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창조경제로 불똥 내막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창조경제로 불똥 내막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6-12-09 20:18
  • 승인 2016.12.09 20:18
  • 호수 1180
  • 4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혁신센터 내년 예산 삭감 불가피, 가뜩이나 힘든데…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불이 꺼지고 있다. 최순실-차은택 등 비선실세들이 창조경제 사업에도 깊숙이 관여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주기업들이 받고 있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예산을 삭감하는 데 이어 정부 예산도 줄어들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후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어지면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투입이 줄어들거나 끊기면 창업 열기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스타트업 육성센터를 찾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청년창업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제품을 포장하는 청년창업가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내 한 무리의 한숨도 들렸다. 예산 삭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울시는 내년도 센터 지원 예산을 일부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정부의 창조경제사업으로도 튄 것이다. 한 청년창업가는 “내년 경기도 안 좋다는데 그나마 있던 예산까지 못 받게 돼 이곳을 떠나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창업가는 “지원 사업이 위축되면서 투자회사들도 투자 진행을 돌연 중단했다”며 “다른 지원기관도 상황이 비슷해서 당장 돈을 구하기 어려워 사업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그동안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나눠 부담하고 있다. 정부 예산은 인건비와 경상경비 등이고 지자체 예산은 입주 기업의 임대료 지원이 주를 이룬다. 한쪽이라도 예산이 줄어들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한 청년창업가들의 몫이 된다.

 여·야 예산안 대립
‘정치희생양 될까 무섭다’

앞서 지난달 11일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창조경제’ 관련 사업에 책정된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현 정부 비선실세 논란 핵심인 최순실·차은택 관련 예산이 포함돼 있다며 삭감 혹은 폐지까지 주장한 반면, 여당은 “일부 성과가 있다”고 방어해 일부는 삭감됐고, 일부는 심사가 보류됐다.

이 자리에서 혁신형 일자리 선도사업(28억 원)은 상임위에서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등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 의견이 제시됐다.

서형수 민주당 의원은 “청년취업 장려 등에 고용부가 390억 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자꾸 신규사업 벌이지 말라”고 했고, 같은 당 박홍근 의원도 “센터 당 1억2000억 원이 지원되는데 효과없이 일만 벌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석춘 새누리당 의원은 “고용부는 인력 등에서 지향하는 바가 분명 다르다. 일정 부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서울센터의 내년 예산 전액이 삭감됐고 경기센터는 15억 원 예산이 절반으로, 전북센터는 23억 원 예산이 10억 원으로 줄었다.

가상현실도 타격 불가피
이영복 회장 불똥도 튀어

갓 걸음마 단계인 국내 가상현실(이하 VR) 산업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문체부 예산이 대폭 삭감돼 문체부가 주도해온 VR 예산이 깎였다

지난 3일 국회예결위는 1748억 원 규모의 기존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을 최순실 예산으로 분류해 대폭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192억 원으로 편성됐던 VR 콘텐츠 육성 예산이 81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이 밖에도 1300억 원 규모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역시 860억 원이 삭감돼, VR 예산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문체부로부터 VR 사업 투자유치를 목전에 뒀던 중소게임사들도 유탄을 맞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올 초 1차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 11월 문체부로부터 2차 투자를 목전에 뒀지만 이번 사건 탓인지 모든 기업이 투자유치에 실패했다”며 “예산이 쪼그라들어 앞으로도 정부 투자를 받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순실 파문과 별개로 VR 산업은 국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주도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이번 사태로 정부 투자뿐만 아니라, 관련 행사까지 줄어든다면 업계의 전반적 투자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VR업계는 이영복 회장 비리 불똥까지 튀면서 투자가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VR업계의 선두주자인 에프엑스(FX)기어의 이창환 대표가 수백억대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이영복 회장의 아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창조경제에 비선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최순실의 태블릿PC에 있던 여러 자료 중의 하나로 2013년 9월 개설된 창조경제타운 홈페이지의 초기 디자인 시안이 있었다고 해 이를 근거로 창조경제타운 등 창조경제정책에 직접 개입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추측이다”고 항변했다.

이어 “차은택은 창조경제추진단의 문화창조융합본부만을 담당했으며 이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혁신센터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논란과 상관없이 한국의 신성장동력인 스타트업(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