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이회창, 고건…?” 반기문 대통령 추대위 명함 파문 실체
“김종필, 이회창, 고건…?” 반기문 대통령 추대위 명함 파문 실체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6-12-09 16:55
  • 승인 2016.12.09 16:55
  • 호수 1180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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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화 된 ‘潘 변수’… ‘文 대세론’ 흔들 ‘태풍의 눈’ 되나?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최근 인터넷 상에서 ‘반기문 대통령 추대 국민 대통합 추진위원회’라는 단체명이 적힌 명함이 떠돌며 논란이 일었다. 이 명함에는 정운찬 전 총리와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고건·한승수 전 총리,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총재, 김종필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전 총재 등 정치권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함께 기재돼 있었다. 김종필·이회창·한승수 전 총리의 이름 옆에는 ‘상임고문’이라는 직함까지 붙어 있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명함에 적힌 유력 인사들이 결집,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를 공개적으로 표방하고 나선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潘지지 모임 “정치색 없는 순수한 팬클럽일 뿐...”
- “文-潘 지지율 격차 ‘평행선’ 달리는 데 주목”

충청권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는 ‘반기문 대통령 추대 국민 대통합 추진위원회’라는 단체가 최근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유력 정치인들을 영입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후 인터넷 상에는 이 단체명과 함께 고건·김종필·이회창·정운찬·한승수 전 국무총리,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등 정관계 원로와 유력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이 함께 기재된 명함이 떠돌았다. 그러자 명함에 기재된 이들 모두 추진위원회 활동 여부는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나섰다.

해당 인사들 “사실 무근...”, 여의도와 ‘거리 두기’?

고건 전 국무총리 측은 지난 6일 “가칭 ‘반기문 대통령 추대 국민 대통합 추진위원회’에 고 전 총리가 고문으로 참여하는 것처럼 SNS에 돌고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추진위원회에서 자칭 사무총장이라는 이상우 씨가 고 전 총리 측과 사전 여락도,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름을 도용해 명함을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운찬 전 총리 역시 “단 한 번도 이런 단체와 접촉한 적이 없다”며 “명예훼손에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측도 “사실무근”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서 의원 측은 ‘반기문 대통령 추대위 참여설’ 관련 해명자료에서 “아무런 사전 동의 없이 서청원 의원의 이름을 도용한 명함을 배포했다”며 “이 단체나 추진위원 어느 누구와도 접촉한 적이 없었고, 요청을 받은 적도 전혀 없다. 이러한 명의도용 행위가 근절되지 않을 경우,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승수 전 총리와 김종필 전 총리 측 역시 “어떠한 연관도 없다”며 부인했다.

특히 김 전 총리는 반 총장이 귀국 후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본인이 직접 귀국 후 활동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너무 앞서 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반기문 총장 지지 단체들은 일제히 여의도와 ‘거리두기’에 나선 모습이다. 탄핵 정국으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최고점을 찍은 상황에서 정치권과 연결될 경우 오히려 반 총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 총장을 지지하는 충청권 인사들의 모임인 ‘글로벌 반기문 국민 협의체’ 역시 오는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할 발기준비위원회를 앞두고 명칭에서 ‘국민 협의체’를 빼고 ‘팬클럽’을 넣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임을 주도하는 이선우 전 충청향우회 공동대표는 “요즘 워낙 민감한 시기인 만큼 순수한 팬클럽 형식으로 운영하자는 취지에서 정치 색채를 빼는 식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직 정치인들 역시 이들 모임에 참여하는 데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이 1 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차기 대선 시계가 빨라진 상황에서 반 총장의 귀국은 ‘최순실 게이트’ 반사이득으로 형성된 ‘문재인 대세론’이 단숨에 흔들릴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야권의 대권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선 일정을 앞당기고자 혈안이 된 배경도 반기문 총장과의 본격 경쟁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종인 “潘 중심 새로운 세력 형성될 수도…”

최근 정치권의 ‘제3지대 결집’ 움직임 역시 반 총장의 귀국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 새누리 비주류는 분권형 개헌을 ‘연결 고리’로 반기문 총장과 ‘제3지대’를 아우르는 조합을 강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친문 일색의 민주당을 나온 뒤 합리적 개혁 세력 결집 의지를 보여 온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역시 반 총장과의 연대에 부정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지난 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기문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며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가능성을 전망했다.

더욱이 반 총장이 지난달 “한국인들의 좌절과 분노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한 부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반 총장이 친박행 열차를 탈 가능성은 사라진 상황이다. 이는 곧 반 총장의 운신 폭이 어느 때보다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국내 정치 기반이 취약한 반 총장이다. 기존의 정치세력과의 연대는 절실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반기문 김무성 김종인 안철수 대통합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편 김종인 전 대표는 ‘문재인 대세론’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표가 완전히 당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당내 경선 자체에 대해선 별로 염려를 안 할 테지만 이재명 시장이 많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과연 문 전 대표가 확실하게 집권이 가능하겠느냐 하는 데 대한 회의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무선 100% 방식으로 실시한 12월 첫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과 이재명 시장이 문 전 대표의 턱 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반 총장을 선택한 응답자가 모두 새누리당 지지층은 아닌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여론 조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을 선택한 응답자 가운데 새누리당 지지층은 57.7%에 불과했다”며 “이는 표류하고 있는 보수 지지층이 선거 직전 반 총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즉 기존 보수 지지층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실망감에 잠시 집을 떠나 ‘무당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 전 대표 쪽으로 ‘급커브’를 틀 리가 없다는 것.

나아가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과 문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가 3주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점 또한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늘어나지도, 반 총장의 지지율이 줄어들지도 않는 최근 상황은 결국 아직까진 여당 지지층이 반 총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는 못하지만 막판에는 ‘제 집’을 찾아갈 것임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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