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8번째, ‘고건’과 ‘포스트 朴’사이
대한민국 8번째, ‘고건’과 ‘포스트 朴’사이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6-12-09 16:51
  • 승인 2016.12.09 16:51
  • 호수 1180
  • 1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돼 대한민국 헌정사상 8번째 권한대행이 됐다.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 의결서가 청와대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권한이 정지됐다. 앞으로 황 총리 대행은 외교, 국방뿐 아니라 조약 체결 및 비준권 등 헌법과 법률이 정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야권에서는 탄핵정국 이후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황 총리 대행이 공정한 대선 관리를 할 수 있느냐며 퇴진 등 정치적 압박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황 총리 대행 퇴진은 또 다른 국정 혼란을 가져올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짧게는 2개월 길게는 8개월 동안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체제’는 지속될 전망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대통령 탄핵]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체제 개막
- 침몰하는 보수 진영에 ‘신보수’ 아이콘으로

황교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그 위상이 급상승했다. 당초 거국총리내각을 빌미로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총리직에 오를 전망이었지만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면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돼 대통령 권한대행직에 올랐다.

일단 황 총리 대행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인 ▲ 국군통수권 ▲ 조약체결 비준권 ▲  사면·감형·복권에 관한 권리 ▲ 법률안 거부권 ▲ 국민투표 부의권 ▲ 헌법개정안 발의.공포권 ▲ 법률 개정안 공포권 ▲ 예산안 제출권 ▲ 외교사절 접수권 ▲ 행정입법권 ▲ 공무임명권 ▲ 헌법기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높아진 황교안 위상

또한 황 대행은 대통령 비서실로부터 업무를 보고 받고 국무회의도 직접 주재할 수 있게 됐다. 의전과 경호 역시 대통령에 준하는 수준으로 격상됐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황 대행 총리가 어느 선까지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단 야권에서는 과거 고건 대행체제가 좋은 본본기라며 최소한의 권한대행 총리로서 역할만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04년 3월12일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했던 고건 전 총리는 권한대행을 맡자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안정적인 국정운영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두 달 대행 기간에 국정 마비를 막는 수준의 최소한의 권한만 행사했다. 인사권의 경우 차관급 인사만 제한적으로 단행했다.

이후 고 전 총리는 전국에 지휘경계령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우리나라의 외교·안보·경제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는 내용을 알리도록 했고 허성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에게는 “전국 경찰의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국방·외교와 함께 치안 분야에 중점을 둔 셈이다.

또한 고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가 노 전 대통령 탄핵안 기각을 발표할 때까지 청와대를 출입한 것은 신임 주한 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제장받을 때 단 한 차례뿐이었다. 고 전 총리는 청와대 주재회의도 요청하지 않았고 주로 총리실에 머물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최소한의 업무를 봤다. 

하지만 관료 출신 중도 합리적 성향의 고 전 총리와 율사 출신의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황 권한대행 총리와는 성향뿐만 아니라 처한 상황도 다르다는 게 여권 내 시각이다. 실제로 2004년 노무현 탄핵 시에는 탄핵 반대 여론이 높았고 헌재 판결에서도 기각될 공산이 높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탄핵안은 국민적 찬성이 높고 헌재 역시 이런 분위기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복귀 가능성도 낮아 조기 대선 국면으로 흐를 공산이 어느 때보다 높다.

단순 권한대행? 실질적 권한 행사 ‘방점’

그리고 고 전 총리는 당시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서 몸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반면 황 대행 총리는 대권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또한 황 대행 총리는 강한 보수 성향의 공안검사 출신이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돼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등 강한 업무추진력을 보여왔다.

이에 황 대행 총리는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권한을 다 행사하고 이번 대선 출마는 힘들더라도 차기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수 있는 신보수의 아이콘으로 위상을 강화할 호기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황 권한대행 총리 앞에 있는 가장 큰 인사는 내년 1월31일과 3월14일 임기가 끝나는 박한철 헌재소장(대검 공안부장 출신, 이명박 대통령 임명)과 이정미 재판관(노무현 대통령 임명 이용훈 대법원장 추천)이다. 법조계에서는 길어야 8개월 대통령 권한 대행을 수행할 총리가 6년 임기인 헌법재판관 임명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 총리는 국회 동의절차가 필요하지만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경우 황 대행 총리의 2명에 대한 임명권 행사는 향후 헌재의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지을 최대 변수가 된다. 헌재가 탄핵 소추를 인용하려면 반드시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9명의 재판관 가운데 공석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후임 인선이 늦어질 경우 7명만 남는다면 이중 2명이 탄핵에 반대해도 인용 결정(탄핵)은 불가하다.

공교롭게도 두 인사는 전 정권에서 임명한 재판관으로 탄핵안을 인용할 공산이 높다. 황 대행 총리로선 새롭게 보수 성향의 재판관을 임명해 탄핵안을 기각시키는 데 일조하든 아니면 임명권을 행사 하지않고 기존의 7명만으로 기각판결을 기대하든지 하면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수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 차기 대권 후보로서 인지도를 높이고 보수층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또한 김현웅 전 법무부장관의 경우 지난달 사퇴해 공석으로 남아 있다.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사도 황 대행 총리의 결심에 달렸다. 야당에서 조기대선 국면에서 황 대행 체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야권과 합의해 중립 성향의 법무장관과 행안부 장관 인사를 추가로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내년 1월 있을 검찰 인사도 황 대행 총리가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

‘포스트 박근혜’ 보수 진영 새로운 대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황 대행 총리가 단순한 권한대행을 넘어 적극적인 국정 운영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탄핵정국 이후 맞을 조기 대선 국면에서 공정한 대선 관리를 해야 할 황 대행총리에 대한 퇴진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야권 강경파에서는 황 총리 대행도 탄핵시키고 ‘국민 추천 총리’를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권한 대행 총리가 새 총리를 임명할 수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황 총리 대행 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아직은 대선 출마와 거리를 두고 있는 황 대행총리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라는 보수 진영의 구심점이 무너진 가운데 ‘포스트 박근혜’에 대한 황 대행 총리가 기대에 부응한다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짧게는 두 달 길게는 8개월간 펼칠 황 대행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