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체제가 요즘 유행”…봇물 터지는 ‘회사 쪼개기’
“지주사 체제가 요즘 유행”…봇물 터지는 ‘회사 쪼개기’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12-09 22:47
  • 승인 2016.12.09 22:47
  • 호수 1180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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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법 통과될라’ 식품·제조업 기업분할 열풍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근 경영 효율성 제고와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등을 이유로 기업분할 결정이 잇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리온, 매일유업, 크라운제과 등 식품업계는 물론 현대중공업, 경동가스, 삼성SDS 등 산업계에서도 기업분할을 결정하거나 검토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기업분할과 지주사 전환이 활용되는 것을 억제하려는 논의가 활발해지자 기업분할 결정을 촉발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에서 기업분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에는 이처럼 경영 효율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지주사 체제 전환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연 뒤 오리온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보통주식 1주를 10주로 액면분할 하기로 의결했다. 오리온은 기업분할을 통해 오리온(가칭)을 식품의 제조와 관련 제품 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회사로 신설, 존속법인은 자회사 관리와 신사업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 오리온홀딩스(가칭)로 전환할 방침이다.

식품·제조 줄이어
“투명경영 강화”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분할 비율은 0.3420333 : 0.65796 67 수준이다. 최종 승인일은 61기 주주총회가 개최되는 2017년 3월 31일이며 분할기일은 같은 해 6월 1일이다. 이와 함께 주식 액면분할로 오리온의 주당 가액은 기존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되고, 발행주식 총수는 600만8299주에서 6008만2990주로 10배 늘어난다.

오리온 측은 “이번 결정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핵심사업에 대한 효율적 투자와 책임 경영체제를 확립하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져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도 지주회사 부문과 유가공 사업 부문으로 회사를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분할 기일은 내년 5월 1일이다. 매일유업은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 극대화로 장기적 성장을 위한 기업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크라운제과는 지난달 21일 식품제조·판매를 담당하는 식품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하고, 존속회사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존속회사는 지주회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로 명칭을 바꾸고 투자와 브랜드 사업에 집중한다. 신설회사 크라운제과는 식품제조와 판매 사업을 맡는다. 분할 기일은 내년 3월 1일이다. 지난 7월에는 샘표식품이 지주회사로의 체제 전환을 결정한 바 있다.

식품회사뿐 아니라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계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5일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사업분사 안건을 의결했다.

조선·해양·엔진 등 선박 건조와 직접 관련 있는 사업을 하나로 묶고, 나머지 비조선 사업 부문을 각각 떼어내 총 6개의 독립회사로 운영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산업용 로봇 등을 생산하는 로봇 부문은 알짜 비상장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를 품을 예정이어서 향후 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경동가스, AP시스템, 유비쿼스, 일동제약, 한솔PNS 등도 올 들어 인적 분할을 결정했거나 분할한 회사들이다. 아울러 삼성SDS도 물류사업 분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미국계 헤지펀드 주주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로부터 분할 요구를 받은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잇달아 쪼개는
배경 살펴보니

통상 회사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이유는 대주주의 지분율이 상승하고 경영권 방어가 용이해지는 등의 효용이 있다는 데 있다. 대주주뿐 아니라 일반 투자가 역시 기업가치 제고로 인한 주가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배구조가 투명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일각에서는 2017년 7월부터 적용되는 공정거래법이 식품회사들의 지주회사 전환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내년 7월부터는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약 4000억 원의 자산이 더 필요하게 됐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요건 중 자산 요건을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올렸다.

또 각 사 최대 주주가 60세(56년생)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판단된다는 분석도 있다.

크라운제과의 최대주주 윤영달 회장, 오리온 최대주주 이화경 부회장, 매일유업 최대주주 김정완 회장, 샘표식품 최대주주 박진선 사장 등은 각각 45년생, 56년생, 57년생, 50년생이다.

아울러 최근 야당의 국정 영향력 확대로 인한 경제 민주화법안들의 국회 통과 가능성과도 연관됐다는 분석이 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잇따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그동안 지주회사 설립 및 전환을 장려하기 위해 제시해왔던 정부 정책과는 대척되는 내용”이라며 “실제 입법화 시 지주회사를 추진하는 대기업에 설립 및 전환에 따른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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