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모은 재벌총수 9인…특검에 국민들 관심
입 모은 재벌총수 9인…특검에 국민들 관심
  • 오유진 기자
  • 입력 2016-12-09 22:09
  • 승인 2016.12.09 22:09
  • 호수 1180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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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성 없었다”는 재벌들, 수사 대비 한창

박 특검팀 ‘대가성 여부’ 등 집중 수사 예고

‘포괄적 뇌물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 나와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청문회에 출석한 대기업 총수 9인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과 최순실 일가 지원 등이 “대가성은 없었다”고 입을 모아 증언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압박에 의한 출연금”이라며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특검 수사를 앞둔 대기업 총수들이 ‘뇌물죄’를 피하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되고 있다. 대가성이 드러나면 총수들이 처벌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특검은 향후 뇌물 의혹 수사 과정에서 기업의 재단 출연 관련 ‘대가성 여부’에 집중 수사를 예고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 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제1차 청문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 9명이 출석했다.

이날 9명의 총수들은 여야 위원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배경에 대해 공통적으로 질문을 받았다. 재단에 낸 출연금이 기업들의 수사 무마, 오너 사면, 사업상 특혜 등의 ‘대가성’ 여부에 따라 뇌물성 기금 출연 의혹을 푸는 핵심 열쇠이기 때문이다. 

현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이 재단 출연금을 요구할 때 기업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대기업 총수들의 혐의는 ‘제3자 뇌물죄’로 변경된다. ‘피해자’에서 ‘뇌물공여자’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형법 제130조인 ‘제3자 뇌물공여죄’는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를 요구할 때 처벌토록 만든 법률이다.

대기업 총수들 일관된 답변

박 특검은 향후 조사할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자금을 출연한 대기업 총수들의 답변을 미리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로 국회에서 진행되는 1차 청문회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검 수사를 염두에 둔 대기업 총수 9인은 청문회에서 돈을 낸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일관된 답변을 내놨다. 이들은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며 사실상 피해자임을 주장했다.

이날 열린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특정 사실관계에 대해 ‘송구스럽다’, ‘잘 모른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등의 답변만을 반복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역시 “기업 하는 사람 입장에서 청와대 요청을 거절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으며,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다른 총수들도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각종 사실관계와 관련해서는 ‘모른다’, ‘기억나질 않는다’ 등의 태도를 유지하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또 대가성 대신 ‘강제성’을 내세워 뇌물죄 적용을 피하려는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총수들 모두 대가성을 부인하면서 특검팀에게는 향후 수사에서 이를 규명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남았다. 법조계에서는 대가성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폭넓게 해석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검찰로부터 수사 자료를 넘겨받는 등 본격 활동에 나섰다. 박 특검은 “재단(미르K·스포츠재단) 기금의 성질을 ‘직권남용’으로 보는 것은 구멍이 많은 것 같다”며 “(재단 기금에 대한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수사기록도 원점에서 다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하면 본격적인 수사 착수

또 박 특검은 기록 검토와 관계없이 수사 개시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록 검토가 완료되기 전 필요하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7일 박 특검이 대표 변호사로 있는 서울 반포동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6일부터 수사기록을 인계받아 특검보·파견검사가 열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에 따르면 검찰 부패범죄 특별수사단에서 파견된 한동훈 부장검사 등 파견검사 10명 모두 기록 검토에 투입된 상태다.

이 특검보는 “추가로 파견 요청한 현직 검사 10명도 금명간 부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 특별수사관 임명과 보조 인력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며 “수사 개시되면 역할이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기록 검토와 함께 팀 운용 방식과 역할 분장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기록 검토 끝나기 전에 수사 개시 안 하나’라는 질문에 “수사 개시는 기록 검토와 상관없이 할 수 있다”면서도 “일단 기록 검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7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 종 전 문화체육부관광부 2차관, 차은택 광고감독 등에 대한 국정조사도 모니터링했으며 수사 방향 설정에 참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처음부터 재검토할 방침으로 인해 대기업 총수들은 올 한 해 성과 검토나 2017년도 사업계획으로 바쁜 시기에도 경영현안에 대한 집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은 2017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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