스케일로 승부
가장 눈에 띄는 외화는 <명장>이다. <첨밀밀>의 천커신 감독이 처음 도전한 전쟁액션물로 이연걸·유덕화·금성무 등 중화권의 스타 3명이 한꺼번에 출연하고 4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다.
중국 전쟁액션영화가 국내 관객들의 눈길을 꾸준히 끌고 있는데다 사실감 넘치는 전투장면으로 기존의 중국무협영화와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점도 흥행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연휴직전에 개봉하는 <찰리 윌슨의 전쟁>은 할리우드 스타배우가 포진한 호화캐스팅으로 먼저 눈길을 끈다. 톰 행크스와 줄리아 로버츠는 이 영화에서 스캔들 메이커 하원의원과 섹시하고 부유한 로비스트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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