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이들의 잔혹한 환상 동화

그림형제의 동화를 색다르게 비튼 <헨젤과 그레텔>은 버려진 아이들이 현실에선 불가능한 동화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꿈꾸는 잔혹한 환상을 그리고 있다.
은수(천정명)는 소원하게 지내던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자 차를 몰고 길을 떠난다. 그러던 중 험준한 산길을 달리다 교통사고를 내고 길 옆 숲으로 튕겨나간 채 정신을 잃는다. 밤이 돼 눈을 뜬 은수는 등불을 들고 서 있는 소녀 영희(심은경)를 따라 숲 속의 특이한 집에 도착한다.
각양각색의 인형과 장난감으로 가득 찬 이 집에는 엄마, 아빠, 큰아들 만복(은원재)과 둘째 영희, 막내 딸 정순(진지희)이 함께 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이는 이 가족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묘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은수는 아이들이 알려준 대로 길을 나서지만 매번 숲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빙빙 돌다 아이들 집으로 돌아온다.
이틀 뒤 엄마와 아빠는 쪽지 한 장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리고 길 잃은 변 집사(박희순)와 경숙(박리디아)이 찾아온다. 그리고 집을 감도는 갈등과 아이들의 비밀이 하나 둘씩 베일을 벗는다.
영화는 어른으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들과 착한 어른 사이의 교감을 씨줄 삼아 ‘환상적인’ 공포를 그려나간다. 올 여름 공포영화의 경향이었던 한과 슬픔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동심에 기댄 미장센을 매끄럽게 구축한다.
그림책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집이라는 공간, 알록달록한 원색의 과자와 사탕, 그로테스크한 장난감과 인형 등 디자인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세 아역배우들의 감정연기는 꽤 좋은 편이나 카운터파트인 천정명 연기는 단조롭다. 아이들의 기묘한 행동이나 막판 화해 등은 ‘때깔’에 못 미치는 신선함 탓에 아쉽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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